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10명 중 8명, 채용 시 '불공정' 느껴

교육불평등 해소 위해 학력·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해야

등록 2016.11.18 17:56수정 2016.11.1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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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국제중 입학과 최순실씨 딸의 이대 부정입학 의혹. 최근 교육계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부할 맛이 안 난다'는 학생들과, '살맛 떨어진다'는 부모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실제 채용 과정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채용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불공정한 채용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는 구직자는 무려 90% 이상. 16일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밝힌 조사 결과다 구직자 53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언제 불공정하다고 느꼈느냐'는 질문에 '내정자가 있는 듯한 채용공고를 봄'과 '근무조건 기재가 불분명함'이 각각 44.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응답자들은 '학벌'(43.1%), '학력'(39%), '가족 직업'(35.4%), '보유재산'(25.7%) 등 지원서류에도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a 구직자 10명 중 8명, 채용 시 ‘불공정’ 느껴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채용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불공정한 채용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는 구직자는 무려 90% 이상으로 조사됐다.

구직자 10명 중 8명, 채용 시 ‘불공정’ 느껴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채용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불공정한 채용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는 구직자는 무려 90% 이상으로 조사됐다. ⓒ 취업포털 사람인


대기업, 학력과 출신학교명 기재 요구 여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아래 사교육걱정)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정한 민간 대기업 계열사 19곳의 2016년도 하반기 채용 실태 분석 자료를 17일 내놓았다. 이 단체에 의하면 조사대상 민간 대기업 19곳 모두 입사지원서에 학력과 출신학교명을 기재하도록 하였고, 학교의 소재지까지 요구하는 곳도 18곳(89.5%)에 달했으며, 심지어 주간/야간이나 본교/분교까지 구분하여 기재하게 하는 등 출신학교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요구하고 있었다.

또한 채용공고에서 모집 자격을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로 제한하는 기업이 10곳(52.6%)이었고, 공인어학성적(9곳, 47.4%)이나 학점(5곳, 26.3%)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기업도 상당수가 있어, 취업준비생(아래 취준생)의 스펙 경쟁을 부추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민간 대기업은 입사지원서에 학력과 출신학교뿐만 아니라, 외국어성적(18곳, 94.7%), 자격증(18곳, 94.7%), 학점(17곳, 89.5%), 경력(16곳, 84.2%), 수상경력(12곳, 63.2%), 봉사활동(10곳, 52.6%), 해외연수 및 해외경험(9곳, 47.4%) 등 성형수술을 제외한 소위 8대 스펙을 요구하고 있었다.

만성화된 학력·학벌 차별, 그리고 심각한 '학벌의 신분화' 현상

서울의 한 사립학교는 지난해 교사를 채용하면서 재단이사의 아들을, 그것도 순위를 조작해 채용했다가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학교를 감사한 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사학들이 교사 채용하면서 서울대 5점, 연고대 4점, 서성한 3점, 중경외시 2점... 등 출신 학교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었고, 그런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해 놀랐다. 생각보다 우리사회 많은 곳에서 이런 차별 행위가 이뤄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전국 6개 도시 순회 공청회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세 번째 도시로 울산을 방문했는데, 거리서명과 공청회에서 만난 울산 시민들은 학교와 교육의 회복을 위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a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울산 공청회 발언한는 남교용 달팽이여행 대표, 박장동 울산 YMCA 사무총장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울산 공청회 발언한는 남교용 달팽이여행 대표, 박장동 울산 YMCA 사무총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울산 지역 달팽이여행 남교용 대표는 "울산대 석사 졸업생으로 취직한 ㄱ아무개와, 같이 입사한 서울대 석사 출신의 ㄴ아무개는 동기지만 수습기간 3개월간 70% 월급은 자신만 해당됐다. 같은 석사이지만 출신대학이 달라서 차별을 당했다. 이후 ㄱ아무개는 훨씬 더 많은 프로젝트 사업을 유치하며 일도 더 많이 했지만 여전히 임금도 차별받았고 상사로부터 일상적인 차별도 많이 받았다"며 자신이 만난 학생들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했다.


두 딸을 키우는 울산 YMCA 박장동 사무총장은 "비정상적인 국가시스템 아래에서 특목고, 자사고로 이어지는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고, 이런 차별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잔재 청산이 되지 않은 것부터 찾을 수 있다. 출신학교 차별의 악습을 없애기 위해서는 청소년 세대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만 18세 참정권을 보장하면 교육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청소년들의 기본권 보장을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의 안상진 부소장은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변화가 크듯,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라고 반문한 뒤 "김영란법이 반칙없는 세상을 그리 듯,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사교육걱정, 입시걱정없는 사회를 꿈꾼다. 출신학교를 가리면 그 사람의 재능과 능력을, 한 사람의 살아온 역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울산에서 만난 학생, 학부모, 청년 등 시민들이 줄지어 서명에 참여하는 모습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전국 6개 도시 순회 공청회를 하고 있다.

울산에서 만난 학생, 학부모, 청년 등 시민들이 줄지어 서명에 참여하는 모습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전국 6개 도시 순회 공청회를 하고 있다. ⓒ 사교육걱정


국회,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 발의

교육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교육 의식조사 결과에서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 1위는 취업 등에 있어 출신대학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자녀의 안정된 삶을 위해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고, 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교육은 작동해 왔다. 결국 출신학교로 차별하지 않는 공정한 채용 시장의 변화는 과도한 사교육 문제 해결의 열쇠인 셈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이자, 더민주 사교육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인 노웅래 의원과 간사인 오영훈 의원은 지난 9월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구직자 응시서류에 학력 등의 기재를 요구하거나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면접 과정에서도 학력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고용주는 합리적인 이유없이 학력·출신학교를 이유로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 지난 1월 25일 열린 국회토론회  "어떻게 하면 대학서열화 완화하고 학력사회 극복할까?"

지난 1월 25일 열린 국회토론회 "어떻게 하면 대학서열화 완화하고 학력사회 극복할까?" ⓒ 김형태


만성화된 학력·학벌 차별 현상에 대해 이한복 경기도교육연구원장은 "한국사회에서 학력과 학벌은 '능력자와 무능력자', '선진과 후진', '중심과 주변', '세련과 촌스러움'을 구분하는 기제고, 이러한 구분과 차별은 이미 습속(習俗)이 되었으며, 고약하고 잔인한 것은 특정 졸업장이나 학교 이름에 온전히 담을 수 없는 한 사람의 다방면의 가치를 단순화시킨다는 점"이라고 비판한 뒤 아래와 같은 설명을 이어갔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강화되면서 학력·학벌 프리미엄이 강화됨에 따라, 학력주의·학벌주의는 더욱 강화되었고, 현재를 사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캔두이즘(candoism) 신봉자가 되어, 높은 학력·학벌·스펙을 강요받는다. 이들의 선택은 자발적이 아니라 '강제'이자 '관성'에 가깝다."

이 연구원장은 "이와 같은 '실재하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식과 발상에 근거한 정책적 개입을 고민해야 하며,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선에서 법제적 접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부유한 부모는 교육을 통해서 자신들의 우월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하고, 이러한 노력은 좋은 학벌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으로, 좋은 고등학교, 좋은 중학교, 나아가 좋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으로 나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극단화된 과잉경쟁은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참여할 수 없는 '그들만의 경쟁'으로 변화해가고 있고, 이는 현재의 교육경쟁이 비합리적 경쟁으로 작동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부도덕한 경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신분 재생산(대물림) 교육에서 이제는 '희망의 사다리'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지난 10월 28일, 서울국제교육포럼에 참석한 조희연 교육감    “신분 재생산(대물림) 교육에서 이제는 ‘희망의 사다리’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난 10월 28일, 서울국제교육포럼에 참석한 조희연 교육감 “신분 재생산(대물림) 교육에서 이제는 ‘희망의 사다리’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 김형태


덧붙이는 글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만성화된 학력·학벌 차별 현상 #학력·출신학교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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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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