▲'비정규직 철폐' 투쟁 머리띠 매는 한상균조계사 관음전에서 24일째 피신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015년 12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서 자진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저는 머리띠를 다시 동여맸다. 투쟁을 다시 이어갈 것이고 이것이 도탄에 빠진 국민을 구하는 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위원장을 구속시키고 민주노총에 대한 사상유래 없는 탄압을 한다 하더라고 노동개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며 "노동자 서민을 다 죽이고 재벌과 한편임을 선언한 반노동 새누리당 정권을 총대선에서 전 민중과 함께 심판 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성호
6월 13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최후 진술을 듣기 위해 법정에 다녀왔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날)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선동하고 경찰차 등 기물을 파손했다며 특수공무집행 방해죄로 올해 1월 기소되었습니다.
6개월에 거쳐 공판이 진행되었고 지난 13일 오후 2시 검찰 구형, 피고 변호인의 최후 변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최후변론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영향력이 큰 민주노총 위원장이 불법 집회를 조직해 '서울을 장악하자' '청와대로 진군하자'라고 선동했다더군요. 쌍용자동차 지부장보다 훨씬 영향력이 큰 노조 위원장이라 노조 전체의 일탈로 본답니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이 경찰 폭행을 명령하거나 폭행했다며 특수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했더군요. 그런데 검찰이 증거 자료로 내놓은 동영상에서는 한상균 위원장이 폭행하는 장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피해자인 해당 경찰 진술에서도 한상균 위원장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더군요.
폭력을 사주했다는 경찰의 진술 시간엔 한상균 위원장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고 변호인은 주장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을 옭아매고 싶었나 봅니다. 쌍용자동차 옥쇄파업(당시 한상균 위원장이 지부장)에 책임을 지고 3년 감옥생활을 한 것도 형량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을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한 말 등을 모두 한상균의 책임으로 몰아가더군요. 저들은 세월호 문제, 노동개악, 쌀값 공약 문제 등 이 정권의 기만과 무능을 드러내 정권을 규탄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것 같습니다.
불편한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게 정치입니다 "청와대 앞으로 가자"는 말을 했다고, "서울을 장악하자"는 말로 8일도, 80일도 아닌 무려 8년, 2920일을 감옥에 가두라는 중형 구형이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요?
장종오·조세화 변호사는 언론이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마치 폭도들의 소란인 양 폭력성을 부각하고 폭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더군요. 집회 금지 통보의 위법성, 차벽 설치의 위법성, 살수차 사용의 문제, 경찰의 부적절한 행위 등을 법과 증거 영상을 통해 설명한 뒤 몇 가지 희망을 전하며 변론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찰의 무분별한 금지통고와 자의적인 차 벽 설치를 심판해 주실 것, 광장에 모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공동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성난 얼굴과도 마주해야 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이 인식하길 바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상균 위원장의 무죄 선고를 호소했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은 차분하게 최후 발언을 했습니다. 자신은 해고자라 더 잃을 것이 없지만, 더는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죽어가지 않도록,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울컥했습니다.
그는 주최 측도 경찰도 추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인 것 자체가 민중의 바람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말했습니다. 이들이 모인 것은 '민주주의 회복' '노동개악 저지' 등 민생 현안에 대한 것임을 상기시켰습니다. '노동 개혁이 아닌 노동개악에 맞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고 싶었을 뿐, 정부의 모든 정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현 정부의 노동법 개혁은 재벌과 가진 자를 위한 개악일 뿐"이라며 "사회적 대안은 더 힘 있고 더 가진 자들이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동자가 더 행복해지면 국민이 모두 행복해진다"고 말하더군요.
"가정을 지키려면 노동조합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나라도 있다던데 우리는 노동조합의 대표가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고, 집회를 하고,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감되는 나라라는 사실이 서글픕니다.
11월 14일 대선 공약대로 쌀 수매가를 조종해 달라는 바람을 전하러 왔던 백남기 농민이 살인 물대포를 맞고 214일째(6월 14일 기준) 의식을 잃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상균을 구속한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살인 물대포를 쏜 당사자는 물론 경찰청장과 정부에게도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만 합니다.
만일 한상균 위원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그건 이 나라 노동자의 대부분을 범법자로 범죄자로 몰아가는 일일 것입니다. 법의 잣대가 공정하고 정의롭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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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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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그의 최후진술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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