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종(芒種), 모내기에 알맞은 날

여름절기를 알아보자

등록 2001.06.05 21:18수정 2001.06.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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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름날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산과 들의 푸르름은 한층 짙어져 가고, 빙과류의 판매량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벌써 여름절기의 한 가운데에 와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났지만 여름절기 입하, 소만, 망종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입하(入夏)

24절기 일곱 번째로 음력은 4월절(四月節), 양력은 5월 5~6일경이며,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있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 때인데 '여름(하:夏)에 든다(입:入)'는 뜻으로 초여름의 날씨를 보인다. 절기로 보면 여름은 입하(立夏)에서부터 시작하여 입추(立秋)전까지이다.

옛사람들은 입하 15일간을 5일씩 3후(三候)로 세분하여, 초후(初候)에는 청개구리가 울고, 중후(中候)에는 지렁이가 땅에서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왕과(王瓜: 쥐참외)가 나온다고 하였다.

이맘때면 곡우 때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삿일이 좀더 바빠진다. 푸르름이 온통 산과 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리는 절기이다. 서울 송파지역에서는 세시풍습의 하나로 쑥무리를 절식(節食)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보통 우리 전통차 중 곡우전후에 딴 우전차, 세작을 최상품으로 치지만, 한국의 다성(茶聖:차의 달인) 초의(艸衣)선사는 '우리의 차(茶)는 곡우 전후보다는 입하(立夏) 전후가 가장 좋다'고 하였다.


우전차는 신선하고 향이 맑기는 하지만 우리에겐 완숙하면서 깊은 여름차가 더 잘 맞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전통차는 덖음차로서 된장찌개와 숭늉의 깊고, 구수하며, 담백한 맛을 닮은 차를 만드는데 여름차 가 더욱 가깝다는 뜻일 것이다. 우전차를 우대하는 것은 일본식 차개념임으로 이제라도 전통차의 철학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통한국차를 지켜온 선암사 지허스님의 주장이다.

소만(小滿)


24절기의 여덟 번째 절기로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들며, 음력 4월, 양력 5월 21일께가 된다. 태양이 황경 60도의 위치에 올 때인데 만물이 점차 자라서 가득 찬다(滿)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는데 가을보리를 거두고, 이른 모내기를 하며, 밭농사의 김매기 등을 하게 된다.

옛날에는 소만부터 망종까지의 시기를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등분하여,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 씀바귀는 꽃상추과에 속하는 다년초로서 뿌리나 줄기, 잎은 이 시기에 식용으로 쓰였다.

또 이때 즐겨 시식하는 냉잇국은 시절식으로 이름이 높다. 초후를 전후하여 죽순(竹筍)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 먹는다. 보리는 말후를 중심으로 익어 밀과 더불어 여름철 주식을 대표한다.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뒤덥혔지만 대나무만큼은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이는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에 자기의 영양분을 공급해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어미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에게 정성을 다하여 키우는 것과 같다 하겠다. 봄의 누래진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대나무 가을)이라 한다.

망종(芒種/6월 6,7일)

24절기의 아홉 번째로 음력 4, 5월, 양력 6월 6, 7일 무렵이 된다.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에 들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75도일 때이다. 벼,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芒) 곡식의 종자(種)를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다.

옛 사람들은 역시 망종을 5일씩 끊어서 3후(三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마귀가 생기고, 중후(中候)에는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지빠귀(지빠귓과에 딸린 새:개똥지바뀌 등)가 울음을 멈춘다 하였다.

농사력에서는 보리베기와 모내기를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속담에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오."라는 속담이 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도 있는데 망종을 넘기면 보릿대가 꺾어지거나 부러지고 바람에도 넘어 갈 염려가 있으며, 망종까지는 모두 베어야만 논에 벼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쪽에서는 '발등에 오줌싼다'고 할 만큼 1년 중 제일 바쁜 때였다.

전남지방에서는 망종날을 '보리 그스름'이라 하는데 아직 남아있는 풋보리를 베어다 그스름을 해먹으면 이듬해 보리 농사가 잘 되어 곡물이 잘 여물며 그 해 보리밥도 달게 먹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 이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그 다음날 먹는 곳도 있었다.

망종이 빠른 날짜에 오는지 늦게 오는지에 따라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데 이를 '망종보기'라 한다. 음력 4월 안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되어 빨리 거두어들일 수 있으나 5월에 망종이 들면 그 해 보리 농사가 늦게 되어 다음해 망종 안에 보리 수확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했다.

전남, 충남, 제주도에서는 망종날 하늘에서 천둥이 요란하게 치면, 그 해 농사가 시원치 않고 불길하다고 한다. 경남 도서 지방에서는 망종이 늦게 들어도 빨리 들어도 안 좋으며 중간에 들어야 시절이 좋다고 믿었다. 특히 음력 4월 중순에 들어야 좋다고 생각했다.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 와서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만든 뒤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채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였다고 한다.

제주도 지역에서는 망종이 일찍 들면 그 해 보리가 좋고 늦게 들면 보리가 좋지 않다고 하며 또 이날 우박이 내리면 시절이 좋다고 했다.

들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지만 오랜 가뭄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저기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낸다. 예전에는 기우제를 어떻게 지냈으며, 다른 나라는 어떨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주신(主神)인 제우스가 비를 내린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우스의 신목(神木)인 떡갈나무 가지에 물을 적시어 기도를 드렸다고 하며, 로마에서는 소형 신상(神像)을 티베르강(江)에 흘려보내면서 비오기를 빌었다고 한다.

게르만 민족 사이에서는 처녀를 발가벗겨 물을 뿌리면 비가 내린다고 믿었다. 인도에서는 개구리에게 체를 통해 물을 뿌리거나 뱀의 모조품을 만들어 물을 뿌리거나 물을 끼얹는 풍습이 있었고, 유럽에서는 돌을 비의 신(神)으로 믿어, 돌에 물을 묻히거나 물 속에 담그면 큰비가 온다고 믿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릴 때에는 그 돌을 불 옆에 놓았다.

중국에서는 가뭄이 생기는 원인을 젊은 여인이 임신 중에 죽어 태아와 함께 땅에 묻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 기우제의 일종으로 ‘종이 ·천 등에 ‘한발(旱魃)’이라고 쓴 것을 태우는 풍습이 있었는데 무덤 속에서 흰 깃발이 나와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을 흩어 놓기 때문에 비가 안 온다고 믿었다.

또한, 중국인들은 용(龍)이 비를 지배한다고 믿어 용신(龍神)에게 지렁이(토룡:土龍)를 바치는 기우제 풍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산의 봉우리·큰 냇가 등에 제단을 만들어 신성한 땅으로 정하여 부정한 사람들의 통행을 금하는 등 정결히 하고, 마을 전체의 공동 행사로 제사를 지냈다. 제주(祭主)는 마을의 장이나 지방관청의 장이 맡았고, 돼지 ·닭 ·술 ·과실 ·떡 ·밥 ·포 등을 제물로 올렸다.

민간의 풍습에서는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그것을 씻기 위해 비를 내린다는 생각으로 개를 잡아 그 피를 산봉리에 뿌려 놓기도 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가뭄이 심할 때 왕이 직접 백관을 거느리고 남교에 나와 기우제를 올렸는데, 일반에서는 시장을 옮기고, 부채질을 하거나 양산을 받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양반도 관(冠)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종묘 ·사직과 흥인(興仁) ·돈의(敦義) ·숭례(崇禮) ·숙정(肅靖)의 4대문, 동 ·서 ·남 ·북의 4 군데 성밖과 중앙인 종각 앞, 또는 모화관 ·경회루 ·춘당대(春塘臺) ·선농단(先農壇) ·한강변 등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기우제의 대상이 되는 신은 천신(天神), 지기(地祇:땅의 신), 명산대천신(名山大天神:큰산의 신), 풍운뢰우신(風雲雷雨神:바람, 구름, 번개, 비의 신), 서낭신(땅과 마을을 지키는 신), 토지신, 산신, 동신(洞神:마을귀신), 용신(龍神), 수신(水神: 물의 신) 등이다.

중요한 것은 임금이 나라를 잘못 다스려 하늘의 벌을 받은 것이라 하여 임금 스스로가 몸을 정결히 하고 하늘에 제사지내는 것은 물론 음식을 전폐하였다.

또 궁궐에서 초가로 옮겨 거처를 하였으며, 죄인을 석방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고 한다. 현대의 정치에서도 미신을 믿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철학으로 나라를 운영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참고

뿌리넷 : www.poori.net
이야기 한자여행 : www.hanja.pe.kr/8-han/8-han1.htm
디지털한국학 : www.koreandb.net/holiday/heritage/cult_day03.html 
우리가 알아야 할 국경일과 기념일 : myhome.shinbiro.com/~leens84/index.htm
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한국의 민속, 김성배, 집문당, 1980
네이버백과사전 : 100.naver.com/search.naver?where=100&command=search&query=%B1%E2%BF%EC%C1%A6

덧붙이는 글 참고

뿌리넷 : www.poori.net
이야기 한자여행 : www.hanja.pe.kr/8-han/8-han1.htm
디지털한국학 : www.koreandb.net/holiday/heritage/cult_day03.html 
우리가 알아야 할 국경일과 기념일 : myhome.shinbiro.com/~leens84/index.htm
민속대사전, 한국민속사전 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1
한국의 민속, 김성배, 집문당, 1980
네이버백과사전 : 100.naver.com/search.naver?where=100&command=search&query=%B1%E2%BF%EC%C1%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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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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