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전통문화

중요무형문화재들, 해외공연길에

등록 2003.07.14 17:55수정 2003.07.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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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많은 우리 문화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어떤 것들일까?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보면 ‘세계문화유산’에는 창덕궁, 수원화성, 석굴암 · 불국사, 해인사장경판전, 종묘,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인돌유적(고창, 화순, 강화) 등이 있으며, ‘세계기록유산’에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등이 있고, ‘세계무형유산’에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등록되어 있다. 또 세계문화유산으로 잠정 등록이 된 것들에는 공주 무령왕릉을 비롯 8개가 있다.

이 정도로 우리 겨레의 문화는 세계가 인정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지만 우리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서양문화에 매몰된 안타까운 지경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서 중요무형문화재 ‘학연화대합설무’ 등 4종목이 문화재청(청장 노태섭)의 지원을 받아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3개국 공연길에 나선다.

금번 해외공연길에 오르는 종목 중 ‘학연화대합설무’와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은 미국에서 공연하며, ‘강릉단오제’는 프랑스, ‘은율탈춤’은 러시아에서 공연한다.

먼저 학연화대합설무는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을 맞아 북버지니아한인회가 초청했다. 보유자 이홍구 등 20명이 노바언스트 지역 센터에서 7월 10부터 7월 19일까지 공연한다. 학연화대합설무는 1971년 1월 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로 지정되었으며, 지정 당시에는 학무(鶴舞)라 하였으나 93년 12월 학연화대합설무로 이름을 고쳤다. 학춤이라고도 한다.

학연화대합설무는 <고려사> 악지(樂志)와 <악학궤범>에 기록이 보인다. <악학궤범>에는 지당판(池塘板)이라 하여 연못을 상징하는 네모진 널빤지를 놓고 그 주위에 연꽃, 칠보등롱(燈籠-등의 하나. 대오리나 쇠로 살을 만들고 겉에 종이나 헝겊을 씌워 안에 촛불을 넣어서 달아 두기도 하고 들고 다니기도 한다), 연통(蓮筒. 일명 연화통)을 놓는다.

그 연꽃 모양의 두 연통에는 동녀(童女-여자아이)를 숨어 있게 하고, 청학과 백학이 나와 연통을 중심으로 춤을 추다가 연통을 쪼면 그 속에 숨어 있던 두 동녀가 나오고 두 학은 이를 보고 놀라 뛰어나가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두 학이 도드리 장단에 맞춰 나와서 좌우로 나누어 춤을 추며 몸을 흔들고 서로 부리를 부딪치고, 부리로 땅을 쪼는 시늉을 하며, 끝에는 타령장단으로 넘어가서 나는 시늉도 하고 뛰어나가는 시늉도 하여 갖가지 학의 노는 모습을 연출한다.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굿으로서 지난 2002년 프랑스 파리가을축제에 참가한 인연으로 링컨센터페스티벌에 초대되었다. 보유자 김금화 등 18명이 7월 17일 존 제이 대학극장에서 공연한다.


배연신굿은 선주가 배와 뱃사람들의 안전을 그리고 풍어를 기원하는 뱃굿으로 서해안 일대에서 행해진다. 이 굿은 주로 음력 정월에 하는데 재수굿의 성격을 따고 있다.

배연신굿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그 중 하나는 각 섬마다 당을 짓고 조선 시대의 임경업 장군을 신으로 섬기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백령도 앞바다 장산곶이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이라 배들이 이 곳을 지날 때는 돼지 한 마리씩을 물 속에 넣고 배의 안전을 기원했다고 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배연신굿은 보통 열두거리로 진행된다.

대동굿은 마을의 신을 모시는 의례로서의 대동제의, 마을 사람들이 회의를 통하여 제관을 뽑고 제의결산을 보며 일년간의 마을 대소사를 결정하는 대동회의, 마을굿을 파하고 집단의 공동체 놀이를 즐기는 대동놀이로 구별된다. 대동굿은 마을 사람들을 단합시키는 하나의 상징으로써 마을의 큰 축제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풍어제는 동해안 별신제, 서해안 황해도 옹진, 해주지방을 중심으로 한 대동굿, 전라도 위도 지방의 위도 띠뱃놀이 등을 들 수 있다. 옹진 지방의 대동굿과 연결되면서 이루어지는 서해안의 배연신굿은 대표적인 풍어제이다. 서해안풍어제 누리집에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이어서 강릉단오제는 탈춤(관노가면극)과 굿(단오굿), 제례(단오제)로 구성된 종목인데, 이번에 프랑스에 초청된 분야는 단오굿이다. 강릉단오제를 초청한 프랑스 강나시는 프랑스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유서깊은 도시로 여기서 벌어지는 축제는 축제의 도시 프랑스에서도 꽤 알려진 지역축제라고 한다. 보유자 조규돈 외 11명이 강나시 일원을 돌며 7월 16일부터 7월 28일까지 공연한다.

강릉단오제는 부족국가였던 동예(東濊)때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강릉지>에 '대관령의 승사(僧祠)'가 기록으로 남아 있고, 조선 초기 남효온의 기록에서는 음주가무를 곁들인 3일간의 산신제가 확인되며, 조선 광해군 때의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에도 기록되어 있어 문헌상으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산신을 모셔와 기원제를 올리는 것인데 이의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 중기 허균의 <임영지>에 나타나 있으며, 현재의 강릉단오제와 비슷하다. 강릉단오제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유교 제사와 무당굿으로 이어지는 종교의례이고, 이어서 탈춤, 풍물굿, 그네, 씨름, 활쏘기 등의 민속놀이, 마지막으로 구경꾼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거대한 난장(임시시장)이 그것이다. 이 셋은 강릉단오제 잔치마당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모든 사람들이 한 덩어리로 함께 하는 잔치로 1967년 1월16일 중요무형문화제 제13호로 지정되었으며 제례, 굿, 관노가면극 3부분의 예능보유자가 인정되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되어 이제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정도인데 강릉단오제 누리집 주소를 참고하면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은율탈춤은 그간 활발한 해외공연 활동을 꾸준히 해 왔는데 보유자 김춘신 등 17명이 러시아의 투르멘 지역의 유서 깊은 도시를 돌며 7월 27일부터 8월 6일가지 매일 공연을 갖는다.

지금부터 약 2~3백년전 황해도 서쪽지대의 중심지였던 은율에 난리를 피했던 사람들이 섬에서 나오면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탈을 썼다고 하는데서 은율탈춤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또 풍수지리적 유래도 전해지는데 은율지방은 서남쪽의 묘래산(猫來山-고양이의 기운)과 서쪽의 무연산(舞鳶山-솔개의 기운)으로부터 침입을 당하는 쥐의 형세를 가지고 있어 마을 어귀에 숲을 조성하여 그 기운을 막기도 하고, 탈춤을 하면 탈(병이나 재난)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여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탈춤은 주로 4월 초파일, 5월 단오, 7월 백중, 추석, 섣달그믐, 설날 등에 놀았는데 보통 어두워서 시작하면 자정에 끝났다고 한다. 놀이마당은 전부 여섯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장인물은 말뚝이, 사자, 상좌, 목중(일명 먹중으로 먹장삼을 입은 중), 최괄이(일명 취발이), 노승, 새맥시(아씨), 원숭이, 미얄영감, 미얄할미, 뚱딴지집(영감의 첩), 무당 등이고 여기에 쓰여지는 가면은 귀면형(귀신모양)의 탈과 인물탈 24종류가 있다.

춤동작은 활발하고 씩씩하며, 내용은 “귀신 쫓기”, “불교의 타락성 풍자”, “양반에 대한 조롱”, “일부처첩의 갈등관계 및 서민생활의 애환풍자” 등이며, 상당히 호색적이다. 197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로 지정되었으며 1982년에 전승지를 인천직할시로 지정받아 현재 인천광역시를 중심으로 전수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탈춤이다.

이에 앞서 지금 미국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임실필봉농악’ 보존회장 양진성 등 5명이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6월 11일부터 7월 20일까지 워싱턴과 뉴욕 등 3개 도시를 순회하며 전통문화 공연과 풍물 강습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미국 공연은 우리나라 풍물굿에 큰 관심을 갖고 미국에 한국문화를 소개해 온 한인청년문화원(Korea Youth Cultural Center)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한인청년문화원(KYCC)은 재미 한인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단체로서 풍물과 탈춤 등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는 그간 미국과 유럽 지역에 대한 공연과 풍물알리기 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 그 결과 많은 외국인들이 보존회를 찾아 풍물을 배워 돌아가 외국인들이 현지에서 공연 및 전승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의 이번 미국 방문 일정은 워싱턴(6.11~6.20), 뉴욕(6.21~7. 5), 샌프란시스코(7. 6~7.20) 등 3개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을 갖고, 인터넷과 동호회를 통해 풍물을 배운 현지 풍물연합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습도 실시한다.

임실필봉농악은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전승되는 농악으로 호남좌도농악에 속한다. 임실필봉농악의 특징으로는 쇠가락(꽹과리 가락)의 맺고 끊음이 분명하여 가락이 힘차고 씩씩하며, 개인의 기교보다는 사람들의 대동단결을 중시한다.

필봉리는 본디 마을 단위의 마당밟이, 당산굿등 풍물이 아주 옛날부터 전승되어 왔으나 판굿(걸립패나 두레패들이 넓은 마당에서 갖가지 풍물을 갖추고 순서대로 재주를 부리며 노는 풍물놀이)과 외지의 걸궁굿(일명 걸립굿-마을의 공동 기금이 필요할 때, 걸립패들이 돈과 곡식을 거두면서 노는 굿) 같은 수준 높은 풍물굿의 모습을 갖춘 것은 115년전 유명한 상쇠 박학삼을 초청하면서부터라 한다.

이후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양순용 때 였으며, 현재는 양순용이 서거하고, 그의 아들 양진성이 이끌고 있으며, 1년이면 3천 명 가량이 현장에서 전수를 받고 있고, 1989년에는 중요 무형문화재 11-마호로 지정되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우리 문화유산은 현재 12개, 잠정등록이 8개이지만 노력에 따라서는 더 많은 종목들이 등록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문화, 겨레문화는 세계에 자랑할만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또 이런 문화재들이 세계의 초청을 받아 연주여행을 떠나는 것은 우리 모두 가슴 속에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우리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경제발전 등도 중요하겠지만 나른 나라와 차별성이 분명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 정말 소중한 일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전통문화의 해외공연은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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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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