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65

꿈틀거리는 음모 (3)

등록 2003.12.22 12:25수정 2003.12.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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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린탄의 정실부인인 노담(盧潭)은 보기 드물 정도로 영특한 두뇌를 지닌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있었기에 무림천자성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녀가 질색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남편의 바람기였다. 어찌나 색을 밝히는지 외호에 화룡(花龍)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던 구린탄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바람을 피웠던 것이다.


당시 그는 새로 꿰찬 희첩(姬妾) 모니가(毛妮佳)와 밀애를 즐기기 위해 성을 떠날 명분을 찾고 있었다. 그렇기에 삼고초려 어쩌고 하고는 성밖으로 나가겠다고 하였다. 노담으로서는 반대할 명분이 없었기에 그의 외출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봉밀(蜂蜜)처럼 달콤한 밀애를 즐기며 천하를 유람하던 구린탄은 태산의 이름 모를 골짜기에 못 볼 것을 보았다. 지나가던 비구니를 납치한 뒤 겁탈하고 있던 초지악을 본 것이다.

약점을 잡힌 초지악은 무공교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태산 와룡곡에서는 밤이면 밤마다 두 여인이 내지르는 교성이 진동을 하였다. 하나는 색의 참 맛을 알아버린 비구니가 지르는 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모니가의 교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혹시나 하여 태산으로 향했던 노담이 와룡곡에 들이닥쳤다.


그 결과 구린탄은 돌이킬 수 없는 개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모니가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만천하에 소문 난 것이다.

그날 이후 구린탄은 노담의 눈치만 살피는 불쌍한 처지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한번 더 바람 피우다 걸리면 내쫓기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낙룡대에는 세인들이 모르는 비밀 하나가 있다.

정상에는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여 있지만 그 중앙에는 제법 널찍하면서도 편평한 공터가 있다. 그리고 여기엔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이는 전각 십여 채가 세워져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너무도 높아 삼 갑자 내공을 지니고, 경공의 일절을 이루고 있어야 간신히 올라설 수 있는 곳이 바로 낙룡대이다.

그런 낙룡대에 화려한 전각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초지악과 구린탄의 밀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담에게 모니가와의 현장을 들킨 구린탄은 개망신을 당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도저히 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여 절치부심하던 중 하나의 묘안을 떠올렸다.

그것은 노담이 오를 수 없는 낙룡대 위에 몰래 전각을 지어놓고 거기에서 즐기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들키지 않고 얼마든지 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낙룡대에는 교묘한 기관이 설치되었고, 전각들이 지어졌다. 하지만 구린탄은 끝내 그곳을 이용할 수 없었다. 잔뜩 독이 오른 노담의 철저한 감시 때문이었다.

덕분에 신이 난 사람은 바로 초지악이었다. 그곳에 여인들을 가둬놓고 틈나는 대로 올라가 실컷 즐겼던 것이다.

그는 오늘, 너무도 극심하게 반항하여 도저히 겁탈할 수 없던 곡부(曲阜) 무천장주의 여식을 반드시 개화(開花)시키리라 마음먹고 낙룡대에 올랐다.

그런데 그녀는 물론 그동안 수없이 능욕을 거듭했던 색노(色奴) 열둘 모두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초지악은 유난히도 열둘이라는 숫자에 집착하였기에 색노의 숫자는 언제나 그 수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싫증나는 계집이 있으면 새로운 계집을 물색한 이후 가차없이 없애곤 하였다.

오늘 곡부 무천장주의 여식을 정복하면 기존에 있던 계집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계집을 없애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에 부임한 곡부 현령의 부인이었는데 재수 없게도 그의 눈에 뜨이는 바람에 납치되어 신세를 망친 여인이었다.

어쨌거나 부푼 마음으로 낙룡대에 오른 초지악은 텅 비어버린 전각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샅샅이 수색하였다. 하지만 낙룡대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중 곱게 접혀 있는 서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살부살모하고, 하나뿐인 아우를 독살하였으며, 제수가 될 여인을 겁탈한 희대의 패륜아 초지악 보아라!

네놈이 가둬두었던 여인들은 본좌가 데려간다. 그녀들은 네놈이 어떤 놈인지를 만천하에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천하의 색마인 네놈에게 조만간 천벌이 내릴 것이니 목을 잘 닦아두어라. 네놈의 수급에서 선혈이 솟구치리라!


서찰을 펼쳐든 초지악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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