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의 <뉴스브리핑> 누가 감히 언론자유를 입에 담는가

등록 2001.05.17 08:47수정 2001.05.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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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제한 예외 확대 기업규제 일부 완화

어제 우리가 우려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돼온 출자총액제한제의 예외인정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들의 규제완화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할 방침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3월말까지 순자산의 25%가 넘는 출자분을 해소하도록 한 출자총액 제한제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예외 인정범위를 확대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축적', '탄력적'이라는 말은 곧 기존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말입니다.

예외 인정 분야는 *기존 핵심역량 외에 신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투자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분야이긴 한데요. 과연 그러한 예외 인정 분야가 엄격하게 제한될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30대기업지정제는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벌들의 '밀어붙이기'가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대상선 빚 급증

바로 이런 일 때문에 위와같은 조치가 우려되는 건데요.


현대 정몽헌 회장이 이끄는 현대건설, 하이닉스 반도체, 현대석유화학등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까지 채무조정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중앙일보가 보도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북사업의 재정립 방향과 현대자동차 그룹의 자체 물류망 구축 여부 등도 현대상선의 불확실성을 크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재정 주간사를 선정해 중장기 경영전망을 세우고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편에 나설 계획입니다. 현대상선의 재정 주간사로는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JP모건, UBS워버그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이럴 때면 외국회사들이 등장하는 것이 씁쓸합니다.

중앙일보 관련기사 보기

직장인 넷중 한명 "고위험 스트레스"

연세대 원주의대 장세진 교수팀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지난 9월부터 직장인 2652명을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은 직장인의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대상의 23%는 고위험 스트레스 집단이고, 71%는 잠재적 스트레스 집단, 겨우 6%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강집단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고위험 스트레스 집단의 경우 정신질환, 심혈관계 질환, 탈진은 물론 극단적으로는 과로사 위험성이 있다"고 합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여성, 젊은 층, 미혼이거나 배우자와 이혼한 사람, 사별, 별거한 직장인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흡연자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하니까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이 스트레스를 치료할 약이겠죠.

입시학원 한밤 불, 학원생 8명 사망

어제 밤 10시 30분께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예지학원에서 불이 났습니다. 주은숙 양 등 학원생 8명이 숨지고 10여명이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부상자 25명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학원은 요새 유행하는 이른바 기숙학원인데요. 화재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믿을 수 없어, 핵심현안 검증 필요

콘돌리자 라이스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처럼 미국 정부내의 매파, 강경판데요. 대학교수 출신으로 부시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는 이 여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강력하고 적절한 검증조치가 필요하다, 미국은 북한의 불량한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습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이 전한 얘긴데요. "김위원장은 과거 수년 동안 무엇인가 하겠다고 위협하고 실제로 무엇인가 하는 행동에 익숙해져 있으며, 그럴 경우 모든 사람이 그를 앞다퉈 진정시키려 함으로써 김위원장은 반대급부를 받았다"고 해서 북한의 '벼랑 끝 외교'의 핵심을 꿰뚫었습니다.

라이스 보좌관은 그러한 행동에 대한 해법으로 "김위원장이 불량하게 행동하면 보상받지 못할 것이며 그가 선량하게 행동하면 보상받을 것이라는 게 부시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언제 시간나면 말씀 드리겠지만 이런 해법은 게임이론에 나오는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 전략인데요.

논리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해법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러한 전략이 엄청난 위험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도 라이스 보좌관이 기억해야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툭하면 상호주의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북교수, 학생들 미 대학서 '자본주의 경제' 수강

한국일보 보도입니다. 북한의 교수와 학생들이 이르면 올 가을학기부터 미국의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다고 합니다.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주립대는 15일 북한 당국과 북한 교수 학생들의 수강에 관해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영훈, 이일남 책임연구원 등 조선대외무역촉진위원회 북한 실무방문단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책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팀인데요.

이들과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이르면 북한교수, 학생들이 자본주의 경제이론과 기술분야 강의를 듣는다고 합니다. 미국 경제학에서 무엇을 배울지,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개방직 '공무원 집안 잔치' 93곳 중 민간인은 14곳 뿐

개방형 임용제라는 게 있습니다. 유능한 민간인력을 끌어들여서 공무원 사회에 경쟁바람을 불어넣자는 취지도 도입된 제도였는데 결과를 보니까 공무원끼리 나눠먹는 집안잔치가 되고 말았다는 소식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임용 완료된 93개 지위 가운데 전현직 공무원 출신이 아닌, 순수민간임이 임용된 곳은 14개(15%)에 불과합니다. 특히 올들어 공개 채용된 정부의 개방형 직위 29개 중에서 딱 1개라고 합니다.

이같은 공무원 독식현상은 우수한 민간인력이 낮은 연봉과 퇴직 후 자리문제 등으로 개방형 직위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하고 있는데요. 아마 공무원들에 고유한 텃세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겁니다.

한편 뽑는 사람들 쪽, 즉 공무원 쪽에서는 내부적으로 가능한 한 공무원 출신들을 뽑으려고 합니다. 이런 두 요인이 합쳐져서 개방형 임용제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먼저 개방돼야 개방형 임용제도 빛을 발할 듯 합니다.

제조업체 4곳 중 1곳, 돈벌어 이자도 못갚아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들이 전체의 26.3%라는 통계를 한국은행이 발표했습니다.

이익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갚을 수 있으면 1 이상이 되고 못 갚으면 1 미만이 되는지표인데요. 이번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결과, 약 1/4이 이자도 못 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 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은 매출이 크게 늘고 재무구조도 개선됐으나 증시침체와 환율급등으로 유가증권 평가손과 환차손을 보아 전년보다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밝혔습니다. 즉 통상적인 영업에서은 이익을 봤는데 주로 투기적 영역에서 손해를 봤다는 거죠. 경향신문 보돕니다.

오늘의 기획기사

세계일보는 "반부패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싣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만의 '비리 대청소 작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청렴도 순위에서 28위를 차지해서 48위인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깨끗한 나라로 알려졌는데요.

천수이벤 총통 취임 후에 우리의 국회의원 격인 입법위원 6명이 구속되고 지방자치단체장 중 6명이 쇠고랑을 찼습니다.

언제나 '태산명동에 서일필' 떠들석했는데 깃털만 날리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죠? 바로 그런 차이가 청렴도 격차를 지속시키고, 심지어 확대하는 것이겠죠.

세계일보 기획기사 보기

<정태인의 오늘, 그리고 내일>

"누가 감히 언론자유를 입에 담는가"

그제와 어제, 광주에 다녀 왔는데 언론자유가 뭔지 생각하게 한 이틀이었습니다.

80년 5월 21일부터 6월 1일까지 광주의 신문들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스스로 제작 거부를 한 거죠. 당시 신문들을 보면 검열을 받아서 지면의 1/4이 공백으로 나간 적도 있었는데요. 신군부는 그 공백마저 채우라고 강요해서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는 기사 내 돌출광고가 그 때 생겼다는 겁니다.

"제대로 전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보도를 포기하겠다." 그야말로 언론자유를 위한 자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요즘 일부 언론이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사실 조선일보 등 요즘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시절에 광주 시민들을 폭도라고 매도했던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언론자유를 어떻게 감히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사람이 얼마나 얼굴이 두꺼울 수 있는가를 새삼 생각하게 한 이틀이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밤 9시 45분, MBC TV '미디어 비평'을 보시기 바랍니다. 광주항쟁 당시 언론의 보도내용, 그리고 그 때 저항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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