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육, 부스러기 말고 '떡'을 내놔라

<주장> '특수교육지원센터' 등 핵심이 빠진 특수교육 예산안

등록 2003.09.25 17:52수정 2003.09.25 19:55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8월 <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 순회투쟁, 장애인 교육예산 요구를 전국화했다

지난 8월 <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 순회투쟁, 장애인 교육예산 요구를 전국화했다 ⓒ 장애인교육권연대

기획예산처는 지난주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신규예산으로 64억원을 배정하여 정부안으로 확정하였다. 여기엔 장애아동 유치원 무상교육비 36억원, 특수교육보조원 지원비 28억원이 예정되어 있으며, 당초 교육부가 요청한 273억원에는 훨씬 못미치는 4분의 1 수준이다.

교육부는 당초 특수교육지원센터 90억원, 장애유아 무상교육 72억원, 장애아동 종일반지원 65억원, 특수교육보조원 지원 45억원 등 273억원의 예산안을 제출했다.

기획예산처는 그동안 장애인교육 신규 예산을 국고로 지원할 명목이 없다며 지방 교육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여 특수교육 신규예산을 배제해 왔다. 이에 장애인교육권연대, 학부모단체 등 전국적으로 장애인교육권 운동이 조직되고 항의가 일어나자 뒤늦게 일부 신규예산을 국고로 책정한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 등 일부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조금이라도 반영되어 다행스럽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에 대해 만족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학부모들은 거의 없다. 특히 교육예산이 열악한 지방의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열악한 시도 교육예산으로 언제 직접적인 수혜가 돌아 오겠느냐" 며 여전한 불만에다가 또다른 소외감 마저 내보이고 있다.

학부모, 교사, 장애인 등이 연대한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번 특수교육예산안이 당초 교육부가 요청한 특수교육지원센터 등 핵심 예산항목 등이 빠져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국회 예산심의에 맞춰 모든 예산반영을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고 국회앞 집회시위와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도경만 집행위원장은 "장애인 교육예산은 국가 지원이 절대적인데 국고 비중이 30%에 불과해 또다른 지역간 차별을 낳을 수 있고 중요항목이 제외되어 문제가 많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예산안은 대체로 학부모들의 당면 요구사항이었던 '특수교육 보조원 지원예산'만 반영되고 특수교육 장기계획으로 추진하겠다던 '특수교육지원센터' 등 핵심예산이 배제되어 치명적인 한계를 갖는다. 배정 예산 중 유치원 무상교육은 이미 시행중인 것으로 어떤 예산으로라도 충당해야 하는 항목이므로 결국 교육보조원 예산 28억만이 국고로 배정된 셈이다.


이에 장애인 부모로서 교육부가 약속한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2003~2007년)'을 어떻게 실천하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 환경에서 학교교육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후퇴하여 일선 교육청의 실천을 담보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부와 특수교육 책임자들에게 대책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당장 내년 특수교육운영계획에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소요될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특수교육진흥법을 제정한 지 10년이 되어가는데 교육당국은 통합교육을 위한 특수교육지원, 교육차별 해소 등 구체적인 장애인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가? 또한 통합교육을 지원하는 신규예산에 국고 배정를 꺼리는 정부당국은 '장애인 교육의 공공성'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국가 기구가 제도적으로 장애학생들의 교육차별을 조장하고, 거기에 편승해 사익을 추구하는 '교육기득권 집단'이 적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a <장애인교육권연대> 정부청사 앞 1인 시위, 이제 국회 앞에서 촉구집회를 열기로 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정부청사 앞 1인 시위, 이제 국회 앞에서 촉구집회를 열기로 했다 ⓒ 장애인교육권연대

지난 9월 24일 장애우권익연구소, 전교조, 이미경 교육위원 등이 발표한 '장애학생 차별실태조사' 결과 학부모들은 일반학교 통합교육을 원함에도 교육차별 경험으로 인한 불만족 비율이 매우 높았다.

단적으로 학교장들이 장애학생 교육에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50%를 넘었다. 특히 지방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필자는 지난 8월 전국을 순회하면서 몸으로 느꼈다. 이에 정부와 교육당국은 장애학생의 장래가 걸린 특수교육 실천의지를 지금이라도 보여야 한다.

장애인 학부모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정부당국에 생색내기 떡부스러기가 아니라 생명이 걸린 '떡'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이에 장애인 참교육을 열망하는 학부모들은 '국방예산 반대운동', '특수교육 개혁운동'의 실천을 통해 요구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이 학습이나 인성계발을 뜻하겠지만, 장애 아이들에게 교육은 근원적인 생존의 문제이고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함께웃는날> 편집위원 장애인교육권연대 정책위원

이 기자의 최신기사 [시] 강물은 흘러야 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4. 4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