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훈
요즘 들어 어느 시간이건 잠을 청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들께서는 나름대로 한마디씩 하시며,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신다.
"너희들은, 학비에 돈 더 내고 다녀야 돼. 무슨 돈인지 알아? 여관비. 여기가 OO(학교이름)여관이 아니냐? 어서 여관비 더 내라."
우스갯소리로 하시는 말씀에 뼈가 있었다. 선생님들의 부담스럽지만 사랑이 섞인 질책. 그것이 때에 따라서는 가벼운 물리적 제재일 수도 있고, 기상천외한 물총발사가 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닌 경우에는 제일 효과만점의 감정 섞인 말 한마디.
"너희 요즘 정신이 해이해졌어. 학기초에는 그래도 무언가 해내겠다는 듯이 그러더니, 너희들 정말 많이 변했다. 실망이다."
중요한 시기에 처한 제자들을 생각해서, 잠자는 아이들을 깨워 공부에 매진하게 하려는 스승님의 깊은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건만, 쏟아지는 잠을 뿌리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들도 할 말은 있다. 이제 약 세 달 앞으로 다가오는 시험을 준비하는 하루하루의 생활, 그리고 그 생활로 인한 노곤함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또한 부담이었던 내신 시험이 바로 얼마 전에 끝나서, 잠시라도 마음을 놓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그밖에도 해마다 이맘 때면 찾아오는 장마로 인한 나른함까지. 이 세 박자가 우리를 잠으로 이끄는 이유인 것이다.
오늘도 교실 안의 많은 이들이 책상에 엎드려서는 저마다의 잠에 빠져든다. 그러한 그네들의 모습 옆 창가에는 시원스런 장맛비가 그칠 줄도 모르고 쏟아지고 있었다.
잠자는 모습도 가지각색
반마다 학생 수만큼 있는 책걸상, 물론 그 용도가 공부하라는 데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주 가끔 목적과는 다르게 쓰일 때가 있다. 그것은 학생들이 엎드려 잘 때 도움을 주는 또 하나의 용도(과연 '엎어져 잔다'라는 말에서 연상할 수 있다).
이 자세를 설명하자면, 우선은 의자에 앉아서 허리를 굽히고는 두 팔을 모아 얼굴을 감싼다. 그리고 잠을 자는 것이다. 아무래도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학생들이 졸릴 때 손쉽게 잠을 잘 수 있는 자세를 찾다보니 이러한 자세가 매우 보편화 된 것 같다.
그런데 이 자세는 건강상 별로 좋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쑤시고 찌뿌둥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누나는 오랜 기간 엎드려 자는 자세에 익숙해져 있다가 몸을 다쳐서 병원에 간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