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54

진보, 개혁, 보수, 수구 (2)

등록 2003.11.21 15:09수정 2003.11.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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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시사철 동토(凍土)인 가운데에서도 가장 추운 곳에서만 서식하는 이것은 삼천 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 꽃이 피어 있는 시간은 불과 반각. 이 시간이 지나면 청색 설련실이 맺힌다.

이것 역시 반각 정도만 매달려 있다가 땅으로 떨어지는데 떨어지는 즉시 한 줌 먼지로 화한다.


이 열매에는 삼천 년 동안 흡수한 냉기가 담겨 있는데 땅에 닿는 순간 모든 냉기를 땅에 전하고 먼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


실로 엄청난 냉기를 지닌 극음지물(極陰之物)이다. 따라서 사람이 그것을 복용한다면 주화입마보다도 더한 처절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한 덩이 얼음으로 화하게 될 것이다.

사내는 물론이고, 제아무리 강한 음기를 지닌 여인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냉기를 감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북명신단의 또 다른 원료는 만년뇌혈곤(萬年雷血鯤)의 내단이다. 세상의 온갖 괴이한 것들을 기록해 놓은 산해경(山海經)에는 이것에 대하여 이렇게 기록해 두고 있다.


< 동해 한 가운데 있는 천뢰도(天雷島)에는 뇌정(雷井)이 있다. 그 안에는 뇌곤(雷鯤)이 살고 있는데 핏빛이다. 천지간의 모든 영물 가운데 가장 양기가 강한 이것의 비늘은 어찌나 단단한지 도검으로는 손상시킬 수 없다. 집채만한 머리에 이빨 하나의 길이가 무려 삼 척이 된다. (하략) >


만년뇌혈곤은 무려 만 년 동안이나 수없이 작렬하는 뇌전(雷電)의 뇌기(雷氣)와 태양의 양기를 흡입하였다. 따라서 놈의 내단에는 어마어마한 양기가 갈무리되어 있다.

만일 아무런 조치 없이 이것을 복용하면 즉각 한 줌 재로 변하게 될 것이다. 가히 화산(火山)과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양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년빙극설련실과 만년뇌혈곤의 내단!

극음과 극양의 대명사로 불러도 좋을 두 물체. 사람이 이것들 가운데 하나를 만날 확률은 삼천 겁(劫)에 한번뿐일 것이다.

겁은 본시 겁파(劫簸)라는 범어(梵語)에서 파생된 말로 천지가 개벽한 때부터 다시 개벽할 때까지라는 매우 길고 오랜 시간을 의미한다. 반대말로는 찰라(刹那)를 꼽을 수 있다.

겁의 길이를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사방과 상하로 일 유순(由旬 :약 15km)이나 되는 철성(鐵城) 안에 겨자씨(직경 1mm, 무게 1mg)를 가득 채우고 백 년마다 한 알씩을 꺼낸다.

이렇게 해서 겨자씨 전부를 꺼내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 또, 사방이 일 유순이나 되는 큰 반석(盤石)을 백 년마다 한 번씩 흰 천으로 닦는다. 그렇게 해서 그 돌이 다 마멸(磨滅)되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

대비바사론(大毘婆娑論)과 대지도론(大智度論) 등에도 같은 내용의 비유가 있는데 앞의 것을 겨자겁(芥子劫), 뒤의 것을 반석겁(盤石劫)이라고 한다.

따라서 삼천 겁이라는 시간은 필설로 형용하거나 추측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길고 긴 세월을 의미한다.

북명신단의 두 재료 가운데 하나를 만나는 데만 삼천 겁이 걸리는데 둘 다를 한 생(生)에 만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육천 겁 정도가 된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둘 중 하나를 만나는 것과 둘 다를 한 생애에 만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종종 예상을 뒤엎을 때가 있다. 그래서 북명신단이 제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문제는 그것을 복용한 자가 당금 천하에 피의 폭풍우를 휘몰아치게 한 철룡화존 구부시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악의 핵(核)의 아들이며, 그의 뒤를 이어 악행을 이어갈지도 모르는 자라는 것이다.

무림 역사상 일어났던 모든 분쟁의 배후에 있던 유대문의 여인이자 요녀 중의 요녀인 빙기선녀 사지약을 만난 이후 과격하게 변한 그가 어떤 짓을 자행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호랑이 등에 날개가 달렸다는 말이 있다. 강자에게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을 때 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북명신단은 날개만 돋게 하는 것이 아니다.

몸 전체가 무엇으로도 해할 수 없는 철갑으로 둘러싸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발톱과 이빨까지 새로 돋게 하고도 남을 희대의 영단인 것이다.

게다가 내뿜는 숨만으로도 만물을 죽일 수 있으며, 두 눈에서 뿜어지는 빛으로도 살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만들 위력을 지닌 영단이다. 가히 천하무적, 영세무적을 만들어내는 명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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