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55

진보, 개혁, 보수, 수구 (3)

등록 2003.11.24 17:32수정 2003.11.2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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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내가 미친놈이야. 그런 줄도 모르고… 우우욱! 내가 미쳤어…! 흐흐흑! 나 같은 놈은 나가 죽어야 해. 으으윽!”
“……!”

이회옥은 연신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장일정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태극목장을 없앤 장본인 철기린을 죽일 수 없다면 영영 불공대천지원수를 갚을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텅 빈 상태였기 때문이다.

“휴우……! 정아야, 이제 그만해.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그만하고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
“다른 방도? 어떤 방도? 놈은 우리가 해할 수 없는 놈이 되어 버릴 텐데… 흐흑! 내가 미친놈이지. 어쩌자고 그런 놈에게…”

“네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이런 때일수록 냉정을 찾아야 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도 있잖아. 안 그래? 방법을 찾아보면 놈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닐 거야. 그렇지? 자, 이제 희망을 갖자. 같이 찾아보자고.”
“흐흑! 없어. 방법이 전혀 없어. 이제 놈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버릴 거야… 내가 놈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단 말이야. 흐흐흐흑!”

장일정은 한 마디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복수에 눈이 어두워 앞뒤 가리지 않고 미친 짓을 했다는 생각에서였다.

빙기선녀의 주치의가 된 그는 기린각을 드나드는 동안 자연스럽게 철기린을 접할 수 있었다.


무림천자성 수뇌부는 차기성주가 될 그의 건강을 유난히도 챙겼기에 수시로 몸에 좋다는 보약을 대령하여야 하였다.

물론 그 보약의 처방은 무천의방 방주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방주인 속명신수를 제치고 부방주인 장일정이 화제(和劑 :처방)를 지으라는 명이 떨어졌던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운명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는 자주 대면하던 장일정이 성심성의껏 빙기선녀를 치료한 덕분이었다. 다시 말해 철기린의 총애를 얻은 것이다.

어쨌거나 장일정은 사부로부터 전수받은 비방(秘方)으로 보약을 지었다. 물론 이것은 속명신수를 비롯한 무천의방 원로 의원들에 의하여 철저한 검증을 받았다. 탕약을 달여 철기린에게 바치기 전에 십여 명에게 복용시켜보는 것이 그것이다.

그 결과 원기를 회복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오랜 세월 병석(病席)에서 골골거리다가 간신히 쾌차한 자는 급속도로 정상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였다.

과도한 방사로 원정(元精)에 손상을 입었던 자는 하루에 열 계집은 더 감당할 수 있다면서 희희낙락하였다고 한다.

검증이 끝난 직후부터 탕약이 달여졌다. 물론 무천의방 소속 탕약방에서 달인 것이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장일정은 처방만 내렸을 뿐 다른 모든 것은 타인들의 손에 맡겨졌다는 것이다.

다만 기린각에 탕약이 바쳐지기 직전에 제대로 달여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는 하였다.

탕약방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탕약이 달여진다. 따라서 다른 탕약과 혼동되어 엉뚱한 것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바치기 직전에 새끼손가락을 담가 탕약의 맛을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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