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특수교육 국정감사를 보고 나서

[주장] 장애인교육 실천 책임을 묻고 뿌리부터 개혁해야

등록 2003.10.15 10:22수정 2003.10.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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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을 교육하는 학부모로서 지난 9월 하순부터 진행된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를 눈여겨 지켜 보았다. 사실 국정감사장이 국회의원들 말 잔치에 불과한 자리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선 장애인교육(좁게는 특수교육) 운영에 대해서 최고책임자인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책임 있는 당국이 과연 누구인지 의문이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로서 일하면서 일반 교육관료들은 장애인 교육을 특수한 소수 학생들의 문제로 치부하고 신경조차 안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장애인 교육을 책임진 당국이 누구인지 만날 수조차 없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누가 장애인 교육의 진정한 책임자인가? 교육부 정책기획실, 특수교육보건과, 시도 교육감, 각급 교육청장, 기획예산처 사회예산 책임자인 등 책임있는 답변을 할 당국자가 있으면 누구라도 나와 봐라. 모두 어정쩡하게 한발씩을 담그고 있으면서 여차하면 발뺌하는 소리만 되풀이 해온 것을 우리 학부모들은 너무나도 오래 경험해 왔다.

무엇보다도 국감장에서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특수교육 5개년 계획' 실천에 대해 윤덕홍 교육부총리 조차도 책임있는 답변을 못했다. 하지만 이를 문제 제기하고 최소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윤경식(한나라당) 의원에게도 묻고 싶다. "예산을 심의, 결정하는 이가 국회의원인데 국방예산 증액을 반대하고 교육복지예산을 확충하라는 장애 당사자들의 주장을 수용하고 당신이 속한 정당의 당론으로 추진할 수 있소?"

국정감사자인 국회 교육위원 16명 중에서 장애인 교육에 대해 기본 상식이라도 가진 의원은 두세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교육위원장인 윤영탁(한나라당)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에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인 이미경, 최영희 두 의원만이 사전준비를 하고 나름대로 대안을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교육당국의 장애인 교육정책 실천 여부, 특수교육 개혁과제 등 국정감사답게 개혁적인 관점에서 감사한 내용은 전무했다. 한마디로 민감한 부분은 다 비껴가고 지엽적인 사안에 대해 변죽만 울렸다.

이미경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장애학생 교육차별 실태조사 등은 중요한 자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차별 발생이 어떤 법제도와 교육운영 책임의 문제 때문인지 감사해내지 못함으로써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정활동만을 연상케 했다.


게다가 특수교육원 확대투자에 대한 문제점을 감사하기는커녕 원장 선임에 대해 특정 후보 실명까지 거명하여 압력을 행사하는 장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몇몇 의원들은 특수교육 예산투자, 보조원 배치와 교육 필요성, 특수학급을 1층에 설치할 필요성 등이 제시했는데, 이런 당위성들은 감사대상인 교육당국의 계획 속에 이미 다 들어 있는 내용이다.


교육당국이 그것을 왜 실천하지 못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혀내야 하지, 국정감사가 국회의원 정견발표장은 아니지 않는가? 문제를 제대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전에는 누구도 차별받는 장애인들의 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국정감사 기간에 이미경 의원실 등이 주최한 '장애학생 차별조사 발표 토론회'에 학부모 당사자로 참여하여 딸아이의 입학기회 차별사례를 발표했다.

거기에서 재활복지대 김주영 연구사가 교육차별 문제점을 제대로 밝히고 개혁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폐쇄적인 분리교육에서 지역사회 통합교육, 중증중복장애학생 교육으로의 변화 ▲지역사회 중심의 특수교육지원센터 설치 ▲특수교육 지원 전담부서 설치 ▲안정적 예산 확보 ▲특수교육진흥법과 기존 교육 관련법과의 통합, 이것이 누구나 공감하는 핵심과제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는 어린 장애아들이 유치원 입학부터 거절당하는 누구나 아는 사실에 대해 그 교육운영 책임조차도 밝히지 못했다.

필자는 토론회에서 참여한 국회의원과 교육관료에게 미안하지만 속으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이 만든 특수교육진흥법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폐기하라. 대신 교육운영 권한을 학부모와 교사 등 당사자들에게 모두 환원하고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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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함께웃는날> 편집위원 장애인교육권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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