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 감도 우려 먹으면 맛있습니다. 안전성에 대한 것은 연구해 보지 않아 잘 모릅니다. 감이 익으려면 아직 한 달 이상 남아 있습니다.김규환
허기를 못 참아 버찌 따다 벌에 쏘여 '뒈질' 뻔한 사건
어릴 때는 왜 그리 배가 고팠을까? 양푼에 보리밥을 가득 비벼 먹어도 곧 꺼지고 만다. 배불뚝이가 되어 배가 든든하지만 다시 밥을 찾는 것이 마치 밥벌레 같았다. 나는 지금도 허기를 참지 못한다. 아니 미칠 지경이 된다. 그러니 철마다 나오는 열매는 물론이고 꽃, 줄기, 뿌리를 따서 먹었다.
3학년 여름 방학 때 일이다. 혼자서 겁도 없이 버찌를 따러 갔다가 호되게 당한 사건이다. 아버지 술 받아다 드렸던 주전자를 들고 왕복 10리가 넘는 산길만 따라 극락(極樂) ‘긍내기’라 불렀던 조상 산소가 있는 고구마 밭 근처 벚나무에 올라 까만 열매를 절반 가량 따 담았다. 동네 벚나무는 이미 아이들이 다 따먹고 없었기 때문에 그 먼 곳으로 혼자, 산신령 나올까 두려운데도 노래를 크게 부르며 숲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곳에서 20분만 오르면 곡성군이다. 벚나무는 그늘에 있었고 주위에 작은 폭포(瀑布)가 떨어지는 웅덩이가 하나 있어 습한 곳이다. 나무에 간들간들 매달려 있으니 발에 땀이 나서 툭 미끄러졌다. 나무가 휘청하고 흔들렸다. 한 손엔 주전자가 들려있어 간신히 나무를 잡고 떨어지는 건 모면했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웅웅웅” “윙윙윙”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주위에 갑자기 시커먼 먼지 비슷한 것이 날리기 시작했다. 일순간 그늘이라 분간하기 어렵게 되더니 집나온 양봉 벌떼가 벚나무 위에 있던 내 몸을 감싸 포위했다.
먹을 것이 없던 한 여름이라 집을 나온 벌은 화가 날대로 나 있었고 급기야 무단침입자가 있으니 ‘그래, 너! 뒈져봐라’며 연발탄을 날린 것이다. 머리통은 둘째로 하고 고무신에 맨발의 청춘이었던 내 발에 수많은 봉침(蜂針) 시술(施術)을 하는 게 아닌가.
“엄마~” 소리 밖에 지르지를 못했다. 그 상황에서도 나는 주전자를 밑으로 던지지 못했다. 신주단지 주전자를 팽개치고 몸을 날려 웅덩이에 뛰어들었다. ‘벌은 물 속으로 뛰어들면 맥을 못 춘다’는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