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53

진보, 개혁, 보수, 수구 (1)

등록 2003.11.19 13:47수정 2003.11.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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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이런, 젠장! 조금만, 조금만 더 일찍 알았어도…"

장일정이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악하듯 소리치고 있었다.


철기린에게 북명신단을 갖다 바친 자신의 손목을 잘라버리고, 그런 생각을 품은 머리를 박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천하제일 영단이라 해도 좋을 북명신단(北溟神丹)!

인세(人世)에 다시없을 그야말로 천고의 영약 중의 영약인 그게 어떤 연유로,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던가!

자신과 호옥접이 겪은 어려움은 뺀다해도, 사부인 북의의 목숨이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반광노조의 손목이 오그라드는 희생을 치렀기에 존재할 수 있던 것이다.

그런 귀한 것을 불공대천지원수인 줄도 모르고 철기린에게 갖다바쳤다는 것이 더할 수 없이 원통했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데도 연신 쥐어뜯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이회옥의 표정은 더 이상 딱딱할 수 없을 정도로 굳어 있었다. 무공 익힐 시간이 있으면 빙기선녀 사지약과 한번 더 운우지락을 나누겠다던 철기린이 왜 갑작스럽게 연공관에 들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쩐지… 그렇게 색이나 밝히던 놈이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겠어. 그런 게 아니었다면 죽어도 연공관에는 안 들어갔을 거야. 그런데, 젠장! 이젠 어쩌지? 누구도 감당해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텐데 어떻게 죽이냐고! 에이, 쉬펄…! 젠장! 제기랄!"


나직이 투덜대던 이회옥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살부살모한 원수를 갚을 길이 막막해지자 가슴이 답답해서였다.

철기린이 북명신단의 효능을 완벽하게 흡수했다면 아마도 무신(武神)보다도 더한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장일정의 설명대로라면 그것을 복용하면 체내에서 완벽한 음양조화가 이루어지면서 임독양맥(任督兩脈)이 단숨에 타통된다.

그리고는 모든 무인(武人)들의 꿈인 노화순청(爐火純靑)과 삼화취정(三花聚頂)의 경지를 단숨에 뛰어 넘게될 것이다.

이때 벌써 천하의 어떤 독으로도 해를 입힐 수 없는 만독불침지체(萬毒不侵之體)가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사대명검인 간장(干將), 막야(莫耶), 어장(魚藏), 거궐(巨厥)같은 신병이기(神兵利器)가 아니라면 조금의 손상도 입힐 수 없는 금강불괴(金剛不壞)까지 이루게 된다.

거의 불사신(不死身)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곧장 오기조원(五氣調元)과 등봉조극(登峰造極)의 경지를 향해 치닫는다.

이러한 경지는 현 무림의 그 어느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지고무상한 경지다. 이 정도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멈추는 것이 아니다.

또 다시 신화경(神化境)의 경지를 향해 가게 되는데 무가(武家)에는 이러한 경지를 입신지경(入神之境)이라고도 한다. 가히 신과 맞먹는 능력의 소유자가 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이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북명신단이 지닌 효능은 너무도 엄청난 것이다.

그렇기에 신화경을 넘어 조화지경(造化之境)에 이르게 되는 데 이는 다른 말로는 출신입화지경(出神入化之境)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신의 경지를 넘어 아예 새로운 조화를 이루어내는 가공할 경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신을 능가하는 능력의 소유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림 역사상 이런 경지에 이른 인물은 전무(全無)하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하긴 사람의 몸으로 어찌 신을 능가하는 능력을 지닐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들이 존재한 것은 그저 상징적으로 그런 경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희망사항이 당세(當世)에 이루어지려 하고 있다.

연공관에서 북명신단의 영효(靈效)를 제 것으로 만드느라 여념이 없을 철기린 구신혁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대체 북명신단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이런 엄청난 효능을 보인단 말인가?

그 주된 원료 중 하나는 만년빙극설련실(萬年氷極雪蓮實)이다. 세상의 온갖 희귀한 것을 기록한 대황경(大荒經)에는 이것에 대한 짤막한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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