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전동 이발기계전희식
이발관에들 가시는가? 한 달에 한 번? 한 달에 두 번?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갈 것이다. 우리 시골에도 머리 한번 깎는데 7000원이다. 도시에는 더 비쌀 것이고.
오늘 머리칼을 깎고 나서 나는 제일 먼저 초등학교 6학년인 새들한테로 갔다.
"어떠냐? 잘 깎였지? 이 정도면 이제 네 머리 아빠가 깎아줘도 되겠지?”
상당히 자신에 차서 설득을 해 봤지만 이놈은 대꾸도 안 하고 나를 뒤로 돌아봐라 옆으로 돌려봐라 하더니 옆 머리칼이 너무 짧고 뒷 머리칼은 잘 안 다듬어졌다면서 싫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고 긴 머리카락 몇 개가 지적을 받았다.
어릴 때는 줄곧 내가 머리칼을 깎아 줬는데 요즘은 영 아니올씨다 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땐가. 한 번은 학교에 다녀와서 인상이 찌그러져 가지고는 다시는 아빠한테 머리칼을 안 깎겠다고 투덜거렸다. 머리 모양새에 나름의 안목을 갖게 된 것일까? 한창 사춘기라 남들의 말에 예민해서일까? 친구들이 놀렸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읍내 초등학교 앞에 있는 미장원에 가서 머리카락을 깎고 있다. 그래서 내 이발관에는 지금껏 단 한 사람의 손님도 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 유일한 고객이었던 새들이가 떠난 후 내 이발관에서는 내 머리카락만 깎은 지 몇 년째다. 그렇지만 휴업을 하거나 간판을 내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새들이가 손님 되기를 거부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아빠가 깎은 머리 때문에 지금껏 '바가지머리'라고 놀림을 받는다는 것이다.
"새들아. 이 머리는 아빠가 거울도 안 보고 혼자서 감으로 깎은 머리잖아. 네 머리는 보고 깎으니까 훨씬 더 잘 깎을 수 있어. 응? 깎을래? 그러면 말이야. 내가 미장원 가서 머리 깎는 값 4000원, 네 돼지 저금통에 넣어주고 너 컴퓨터 하게 해줄게. 옛날하고는 솜씨가 다르잖아. 안 그래?"
몇 번 더 말을 건네 봤지만 새들이는 별 관심이 없나보다. 손님 하나 유치하기 참 힘들다. 세상에 이런 조건을 내 건 이발관이 또 있으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