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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네" "우리가 들러리?" 분통 터진 무주군 축제, 무슨 일?

전북 무주 반딧불축제 농산물판매장 입점 농가 '부글부글', 주최 측 준비미흡 비판

등록 2024.09.09 14:21수정 2024.09.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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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반딧불축제에 참가한 농가 일부가 축제 이틀만에 부스를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농가는 무주군의 무책임한 운영에 반발했다.

반딧불축제에 참가한 농가 일부가 축제 이틀만에 부스를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농가는 무주군의 무책임한 운영에 반발했다. ⓒ 무주신문


"망했어요."

22년 전인 제6회 전북 무주 반딧불축제 때부터 축제 농산물판매장에 참가해 온 농민 A씨는 올해 축제(9월 8일 종료)처럼 매출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주말 동안 매출이 200만 원도 안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뿐만이 아니다. 농산물판매장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은 저조한 매출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루 매출 '0원'을 기록한 부스도 있었으며 저조한 매출을 견디다 못해 일찍 부스를 접고 떠난 참여 농가도 있었다.

농산물판매장 입점 농민들은 "농민들을 초청해 놓고 축제장에 안내 표지판도 없는 게 어딨냐" "이렇게 준비 없는 축제는 처음이다. 이건 농민들을 축제 구석에 들러리처럼 세워놓은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누구는 에어컨에, 누구는 뙤약볕에

판매되고 있는 농산물에 따른 형평성 논란도 있었다. 임시 설치물을 실내에 조성하고 에어컨도 설치한 천마 판매장과 달리 다른 부스들은 야외에 마련됐다. 햇빛 가림막도 없어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된 부스도 있었다. 상인들은 각자의 집에서 선풍기나 냉풍기를 가져오는 등 무더위를 피하느라 애썼다.

저조한 매출로 힘들어하는 곳은 농산물판매장만이 아니었다. 전북 무주군은 지난해부터 반딧불체육관에 음식관을 조성했다. 키오스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현장 운영에 문제가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음식관은 올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부스에 참가한 상인들의 의견은 달랐다.


부스 설치 하고 나면 끝인가

지난해 음식관에서 높은 매출을 올렸던 B씨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매출을 기대하며 아르바이트 인력을 3명이나 고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축제 첫 주말 이틀 동안 재료비 정도만 겨우 벌었다. 참가비로 매상의 10%를 축제제전위원회에 지불하고 나면 손해가 뻔하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축제장 곳곳에 점점 간식 부스가 있는데, 음식 판매장도 곳곳에 있으니 손님도 분산된다"며 음식관 부스에 참가한 상인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기획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낮에는 볼 게 없어서 관광객이 오지도 않고 저녁에는 공연이 열리는 곳만 북적거린다. 우리는 어디서 경쟁력을 얻으란 말이냐"며 야간에 프로그램이 집중된 반딧불축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읍내 식당 상인들도 고충을 털어놨다. 일부 상인은 "축제 동안 관광객은 남대천 인근과 예체문화관 주변에 몰려 읍내 식당은 파리만 날린다"며 "이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축제 맞냐"고 되물었다.

올해 무주군은 주계로8길 일대를 야식거리로 꾸미는 '야밤도주'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읍내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민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을 새롭게 경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무주읍상권활성화추진단'은 '야밤도주'에 대해 "70%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계로8길 상인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거리에 활기가 생겨 좋다는 평가도 있지만 식당 바로 앞에 차려진 부스에서 음식을 팔고 식당 내부로 손님을 유인할 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등 가게 상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무주군은 대체 무엇을 준비했나

a  전북 무주군청 전경.

전북 무주군청 전경. ⓒ 무주신문


상인들은 축제장 곳곳에 분산된 음식 부스와 상인을 위한 기획 부재를 매출이 저조한 원인으로 꼽았다.

상인들은 "올해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었던 것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한 주최 측의 대비가 전혀 없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축제에 마련된 부스나 골목상권에 사람이 유입되도록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주최 측의 불찰'이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 축제 사례를 살펴보면 무주군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알 수 있다. '진안 홍삼 축제' 등 다양한 지역 축제가 '깜짝 가격 할인 행사' '부스 방문 인증 이벤트' 등을 마련하거나 축제를 방문한 사람들이 부스를 전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동선을 기획해 관광객의 부스 참여와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또, 지난 6월 강진군은 '제2회 수국길 축제' 기간에 강진 읍내에 체험 부스와 추첨 이벤트를 열어 골목상권으로 관광객을 유입하는 '골목상권 첫걸음 이벤트'를 진행, 상인과 관광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송열 반딧불축제제전위 위원장은 상인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올해 줄어든 내방객으로 인해 불만이 나오는 것을 이해한다"라며 "농산물판매장 상인들의 고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차후 간담회를 통해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

천마 특산품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무주의 주력상품이다 보니 부스에 공을 들이게 되었는데, 다른 상인들의 불만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축제에서는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매년 접수되는 읍내 상권의 소외 문제에 대해 "올해의 '야밤도주' 프로그램 같은 시도와 관광객 유입 방안을 연구해 구천동이나 리조트에 오는 관광객도 무주읍내까지 유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읍내는 들썩였지만 '모호'했던 무주 반딧불축제 https://omn.kr/2a47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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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반딧불축제 #농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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