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제국의 위용을 유물로 알 수 있다

[이란 역사문화기행 ⑥] 테헤란 4: 이란 국립박물관 2

등록 2017.03.17 12:37수정 2017.03.1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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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메네스제국의 문화유산들

 알렉산더 대제와 다리우스 3세의 전투 장면

알렉산더 대제와 다리우스 3세의 전투 장면 ⓒ 이상기


이란 국립박물관에서 가장 가치 있는 전시물은 아케메네스제국시대 것이다. 그것은 전시된 문화유산이 양과 질 모두 최고이기 때문이다. 아케메네스 제국은 기원전 558년 키루스대왕에 의해 세워졌고, 다리우스 3세 때인 331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제에 의해 멸망했다. 전성기는 다리우스 1세에서 크세르크세스, 아르타크세르크세스 3대에 이르는 100년간이다.


다리우스 1세는 기원전 521년부터 486년까지 페르시아를 통치했다. 그는 대내적으로 나라를 통일하기 위한 정책을 폈다. 첫 번째 경제적 통합을 위해 통일된 주화를 발행했다. 두 번째 정치적 문화적으로 전국적인 소통과 교류가 가능하도록 도로를 냈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중간 중간 숙식을 할 수 있도록 카라반사라이를 만들었다. 세 번째 고대 페르시아 문자를 도입해 통합을 주도했다. 문자도입은 문화유산 속에 남아있는 명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파다나 궁전의 대리석 부조

아파다나 궁전의 대리석 부조 ⓒ 이상기


다리우스 대제는 518년부터 페르세폴리스 건설을 시작한다. 현재는 그 유산이 궁전 형태로 남아 있고,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의 일부가 이란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유물이 아파다나 궁전의 북쪽 통로 벽에서 발견된 대리석 부조다. 1938년 슈미트(E. F. Schmidt)에 의해 발견되어 이곳에 오게 되었다. 직사각형 판석으로 가로가 6.27m, 세로가 3.15m이다.

크세르크세스 황제가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가운데 크세르크세스가 앉아 있고, 아들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왕자가 바로 뒤에 서 있다. 그 뒤에 고위 문신과 무신이 뒤를 따른다. 그 바깥 공간에 창을 든 친위대가 호위한다. 황제 앞에는 메디아로부터의 진상품인 두 개의 향로가 놓여 있다. 향로는 아래 위로 길이가 긴 촛대 형태다. 상단부에 꽃봉오리 형태의 향합이 있고 그곳에서 연기가 나오도록 되어 있다.

 크세르크세스 대제에게 향을 바치는 메디아 사신

크세르크세스 대제에게 향을 바치는 메디아 사신 ⓒ 이상기


메디아의 사신이 향로를 바치면서 예를 취한다. 오른손을 턱에 대고 몸을 약간 숙인 모습이다. 존경의 표시라는 주장과 손으로 하는 의전용 키스라는 주장이 있다. 사신 뒤 바깥 공간에는 창을 든 친위대가 호위한다. 그런데 친위대원 한 명이 창을 들지 않고 향통을 들고 있다. 향통에는 귀한 유향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부조는 황제가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노루즈(No Ruz) 의식의 첫 장면이 된다. 노루즈는 페르시아 사람들의 새해 첫날로 춘분에 해당한다.

또 다른 유물이 세 개의 탑문이 있는 회의궁(Tripylon, Council Hall)에서 나왔다. 궁전의 북쪽 문으로 들어가는 계단으로, 슈미트에 의해 발굴되어 이곳에 옮겨 전시되고 있다. 계단의 양면에 난간석이 있는데, 이곳의 조각이 역사성과 예술성을 보여준다. 난간의 안쪽으로는 귀족과 관리로 보이는 문신들이 궁으로 올라가고, 바깥쪽으로는 창을 든 페르시아와 메디아 무신들이 문 쪽을 바라보며 지키고 서 있다. 그리고 좌우 계단은 대칭을 이루고 있다.  


황소와 개 조각도 이곳에 있다

 백주 궁전의 기둥과 기둥머리 황소상

백주 궁전의 기둥과 기둥머리 황소상 ⓒ 이상기


황소조각은 기둥이 100개 있는 궁전(Palace of 100 Columns)의 주두(柱頭, 기둥머리)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 기둥머리에 등을 맞댄 쌍둥이 황소가 있으니 무려 200마리 황소가 지붕을 떠받드는 형상이다. 지금은 문과 벽, 기둥의 아랫부분만 남아 황량하지만, 원래 궁전의 모습은 정말 웅장했을 것이다. 궁전은 가로 세로가 각각 68.5m인 정사각형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곳 박물관에는 궁전의 기둥과 기둥머리 하나가 완벽한 상태로 전시되어 있다.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었으며, 높이가 4m 정도 되어 보인다. 100주 궁전은 발굴과정에서 발견된 바빌로니아어 명문을 통해 기원전 470년에서 450년 사이 건설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때는 크세르크세스와 아르타크세르크세스 통치기이다.

"아르타크세르크세스 왕은 말한다. 이 건물은 나의 아버지 크세르크세스가 아후라마즈다의 가호 속에 그 기초를 마련했다. 나 아르타크세르크세스는 그것을 건설하고 완성하였다."

 수호견

수호견 ⓒ 이상기


백주 궁전은 아파다나 궁전의 동쪽, 보물관의 북쪽에 위치한다. 아파다나 궁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개도 여기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었으며, 건물이나 방을 지키는 동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개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것은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페르세폴리스에는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사자와 독수리, 길들여진 황소와 개가 조각으로 남아 있다. 

수사에서 나온 아케메네스시대 유물들

 타일 벽화

타일 벽화 ⓒ 이상기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는 파사르가데에서 시작, 수사로 확대된 다음, 페르세폴리스로 정착하는 방식을 취했다. 키루스 왕이 왕조를 처음 연 곳이 파사르가데고 서쪽의 메디아와 바빌로니아를 정복해 새로 세운 수도가 수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리우스와 크세르크세스 황제에 이르러 페르세폴리스에 또 하나의 수도를 만든 것이다. 그것은 자신들의 고향에 가까운 페르세폴리스에 궁전, 영묘, 신전 등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케메네스시대 문화유산은 페르세폴리스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그렇지만 수사에서도 상당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 중 일부가 이곳 박물관에 있다. 대표적인 유물이 채색을 하고 유약을 발라 구운 타일로 만든 벽화다. 또 하나 중요한 유물이 머리와 몸체의 일부가 훼손된 다리우스 황제의 전신상이다. 높이가 2.4m나 된다. 이들은 수사에 있는 다리우스 대제의 궁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은 채색의 아름다움, 사물의 표현, 도자기의 강도 등이 아주 뛰어나다.

 아후라마즈다와 스핑크스

아후라마즈다와 스핑크스 ⓒ 이상기


타일벽화는 아후라마즈다상과 스핑크스를 돋을새김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 조각은 양각이어서 입체감이 느껴진다. 위쪽에 아후라마즈다상이 있다. 그것은 황제를 지켜주는 천상의 신으로 표현된 것 같다. 아케메네스왕조시대에는 조로아스터교가 국교였고, 조로아스터교 최고의 신이 아후라마즈다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날개와 꼬리를 가진 둥근 원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아후라마즈다는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스핑크스는 사자의 몸에 독수리 날개를 달고 사람의 얼굴을 한 가상의 존재다. 이들은 궁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머리를 돌려 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스핑크스는 그 역사가 앗시리아를 거쳐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품은 기원전 480년경 만들어졌다.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것이 페르세폴리스 만국의 문 부조로 새겨진 황소 스핑크스다. 수사의 사자가 페르세폴리스에서 황소로 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위대

친위대 ⓒ 이상기


또 하나의 타일벽화는 궁을 지키는 친위대를 표현하고 있다. 친위대는 활을 어깨에 멘 궁수이면서 창을 손에 잡은 창병이다. 가까이 다가온 적은 창으로, 멀리 있는 적은 활로 사살하기 위해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쓴 모자로 볼 때 이들은 메디아 병사의 모습이다. 당시 수사지역은 메디아와 바빌로니아가 교차하는 지역이어서 외가 쪽인 메디아 병사를 친위대로 고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리우스 황제상에 그렇게 깊은 뜻이...

 다리우스 황제 청동상

다리우스 황제 청동상 ⓒ 이상기


다리우스 황제 전신상은 두상이 없어 정말 아쉽다. 그렇지만 남아있는 몸과 다리 그리고 받침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는 페르시아 양식의 긴 드레스를 걸치고 있다. 허리띠를 맸으며, 허리 앞부분에 단검을 꽂았다. 재미있는 것은 옷 주름에 글씨를 새겨 넣었다는 사실이다. 향 좌측에는 쐐기문자가, 향 우측에는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쐐기문자는 페르시아어, 엘람어, 바빌로니아어고, 상형문자는 이집트어다.

그 내용을 읽어보면, 이 동상이 다리우스 황제의 명령으로 이집트에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선지 받침대에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고, 이집트 양식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 양쪽에 세 칸의 상형문자가 있데, 이것은 다리우스가 태어날 때 이름, 황제로 등극했을 때 이름, 파라오가 되었을 때 이름을 새겨 넣은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의하면 초명이 다리우스, 황제명이 스투트레(Stutre), 파라오명이 멘카이브(Menkeib)라고 한다.

 받침대의 상형문자

받침대의 상형문자 ⓒ 이상기


앞에서는 안 보이지만 옆면에는 24개의 카르투쉬(Cartouche)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카르투쉬는 타원형 안에 상형문자를 위에서 아래로 표기한 일종의 문장이다. 이 문장에는 다리우스 황제가 정복해 지배하고 있는 24개 왕조가 표기되어 있다. 그 24개 나라가 페르시아, 메디아, 엘람, 아란, 파르티아, 박트리아, 소그디아, 아라코시아, 드랑기아, 사타기디아, 호라즘, 사칸, 바빌로니아, 아르메니아, 리디아, 카파도키아, 스쿠데리아, 앗시리아, 아라비아, 이집트, 리비아, 누비아, 마칸, 인디아다.
#아케메네스제국 #페르세폴리스 #대리석 부조와 황소 주두 #수사 #다리우스 청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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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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