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이론보다는 소박한 실천으로

제 2회 전국참교육실천보고대회를 다녀와서

등록 2003.01.14 19:24수정 2003.01.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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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잠보다도 뜨거운 연대와 나눔의 시간으로 더 많이 기억될 건국대학교 충주 캠퍼스 기숙사 건물 뒤편에는 사과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겨울이어서 당연히 나무에는 사과 한 알 달려 있지 않았지만 마치 출산을 마치고 조용히 누워있는 산부처럼 한가로운 자태가 오히려 풍성하고 행복해 보였다.

문득 이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한 해 동안 나의 사과나무는 풍성했을까? 내 가지에 달린 사과들은 행복했을까? 혹시 내가 병들어 열매들도 함께 병들지는 않았을까? 병든 사과나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잠시 뿌리를 뽑히는 아픔이 있더라도 땅을 뒤엎고 새로운 흙을 부어넣어야 하지 않을까?

침낭을 어깨에 매거나 몸집만큼이나 커 보이는 봇짐을 하나씩 들고 차에서 내리는 교사들은 추운 영하의 날씨에도 환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승진 점수도 없고 출장비도 주지 않는 참교육실천보고대회에 전국 각지에서 무려 2700명이나 되는 교사들이 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병든 사과나무가 되지 않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먼길을 달려온 것은 아닐까?

개회식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39개의 분과마당으로 흩어졌다. 중등학급운영분과는 신청자가 많아 강당만큼이나 커 보이는 강의실이 배정되어 그곳에서 짐을 풀었다. 둘러보니 제자처럼 느껴지는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리고 젊은 여교사들이 많았다. 첫 발표자로 나온 문수진(속초중학교) 교사도 교직 경력 3년이 채 안 되는 햇병아리 교사였다. 아이들을 사랑해서 교사 일을 한다는 마음은 아직 부족하지만 가정방문을 하면서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겸손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문 교사는 초등학교 시절 멋진 총각 담임 선생님이 자전거를 타고 가정방문을 오신 기억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 담임을 맡게 되자 가정방문을 하고 싶어졌다. 동기가 다분히 낭만적이었기에 이것저것 따지다가 포기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 교사는 "한 번 해볼까? 그래 해보지 뭐"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일을 저질러 버렸다.

a 문수진 교사

문수진 교사 ⓒ 안준철

그후 매일 밤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꼬박 한 달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이 들어 그만 둘까 하는 마음도 생겼지만 가정방문을 시작한 다음 주 월요일 아침, 교실에 들어서자 가정방문을 했던 아이의 얼굴이 눈에 확 들어 왔다. 아이들이 더없이 친근해 보이고 그들이 보이는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지기 시작했다. 한 번의 가정방문으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날 이후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건넬 수도 있게 되었다.

"엄마는 요즘 장사가 어떻다고 하시니?"
"누나는 여전히 너랑 사이가 안 좋니? 네가 먼저 사과해."
"할머니 건강은 좋으시고?"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가정방문의 역기능만을 강조하며 반대하는 교사들이 마음의 짐으로 작용했다.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말을 얼버무릴 때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은 뼈아픈 반성으로 이어져 아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교사가 되게 해주었다. 차츰 시행착오도 줄어갔다. 하지만 몸의 고단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버틸 만큼 버티다가 심한 몸살로 인해 가정방문을 잠시 중단해야만 했다.


가정방문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결실은 학급운영을 함께 하는 교육동반자로서의 학부모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점이었다. 뒤뜰 야영 등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도 학부모가 함께 해주니 큰 힘이 되었다. 학급의 정보를 서로 교환하다보면 가정 형편이 곤란한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학부모도 생겨났다. 촌지 등의 불미스러운 문제로 부적절하고 불편한 관계로만 이해되어 온 학부모와의 관계를 문 교사는 특유의 진솔한 단순함으로 생산적이고 아름다운 관계로 바꿔놓았다.

발표가 끝나자 토론자들로부터 가정방문이 학부모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교육계의 한 그늘인 촌지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는 토론자도 있었다. 문 교사는 편지 등을 통해서 미리 자신의 마음을 전달해서 그런지 학부모로부터 부담이 될만한 선물이나 촌지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번은 손재주가 좋은 학부형이 손수 만든 머리핀을 선물로 주기에 마음에 찍어둔 다른 것을 달라고 했단다. 그렇게 말하며 씩 웃는 모습이 당당하고 예뻐 보였다.


a 정진규 교사

정진규 교사 ⓒ 안준철

토론이 끝나고 평가시간. 자문평가위원인 정진규 교사(광주 전자공고)는 교육을 몸 하나로 때우려는 문 교사를 무식하다고 몰아세우는 듯하더니, 실천사례를 통해 어떤 방법론을 배우기보다는 몸으로 발로 단순 무식하게 몰고 가는 문 교사의 마음을 배워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그 말이 칭찬이었음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정 교사는 엄연한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의 권리가 철저하게 무시되거나 학교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도록 강요되고 있는 현장 분위기 속에서 학부모와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문 교사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온 교직 경력 12년째인 정진남 교사(부산 전자공고)는 반 아이들에게 개인 문집을 만들어 주고 독서지도를 통해 학급운영을 한 사례를 발표했다. 정 교사는 1정 연수를 받으면서 담임 장학사로부터 "포트폴리오"란 말을 처음 들었다. 영어라서 어딘지 어려운 말처럼 느껴졌지만 "모으면 포트폴리오다" 라는 장학사의 말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학년말이 되면 우리 반 애들에게 포트폴리오 한 권씩 들려줄 수 있었으면…"하는 소박한 바람을 갖게 되었단다. 자기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개인문집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싶은 소박한 꿈을 정 교사는 실천으로 옮겼다.

물론 정 교사에게도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다. 실업계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글을 쓰게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학기초에 한꺼번에 책을 구입해놓기 때문에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제때에 읽을 수 없는 것도 문제였다. 고민 끝에 사비를 들여 한 달에 두 세 권씩 책을 사서 돌려읽도록 했다. 그것도 어느 선생님의 표현대로 '인삼이나 녹용보다는 과자나 음료수'와 같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학생들도 책 구입을 위해 함께 동참했다. 처음에는 벌금제를 도입했다. 교실에 책을 놓고 가는 사람에게 100원. 청소시간에 걸상을 안 올리면 500원. 그런 식이었다. 그러더니 재미가 붙었는지 백일장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받아온 도서상품권과 시상금을 내놓는 아이들이 늘어갔다. 심지어는 헌혈을 하여 받은 상품권으로 책을 사오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책에 대한 소감을 적어 개인문집을 위한 좋은 글감으로 사용했다.

a 정진남 교사

정진남 교사 ⓒ 안준철

그러던 어느 날 모 방송사에서 독서 프로에 출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정 교사가 책을 기증 받을 목적으로 전화를 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리된 것이었다. 하지만 조건이 조금 까다로웠다. 책을 가장 많이 읽은 학생과 가장 책을 읽기 싫어하는 학생이 선생님과 함께 출연해야만 했다. 누가 희생양이 되어줄 것인가? 아이들은 모두 함께 나가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로 인해 유명 프로그램에 나올 기회는 놓쳤지만 출연을 제의 받은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책을 읽지 않으면 방송에 출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기도 했단다.

정 교사에게는 학급운영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가는 학급운영 동아리 모임인 아사모(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아사모가 내실 있는 활동을 할 때는 문턱이 높아 새로 참여하는 교사가 적었는데 작년 한 해 활동이 느슨해지다 보니 아사모를 만만하게 보고 2명의 회원이 새로 들어와 세를 불리게 되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정 교사는 학급운영을 위한 소모임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보다 많은 교사들이 동참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전 마지막 발표자인 최종현 교사(양평 지평중학교)는 인권교육을 통한 학급운영실천사례를 발표했다. 전교조 교사 양성소로 불리어질 정도로 많은 조합원을 배출한 양평이 어느 해부터인지 승진에 필요한 농어촌 지역 점수를 따기 위해 경력교사들이 내려오면서 학교 현장은 활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지회 단위의 소모임 활동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기존에 활동하던 초등학교 중심의 풍물 소모임과 친목 위주의 볼링 소모임 외에 대다수 교사들이 학급운영 소모임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양평지회 학급운영 소모임인 <닫힌 교실을 열며> 회원은 중학교 6명, 고등학교 3명으로 총 9명의 교사로 구성되었다. 정기적인 모임은 2주에 한 번씩 하고 서로 얼굴을 대하지 못할 때는 홈페이지(chamkkyp.ktu.or.kr/mclass)를 만들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학급운영 자료집을 공유하였다. 인권의 사각지대가 돼버린 학교에서의 인권교육이 시작되었다.

인권교육의 초점은 '내 권리 찾기'와 '남의 권리 지켜주기'. 내 권리가 소중하면 남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다. '부모님을 자유롭게 하는 나' 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발표하게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을 자유롭게 하는 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보게도 했다.

<닫힌 교실을 열며> 소모임 회원들은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소모임 앞으로 미리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회원들 앞에서 선을 보인 뒤에 서로 의견을 나눈다. 모든 것이 이런 식이다.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도 꼭 점검을 한다. 아이들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교사로 당당히 서기 위해서. 고등학교 1학년 담당 동아리 회원이 모 교사는 이렇게 소감을 피력해놓았다.

"수학여행 애들은 좋지만 담임의 입장에서 보면 참 괴롭잖아요. 애들을 위해 확실히 망가져 줘야하고… 그래서 고민했는데 저희 동아리 모임에서 그 프로그램을 이 자료, 저 자료 모아 가지고 한 번 시연회도하고 해서 시도해봤어요. 아이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절 봐 주었던 것 같아요. 다음 번에는 제가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만심(?)도 들었구요."

a 인권교육을 통한 학급 운영

인권교육을 통한 학급 운영 ⓒ 안준철

학생의 날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함께 모여 고민을 해보았다. 무엇보다도 학생의 날의 의미를 마음에 새겨주고 작은 선물이라고 전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학급 행사 계획을 세우고 편지와 함께 선물도 준비했다. 스승의 날을 학생들이 챙겨준다면 학생의 날은 교사가 챙겨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매일 같이 학교에서 학생으로 살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을 고민해본 적이 별로 없는 아이들에게 학교의 주인으로서의 신분을 확인시켜줄 필요도 있었다. 다음은 학생의 날 행사에 참여한 학생이 써놓은 글이다.

"학생의 날이라고 특별한 행사를 한 기억이 없어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죠. 그런데 이번에 선물도 받고 편지도 받고 또 퍼즐 게임도 하고 그래서 학생의 날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내년에는 선생님이 챙겨주시기 전에 저희들이 챙겨달라고 조를래요."

발표가 끝나자 다시 토론이 이어졌다. 인권교육 연간계획 속에 양성평등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 먼저 지적되었다. 인권의 사각지대가 돼버린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실시하면 할수록 교사들은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불법 보충자율학습이 성행하는 학교 현장이 바뀌어지지 않는 한 학생들의 인권교육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말에 모두 공감하는 눈치였다.

정진규 자문평가위원은 인권 교육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함부로 욕을 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거나 하는 것을 삼가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하면서 인권교육은 결국 학생자치로 이어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교사 동아리 <닫힌 교실을 열며>를 지역 소모임의 전형적인 모형으로 발전시킬만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모든 실천사례들이 방향과 초점을 잃으면 방법만 생각하게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a 건국대 기숙사 식당에 식사하는 전교조 조합원들

건국대 기숙사 식당에 식사하는 전교조 조합원들 ⓒ 안준철

오전 일정이 다 끝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기숙사 식당으로 갔다. 점심 후에는 학급자치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고, 밤에는 나도 발표자가 되어 참여했다. <시와 편지를 통한 인성지도>가 제목이었다. 아이들에게 써준 생일 축시와 E-메일로 나눈 편지들이 소개되었다. 발표를 마치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오전 첫 발표자였던 문수진 교사가 나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오늘 선생님과 아이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사랑의 실체가 잡혀지는 것 같았어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문 교사의 뒷모습에서 나는 우리 교육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오전 일정은 소모임 활성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학교 현장에서의 뜨거운 실천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나는 슬며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고작 생일 때 시 한 편 써주고 마음 아플 때 편지 한 통 보내 준 것을 자랑하려 했다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최한 제 2차 참교육실천보고대회에 참석하여 얻은 최대의 성과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함께 가는 사람들이 있어 그 길이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갖게 되었다. 거창한 이론보다는 소박한 실천으로 함께 한다면. 피곤한 여정이었지만 마음은 갓 떠오른 태양처럼 밝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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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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