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으로 남도음식 맛보러 가세

제9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린다

등록 2002.10.17 20:54수정 2002.10.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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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먹기 위해서 살까? 아니면 살기 위해서 먹을까?

a 남도음식큰잔치 포스터

남도음식큰잔치 포스터 ⓒ 전라남도

이 물음은 어쩌면 바보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그저 살기 위해서 먹을 수도 있고, 먹기 위해 살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을거리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이리라.


우리는 어렸을 적 어머니의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음식들을 먹던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엇비슷한 재료들, 들척지근한 양념들로 음식 이름은 달라도 그 맛이 그 맛인 듯한 요즘 음식들이 지겨워지면서 제대로 차린 어머니 밥상을 다시 한번 받아 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 진다. 자연 재료의 고유하고 구수한 양념 맛이 어우러져, 무뎌진 혀의 감촉들을 일깨울 수 있는 밥 한 끼 먹는다면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도 회복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을까?

예로부터 음식 맛이 가장 뛰어난 고장으로 알려져 있는 남도. 그 남도의 음식들을 골고루 다 먹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남도의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먹어보고, 만들어 볼 절호의 기회가 있다. 제9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가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지난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일)까지 5일 동안 열리고 있는 것이다.

1년 중 가장 아름답다는 시월에 추수가 끝나 더 넉넉해진 인심, 공기까지 달콤해져 여행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남도땅이다. 한상 차려 받으면 혀끝이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 마음도 푸근해지고 기운까지 나는, 그 넉넉하고 깊은 맛을 보러가고 싶다.

행사의 내용을 보면 남도음식 전시, 남도‘쌀음식’전시, 사찰음식 전시, 전통차, 차음식 전시 등의 음식전시가 있으며, ‘남도 요리명장 콘테스트’라는 이름의 음식경연도 열린다. 그런가 하면 남도김치 만들기, 김밥 등 간편음식 만들기, 부침개 부치기 등 직접 음식체험을 할 수도 있다.

또 17일~18일 양일간 열리는 제29회 남도문화제, 전국대학생풍물놀이 경연대회, 마당극 '놀부전', 신민요 공연, 어린이풍물패 공연, 줄타기공연 등의 문화행사가 있으며, 각 시군식당 운영, 시군 특산품 판매점, 떡 카페테리아, 부엌용품전, 떡치기, 민속놀이 한마당 등의 부대행사도 동시에 열린다.


이 잔치가 선보이는‘남도음식브랜드10선’을 전라남도문화유산해설사이며,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과 김정숙 교수의 도움으로 살펴보자.

a 담양/대나무통밥,  화순/흑두부

담양/대나무통밥, 화순/흑두부 ⓒ 전라남도

먼저 목포근해의 갯벌에서는 나는 쫀득쫀득하면서도 연하기 그지없는‘세발낙지 요리’가 있다. 낙지는 섬 지방에서는 최고의 스테미너 식품으로 낙지 한 마리가 인삼1근과 맞먹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장흥에는‘표고버섯요리’가 있다. 모든 버섯의 성분에는 면역력을 증진시켜 암을 예방, 억제하며, 세포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抗)산화작용이 있다고 한다. 버섯을 당면대용으로 쓴 버섯잡채, 버섯덮밥, 말랑말랑한 표고버섯 사이에 쇠고기가 쏙쏙 들어간 표고버섯찜, 라이스페이퍼에 야채와 싸서 먹는 모듬버섯쌈, 들깨 국물에 끓여 고소한 버섯전골 등 다양한 버섯요리가 있다.

다음이 화순의‘흑두부’이다. 달맞이 흑두부는 보통 하얀콩을 사용하는 일반 두부와는 달리 우리나라 최초의 검정콩을 이용한 전혀 다른 두부를 만들어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점을 착안해낸 것이다. 검정콩 흑두부는 연구결과 단백질, 불포화 지방산, 라신(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어린이들에게는 성장 발육 촉진을 성인에게는 각종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좋은 전통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구례는 심산유곡 지리산 일대에서 채취한 무공해 자연산 나물을 주재료로 한 ‘산채 요리’로 유명하다. 두릅과 죽순, 더덕, 취나물, 도라지, 싸리버섯, 고사리에서부터 이름도 생소한 각종 나물과 자연산 버섯이 무궁무진하다. 산채는 저마다 고유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그 독특한 맛이 난다.

a 구례/산채요리,  무안/돼지 짚불구이

구례/산채요리, 무안/돼지 짚불구이 ⓒ 전라남도

좋은 쌀이 건강한 대나무와 만나서 내는 독특한 건강식이 담양의‘대나무통밥’이다. 대통에 불린 쌀과 대추, 은행, 밤을 넣고 압력솥에서 쪄낸 밥은 쫄깃쫄깃 차진 영양밥으로 은은한 대나무 향기를 먹는다. 대나무로 만든 음식은 정신과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 당뇨병 예방, 불면증, 숙취해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섬진강의 맛에서 뺄 수 없는 것이 곡성의 은어,‘참게요리’이다. 민물 참게로 담근 게장은 별미 중의 별미로 꼽는데 간장으로 담그려면 참게를 항아리 속에 넣고 물을 부은 다음 뚜껑을 덮어 하룻밤 둔다. 쇠고기 날 것을 잘게 썰어 넣으면 게가 고기를 순식간에 먹어 버리는데 이렇게 고기 먹은 게로 게장을 담그면 맛이 훨씬 좋다.

무안군이 자랑하는‘돼지 짚불구이’는 돼지고기를 석쇠에 얹어 볏짚에 구워 된장, 상추와 함께 먹는 특이한 요리다. 볏짚에 고기를 구워 그을음 냄새가 없고 볏짚 특유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 훈제한 맛이 난다. 암돼지의 삼겹살을 얇게 썰어 석쇠에 가지런히 깔고. 볏짚을 지펴 그 불씨로 고기를 굽는데 고기가 익으면서 기름이 볏짚 위로 떨어져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잘 탄다.

이 외에도‘광양 숯불갈비’,‘나주 곰탕’,‘강진 장어’ 등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 먹어볼 수 없는 자부심 있는 일품요리라 한다. 이 잔치는 ‘남도의 맛과 멋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전라남도가 주최하며, 문화관광부 등이 후원하고 있다.

이 잔치를 구경한 다음 행사장인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꼼꼼히 살펴보고,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절 ‘선암사’, ‘송광사’와 보성의 녹차재배단지(다원)와 녹차생산공장, 판소리 강산제 발원지, 전통 미력옹기공장, 삼베공장, 천연염색연구소 등을 둘러보는 것도 또 다른 아름다음일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춘녀(春女)는 사(思)하고, 추사(秋士)는 비(悲)한다.” 즉, 봄여자는 생각하고, 가을남자는 슬퍼한다고 하지만 이번 주말은 봄여자든 가을남자든 이 ‘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 가보고 또 다른 ‘추억만들기’를 하면 어떨까?

a 잔치가 열리는 낙압읍성 지도

잔치가 열리는 낙압읍성 지도 ⓒ 전라남도

덧붙이는 글 |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누리집>  http://www.namdofood.or.kr/food/

덧붙이는 글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누리집>  http://www.namdofood.or.kr/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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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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