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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청년 카페 '쫓아낸' 김포시 "공무원들 싼 커피 원해"

시청사 내 달꿈카페 4년 운영한 '파파스윌' 대신 '컴포즈' 입점... "장애인 일자리 빼앗았다" 비난

등록 2024.07.26 11:14수정 2024.08.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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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하1층 카페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포시청

지하1층 카페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포시청 ⓒ 김진이


발달장애인 일터로 4년 동안 운영하며 장애인 일자리와 자립 사례로 주목을 받아온 김포시청 '달꿈카페'에 돌연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하자 장애인단체들과 김포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 집회를 개최하고 김포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19일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포시장애인단체연합회, 김포시장애인시설연합회, 김포민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생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등은 김포시청 본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들은 "시청카페를 공개입찰하지 않은 이유, 어떤 근거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자로 선정했는지를 설명"하고 "장애청년들의 일자리 보장", "장애인과 장애단체, 사회적기업에 대한 홀대를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김포시의회 민주당 소속 김계순, 오강현, 배강민, 김기남, 유매희, 이희성, 정영혜 의원은 같은날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시가 장애인 일자리를 빼앗았다"며 김포시를 규탄했다. 의원들은 이어 열린 장애인단체들의 항의집회에도 참석했다. 

"너무 황당"... "규정대로 해서 문제없다"
 

a  김포시청 지하1층 카페에 대기업 프랜차이즈인 컴포즈커피가 입점해 있다.

김포시청 지하1층 카페에 대기업 프랜차이즈인 컴포즈커피가 입점해 있다. ⓒ 김진이

 

김포시청 달꿈카페는 2020년 1월 파파스윌이 입점하여 장애청년 5명, 비장애청년 2명이 근무해 왔다. 김포시는 4년 동안 운영해 온 달꿈카페에 대해 작년 11월 파파스윌에 계약만료를 통보해 카페는 12월까지 운영됐다. 이후 올해 6월 20일 '컴포즈커피'가 입점했는데 공고나 공개입찰 없이 비공개,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컴포즈커피는 국내·외 2626개의 가맹점주를 갖고 있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 최근 필리핀 기업인 '졸리비'에 4700억 원에 매각됐다. 

파파스윌 엄선덕 대표는 "2022년 10월 김포시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우리가 운영한 달꿈카페가 91.7%의 만족도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며 "작년 11월 김포시는 계약만료를 통보하면서 청사 내 사무 공간과 휴게 공간 리모델링을 이유로 들었고, 카페가 필요하면 이후 재공고를 하겠다고 해서 기다리던 차에 갑작스럽게 대기업 프랜차이즈 입점 소식을 들어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달꿈카페의 사용 허가 기간이 작년 12월 31일 자로 종료되었고,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13조 3항 등을 근거로 수의계약을 체결했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포시 후생노무팀장은 "공유재산법상 청사 사용 허가는 입찰과 수의계약 다 가능하다"라며 "2020년에도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을 진행했다. 운영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경쟁 방식으로 제안 심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로 운영 주체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후생노무팀장은  "기존 카페의 커피 가격이 2500원이었는데 직원들을 대상으로 복지 업무 전체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카페 가격을 저렴하게 하고, 메뉴도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우리 후생노무팀은 어디까지나 직원들의 후생을 최우선에 둘 수밖에 없고, 해당 카페도 그런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포시의회 김계순 의원은 김포시가 관련 시행령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회적경제 확대 등의 공공 영역의 의무와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계순 의원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에는 '사용 허가를 하려면 일반 입찰을 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다만'이란 단서 조항으로 '공무원 후생 목적' 등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되어있지만 올해 2월 법제처는 유관 해석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문언의 의미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답변했다"라며 "장애인 일자리, 사회적기업의 기회를 확대해도 부족할 텐데 오히려 빼앗고, 대기업 그것도 외국계 프랜차이즈업체와의 계약을 위해 단서 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일 항의 집회에 장애인들과 함께 참석한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경희 팀장은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앞장서서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 서초구의 경우 지자체에서 위탁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고용 카페가 40여 곳에 이르고 인천, 고양, 부천, 의정부, 평택, 시흥 등 경기도 여러 지자체에서도 청사에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일자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김포시는 정부 기관이나 지지체가 당연히 나서야 할 장애인 고용 문제를 외면하고 거꾸로 복지행정으로 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를"
 

a  19일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단체들이 김포시를 규탄하고 있다.

19일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단체들이 김포시를 규탄하고 있다. ⓒ 파파스윌


김포시가 청사 내 '카페동'을 건축할 예정인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계순 의원은 "김포시가 민원동 옆에 4억 3000만 원 예산을 들여 카페를 만들겠다며 실시설계비를 상정해 당시 행정복지위에서 논란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카페를 2개 운영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포시가 현재의 지하 1층 카페는 사무공간으로 이용하고, 별도의 카페를 만들겠다고 답해 예산이 통과된 것으로 안다"라며 "그런데 갑자기 지하 1층을 다시 카페로 2년 수의 계약을 한 것은 말이 안되는 행정"이라고 말했다. 

김포시 후생노무팀장은 신규 카페동과 관련해서는 "현재 지하 카페가 협소해서 외부에 카페를 계획한 것"이라며 "설계 중이어서 어떻게 운영할지 내용이나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파파스윌 엄선덕 대표는 "달꿈카페는 장애청년, 장애가족, 도움을 주는 이들과 함께 일궈 온 소중한 일자리였다. 장애인 한 사람이 일자리를 잃으면, 그를 보조하던 지역 청년도 일자리를 잃게 되고,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가족도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엄 대표는 "그동안 달꿈카페는 공무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했고, 시민들과 공무원들 모두 달꿈카페의 노력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2020년에도 공정한 입찰과 심사를 통해 선정됐던 것처럼 우리는 김포시에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장애인언론인 비마이너에도 같이 게재됩니다.
#장애인 #김포시청 #컴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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