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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잘 먹고 싶어서 반반차를 썼습니다

하루 첫 끼가 일상에 중요한 이유... 온 가족 모인 건강한 식사, 뜻밖의 행복

등록 2024.08.18 10:55수정 2024.08.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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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차 쓰고 10시에 뵙겠습니다."


결국 저지르고 말았다. 전화하는 내내 이게 맞나 싶었지만, 통화를 끝내고 나니 더더욱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을 '더' 먹고 싶어 반반차를 쓰다니. 이게 맞는 걸까? 알 수 없는 본능에 이렇게 하긴 했지만, 하면서도 나 스스로도 어리둥절했다.

아침 식사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종 야채와 과일이 담겨 있었고 신선한 샐러드에 발사믹 드레싱이 뿌려져 있었다. 평소보다 양이 조금 많은 것 같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날은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물결쳤다. 철썩철썩. 결국 그 물결에 떠밀려 반반차의 물꼬를 터 버리고 만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건강한 아침'을 한 접시만 먹고 일어나는 것이 아쉽긴 했다. 시원한 오이를 하나 더 먹고 싶었고 상큼한 사과도 하나 더 주워 먹고 싶었다. 가끔 식탁에 올라 입안에서 녹듯이 사라지는 따뜻하고 포근한 두부는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그러니까 이건 모두 '건강한 아침' 탓이다.

'건강한 아침'의 시작


a 한상차림 과카몰리와 단호박 그릭요거트케이크만 없었어도, 그대로 출근했을 것을...

한상차림 과카몰리와 단호박 그릭요거트케이크만 없었어도, 그대로 출근했을 것을... ⓒ 남희한


며칠 전 출근길,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오디오를 듣고는 아침 식단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첫 끼를 단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부터다. 얇은 귀로 인해 삶이 쉽게 바뀌는 편이랄까.


내가 들은, 실로 간단한 원리는 이랬다. 일단 당이 포함된 음식을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 먹는다. 혈당이 폭주한다. 높아진 혈당에 맞게 몸이 음식을 갈구한다. 폭식을 한다.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몸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나중엔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결국 잘 자고 일어난 뒤에도 피곤함을 느낀다. 또 다시 당이 당긴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활기찬 생활을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야' 하는데, 그 단순한 패턴을 위한 핵심키가 '아침 첫 끼'라는 것이다. 유일한 정답이 아닌 줄은 알면서도 나는 이 말에 매우 공감했고, 바로 실천에 돌입했다.

해당 오디오를 아내에게 공유한 뒤로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즐겨 찾던 시리얼로 아침을 준비하는 것이 고민이었던 아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과채 위주의 식단을 차려냈다.

먹기 좋게 오이와 당근, 파프리카를 스틱 형태로 잘라 담는다. 신선한 채소에 견과류나 치즈를 얹고 드레싱을 뿌려서 넘치도록 샐러드를 만든다. 여기에 각종 과일을 준비하고 오일에 살짝 구운 방울토마토나 생토마토를 추가하면 대략의 아침상이 꾸며진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지만 아내는 성에 차지 않는지 항상 플러스알파를 더 준비한다. 버섯이나 두부가 있을 때는 오일에 굽고 단호박이 있을 때는 쪄서 요거트를 올린다.

여기에 플러스감마가 되면 빵이나 각종 소스들이 함께 준비되는데, 그럴 때면 호텔 조식을 마주한 듯한 착각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뜻하지 않은 반차를 쓴 것도 이 덕분이다. 아내 덕분에 여러 경험을 한다.

달라진 아침 풍경, 20분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일어나세요~"

아내의 기상 알람에 아이들은 프린터에서 A4 용지가 나오는 것 마냥 침대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자리를 잡는다. 전날 준비해 둔 옷에 겨우 들어간 아이들이 식탁에 도달하면, 이제 시리얼 대신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과채가 기다리고 있다.

뭐라도 먹여야한다는 부모의 의무감과 뭐라도 먹어야 한다는 아이들의 책임감을 덜어주는 최선의 선택이 시리얼이었다. 옥수수로 만든 달짝지근한 시리얼은 약간의 영양분과 맛을 제공함으로써 아침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설탕발린 시리얼이 설 곳은 없다.

처음엔 당황했던 아이들도 점차 풍성하게 차려진 아침식탁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정성스럽게 차려진 식탁에 대접받는 느낌은 당연한 것. 그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이내 적응했다.

파프리카는 조금 적게 먹고 두부는 많이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지만, 일단은 준비된 모든 음식을 앞 접시에 담아간다. 이전엔 귀찮은 듯 시리얼을 뜨던 아이들의 손이 요즘엔 제법 분주해졌다.

a  요즘 먹는 아침. 그런데 가끔, 과거 언젠가 마주했던 리조트 호텔의 조식 느낌이 난다.

요즘 먹는 아침. 그런데 가끔, 과거 언젠가 마주했던 리조트 호텔의 조식 느낌이 난다. ⓒ 남희한


아내와 나는 이전까지 간헐적 단식을 했었다. 점심과 저녁을 먹고 아침을 먹지 않음으로써 16시간 공복을 유지했고 나름 효과를 봤다. 몸은 이전보다 가벼워졌고 속도 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점심을 과하게 먹고 늦은 저녁까지 간식을 찾는 생활이 시작됐다. 16시간 공복은 실상 14시간 혹은 12시간이 되었고 늦은 간식으로 속이 부대끼고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

간헐적 단식에 따른, 일종의 보상 심리가 과식을 불러 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회사에서 나오는 점심 식사는 메뉴가 정해져 있어서 식단 관리가 제대로 잘 되지도 않았다. 첫 끼만큼은 집에서 건강하게 시작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다시 시작한지 세 달 정도 되었다. 굶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사라졌고 점심, 저녁의 폭식이 차츰 줄어들었다. 첫 끼로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폭식을 하지 않게 되었고 수면의 질이 높아졌다.

모든 것엔 원인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언제나 의지의 문제, 마음 자세의 흐트러짐만을 생각했지만 실상 내 마음은 몸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몸의 원초적인 신호와 본능적인 반응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게 내 마음이었다.

물론 이것이 최고의 방법인지 아직은 잘 모른다. 간헐적 단식이 최고인 줄 알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이 패턴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뭐가 됐든, 시도하고 적응하고 맞춰갈 뿐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살기 위해 행복하기

a 건강한 삶 앞으로 마주할 긴 삶에 있어 필요한 준비는 단연 건강이겠다(Adobe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건강한 삶 앞으로 마주할 긴 삶에 있어 필요한 준비는 단연 건강이겠다(Adobe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 남희한(Adobe AI)


얼마 전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만약 '재수 없으면' 우리는 향후 150세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을 거란 말이었는데, 내게는 그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살아가는 긴 시간 동안 '지겨워서 살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는 거의 확정된 예견 앞에서, 새삼 화두가 된 것은 행복이었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살기 위해 행복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나는 크게 공감했다. 그 행복의 근간에 건강이 있다. 건강한 삶이라는 건 결국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시작이 내 몸을 위한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건강한 아침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아침을 즐기기 위해 알아서 20분이나 앞당겨 하루를 시작한다. 저녁 7시 반 이후로는 간식을 먹지 못하게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아침 식사에 열정적이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그 덕분에 모든 식구가 아침에 둘러 앉아 건강한 식사를 함께 한다. 뜻하지 않게 이것만으로도 아침부터 행복을 맛보고 있다.

나쁜 것을 피하니, 이래저래 좋은 일을 마주한 셈. 오늘 아침도 몸과 마음이 충만하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이제는행복한중년 #중년의건강관리 #노년을위한준비 #예견된장수 #삶을위한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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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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