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출판팀 모임에서 기사 작성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이 김일경 시민기자.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난 세 아이의 엄마다. 올해 새들생명울배움터경당 2년차 아홉 살 큰딸, 얼른 누나와 경당에 다니고 싶어 몸살이 난 여섯 살 둘째 아들, 그리고 태어난 지 5개월 된 막내딸까지. 배움터경당의 교육문화연구학교가 시작된 이래로 세미나에 참석할 때마다 나는 아이들의 엄마이므로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늘 아이들을 주시하며 있는 곳에서 세미나에 있었고, 띄엄띄엄 내용을 들을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셋째가 태어나고, 몸이 가벼워지듯 마음이 함께 가벼워지는 게 아닌가.
큰아이는 경당에서 4시 반에 하교한다. 작은 아이는 아빠와 어린이집을 다니고, 나는 막내와 늘 함께 한다. 우리 집 막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 이 세 가지를 잘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칭얼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생활이 이렇듯 순조로운데, 내가 아이들 핑계를 대며 못하겠다고 망설이면 진짜 핑계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세미나에 참여 신청을 했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언론출판팀에 들어갔다. 그리고 더 큰 용기를 내어 기사 작성에 도전했다. 물론 용기를 낸 이후로 후회가 급속도로 밀려오긴 했지만, 나를 뛰어넘고자 하는 용기였으니, 끝까지 책임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미래를 위해 나는 '지금'을 바꾸고 싶었다큰아이가 일곱 살이 되기 바로 직전 이맘 때 즈음, 3년 전, 우리는 서울에서 이곳 비산동으로 이사를 왔다. 우리 아이들이 대안학교인 배움터경당에 다니는 것도 이사의 한 이유였다. 배움터경당에 다니는 언니 오빠들이 학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선생님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잘 만나가기 위해 진심으로 애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아이를 잘 설득하고자 했다.
일곱 살이 되어 어느 날, 큰아이는 엄마아빠가 왜 자신을 배움터경당으로 보내고자 하는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게 좋겠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굳이 일반 학교를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우리가 무엇 때문에 비산동으로 왔는지 돌아보았다. 비단 아이의 교육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우리도 자유롭게 성장하고 싶었고, 꿈을 꾸고 꿈을 따라 살고 싶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진심으로 만날 수 있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서로를 보며 행복해 할 수 있는 삶, 나 홀로 분투하지 않고,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그런 만남을 이곳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들은 사랑이라는 걸 만들어 가겠죠이별이란 한 마디는 상상할 수 없는 채로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헤어진다는알 수 없는 날이 다가오고 있는 걸 서로 모르는 시간에서내일을 알 수는 없겠죠어쩌면이라고 예상할 뿐이죠늘 생각했던 게 늘 바래 왔던 게이뤄져 가는 거죠 이뤄져 온 거 겠죠언젠간이라는 아름다운 얘기그 누군가의 기도로 이뤄져 예상할 수 없는 그 어느 날에 always내일을 알 수는 없겠죠어쩌면이라고 예상할 뿐이죠늘 생각했던 게 바래 왔던 게 이뤄져 가는 거죠 이뤄져 온 거겠죠누구나 상상을 하겠죠언젠간이라는 아름다운 얘길견딜 수 없도록 힘겨운 날들이지금의 너와 나를 만들어 왔던 거죠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는 시작할 때 늘 노래 한 곡을 선정해 다 같이 부르는 시간을 갖는다. 11월 3일 네 번째 시간은 부활의 '누구나 사랑을 한다'를 불렀다. 처음 불러보는 노래였지만, '늘 생각했던 게 바래 왔던 게 이뤄져 가는 거죠 이뤄져 온 거겠죠'라는 가사가 마음 깊이 다가와 열심히 불렀다.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 안에 사랑이 있지 않으면, 일이 완성되었다고 해도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듯이 말이다. 노래를 함께 부른 뒤, 새들생명울배움터 최봉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심오하고 감동적인 노래에요. 우리들이 소원하는 많은 바를 포기하지 않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노래인 듯합니다. 통일이 될 즈음에 부르면 좋을 노래예요.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목록을 만들어 둬야겠어요. 이 노래는 꼭 넣으면 좋겠는데, 우리 같이 기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