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안아줘야 할 음악2

[나의승의 음악이야기⑭] 범능스님의 3집 음반- 삼경에 피는꽃

등록 2003.04.14 16:45수정 2003.04.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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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청산은 날더러 2.삼경에 피는 꽃 3.흔들리며 피는 꽃 4.나는 강이 되리니 5.그 강에 가고 싶다. 6.무상 7.롱의 소조 8.어머니의 손 9.길 10 끽 다 거

a 범능 스님의 세번째 노래집 '삼경에 피는 꽃' 자켓

범능 스님의 세번째 노래집 '삼경에 피는 꽃' 자켓 ⓒ 나의승

범능 스님의 3번째 음반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는, "스니임! 예전에는 길에서, 요즘은 절에서 노래 하시더니, 아직 거기 계신가요?" 라고 물어보는 심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47분 동안 열곡이나 되는 음악들을 듣고 났을 때, "절 문 안으로 들어가셨나 했더니, 저어기 절안쪽으로 깊이 들어 가셨군요"의 마음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음악들 중에 새겨 볼만한 말들이 있다.


4.나는 강이 되리니, 그댄 꽃이 되거라. 그대 멀리 흘러 가고 싶을땐, 그대 온몸 띄워 데려 가리라. 멀리 머얼리 바다에 이를 때 까지, 푸르른 강옆 붉은 꽃이여, 너와나 우리 이렇게 살아 가리라. 나는 강이 되리니, 그댄 꽃이 되거라. 그대 정녕 피어나고 싶을땐, 그대 뿌리깊이 적셔 주리라. 정녕, 정녕 꽃잎이 떨릴 때 까지, 푸르른 강옆, 붉은 꽃이여, 너와나 우린 이렇게 으음 이렇게 살아 가리라.(노랫말)

자신이 선택한 마음의 콤파스와 거기서 비롯된 방향성에 일치되는, 깊은 의지를 느낀다. 차라리 그 무엇이든 안아 흐르는 자연의 품을 닮고자 했을지, 그래서 끝내 열반의 바다로 이르고자 하는 소망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다섯번째의 노래, '그강에 가고 싶다'에서는 한고비 더 넘어가서, 기대도 욕망도 없이 자연의 순리와 흐름을 흔들림도 없이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와 당신, 우리에게 저혼자 앉아 쉬었다가 돌아가는 산과, 저 혼자 흘러 가는 강을 관조하고, 마침내 강이되어 그강에 가자고 말한다. 음악처럼 인간의 마음에 오랫도록 남아 흐르게 하는 언어가 또 있었던가. 어쩌면 스님은 그 힘을 알고 있고, 거기서부터 비롯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노래하고 있는것만 같이 생각된다.

5.그강에 가고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제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때도 되었다. 봄이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일도 아니고, 가을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 쉬이 거둘일도 아니다.
강가에서 강가에서 그저 물을 볼일이요, 가만 가만 다가가서, 물깊이 산을 볼 일이다. 무엇이 그리 바쁨인고, 이만큼 살아 마주할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물이 항상 거기 흐른다.
"인제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돌아가고, 강물도 저혼자 흘러간다." 그 강에 가고 싶다. 그 산에 그강에 그강에 가고 싶다.(노랫말)


'그강에 가고 싶다'라는 노래는, 대중적으로 가장 편하게 다가올 가능성을 갖고 있다. 연주에서도 '쓰리핑거'의 기타연주법을 사용하고 있고, 이곡뿐만 아니라 모두 그렇지만, 어쿠스틱 악기 위주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갖고 있다.


'범능 스님'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태춘'의 어떤곡들을 연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기에 길들여져서 그랬을 수도 있을 뿐이고, 스님의 음악에는 그나름의 독창성을 잘 갖추고 있다.

8.어머니의 손.
어머니 그 두손에 바람이 불어와 두손을 가를 때, 어머님의 맺힌 그 한이 가슴속에 사무친다. 살아오신 그 땅에 물기마른 그 자리에 가뭄들고 무서리 치는 시린 그 바람을 어머닌 아시네, 어머니 그 얼굴에 설움이 몰려와 주름살 깊을 때, 어머님의 그 작은 두 눈에, 맑은 이슬 흐르신다.
흰눈쌓인 이땅에, 얼어 붙은 그 자리에 봄이오고, 웃음꽃피는 다스운 손길을 우리는 알겠네.(노랫말)



스님은 속세에서 한 어머니에게 아들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정세현'이라는 이름의 사람이었고,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볼 때, 그의 '스님됨'은 일종의 '불효'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에게 그 노래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때로 '스님'이라는 호칭과 더불어, 그들을 화장실도 가지 않을 사람인 것처럼 착각을 할 때가 있다. 이슬만 먹고도 사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 것을 알아야 한다. '어머니'를 노래하는 애틋한 마음을 우리는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끽 다 거. 여보게 세상살이 다 내려놓고 차나 한잔 드시게나. 여보게 세간 명리나 다 그런 것 있으나 없으나 모두 내려놓고, 만상을 들춰보게나. 여보게 세간 명리나 다 그런 것 있으나 없으나 모두 버리고 갈 유산인데, 무에 그리 얽매이나, 여보게 세상살이 다 내려놓고, 차나 한잔 드시게나.(노랫말)

먼 옛날 중국에 '조주'라는 고승이 있었다. '가르침'을 구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끽(喫)다(茶)거(去)"(차나 한잔하고 가게)라고 답했던 사람으로 유명하다.

a 지난 2001년 4월 공연 무대에 선 범능 스님.

지난 2001년 4월 공연 무대에 선 범능 스님.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만약 요즘의 어떤 사람들이 혹시 꿈에서라도, 조주 스님을 찾아가, "스님, 요즘 호남사람들이 차별대우 받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좋은 말로 할때, 차나 한잔 하고 돌아가시게"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95%씩이나 밀어 줬응께, 우리를 배려해 주씨요 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도 창피하다. 도대체 누가 그런 촌스러운 말들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5월도 가까워 오는데 앞서 가신 분들에게 미안해서 얼굴 붉어질 일이다. 어쩌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시 해야할 이야기로 돌아가서, '끽다거'같은 노래는 스님이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울릴 노래다. 대개 한국의 절을 들어 가보면, 인도에서 방금 건너온 듯 한 부처가 앉아 있다. '헤어 스타일'이 그렇고, '수염'이 그렇고, '의상'이 그렇다.

어쩌다 한국사람들은 Originality를 너무도 좋아해서, 보신탕집도 원조집 아니면 안가는 사람이 너무도 많고, 소문난 원조국밥집도 묻고 또 물어서 찾아들 간다. 불교가 이땅에 들어온지 천년이 넘도록 아름다운 '한국부처님'이 제대로 없는 요즘에, 범능 스님의 노래에는, '우리것'의 느낌이 있어서 더욱 좋다. 당신과 내가 안아 주어야 할 범능스님의 음악 공연은 '4월26'일, 전라도 '해남 미황사'에서 열린다. 범능스님 홈페이지는, www.buleum.pe.k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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