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64

꿈틀거리는 음모 (2)

등록 2003.12.19 11:38수정 2003.12.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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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그가 와룡곡을 자신의 거처로 택한 이유는 계곡의 위쪽 낙룡대 중간쯤에 늘 구름이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외호와 절묘하게 일치하는 장소라 생각했던 것이다.

절벽에 걸린 구름과 그 밑에 누워있는 용. 언제든 승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된 천룡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초지악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 하나가 있다. 장자인 자신에게 일월도법 후반부를 전수해주지 않는다고 살부살모하고, 하나뿐인 아우에게는 오보추혼독을 썼으며, 장차 제수씨가 될 아우의 정혼녀를 겁탈한 패륜아(悖倫兒) 중의 패륜아인 그는 지독히도 색(色)을 밝혔다.

고고학 학처럼 보여야 하는데 매일 유곽(遊廓)이나 기원(妓院)을 기웃거린다면 얼마나 표리부동(表裏不同)해 보이겠는가!

하여 낮에는 정의를 위해 협행(俠行)하는 척하였지만 밤이면 밤마다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짓을 자행하고 다녔다.

거의 매일 밤 복면을 쓰고 겁탈할 여인들을 물색하러 다녔던 것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인 그는 한 마디로 색마였던 것이다.

어쨌거나 무림 명숙 가운데 하나로 추앙을 받던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기가 마련된 것은 구린탄과의 만남이 있었을 때였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해 가는 무림천자성의 성주 구린탄은 무림의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조직으로 정의수호대를 결성하였다. 대원들은 중원 각지에 널려있는 무천장주의 자식들로 정했다. 호부(虎父)에 견자(犬子) 없다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러는 가운데 고민 하나가 생겼다. 누가 그들을 조련하여 명실상부한 정예로 육성해내느냐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무림천자성은 막대한 자금이 비축되어 있었기에 그것으로 적당히 무공교두를 고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린탄은 그걸 택하지 않았다. 기왕이면 명성이 혁혁한 무림명숙이 맡아주길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일천한 무림천자성의 역사에 한 획을 그어줄 만큼 대단한 인물이기를 바랬다.

정의를 수호한다는 기치를 내걸었으므로 반드시 정파 무림의 인물이어야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무림천자성의 명성에 빛이 더해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구파일방 소속은 될 수가 없었다. 자칫 무림천자성의 명성에 누가 생길 것을 저어하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여러 인물을 물망에 올려놓고 저울질을 한 결과 두 사람이 선택되었다. 여인들을 조련해줄 무공교두로는 남해 보타암의 보타신니가 일찌감치 낙점되었고, 사내들을 조련할 교두로는 한운거사 초지악이 선택되었던 것이다.

보타신니의 경우는 최상의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 만한 무공 화후를 지닌 여인이 드물었으며, 무엇보다도 강호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명성이 지대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무런 흠결도 없으니 누구하나 나서서 시비를 가리자고 할만한 건더기조차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반면 한운거사를 선택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기반(基盤)을 주름잡는 기사(棋士)들이 흔히 하는 말로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는 말이 있다.

사내들을 조련할 무공교두를 선택하기 위하여 무림천자성에서 들인 공은 정말 지대하다 할 수 있었다. 천하의 거의 모든 고수들을 망라하여 고르고 또 골랐기 때문이다.

태생과 사승(師承), 업적과 명성, 그리고 인품과 배경, 가족관계와 교우관계, 무공의 화후와 정심함까지 고르고 또 골랐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이러한 관점 가운데 하나나 둘쯤은 문제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운거사는 이 모든 것을 가볍게 통과하였다. 그렇기에 그가 선택된 것이다.

하지만 그를 고른 것은 악수 가운데에서도 최악의 수라 할 수 있었다. 고심 고심하여 고른다고 골랐는데 정말 거지발싸개 같은 놈을 고른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많은 상자들이 쌓여 있는 중에서 포장만 보고 골랐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악취가 진동하는 똥만 잔뜩 든 상자를 고른 것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에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하고,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데다가 교활(狡猾)하기까지 한 한운거사의 치밀하다해도 좋을 정도로 간교한 성품에 깜박 속은 것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구린탄은 한운거사에게 교두로서의 역할을 맡아달라는 청을 넣기 위해 직접 나섰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 하였듯 자신도 그렇게 함으로서 교두들의 명성을 더욱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결론적으로는 무림천자성의 명성이 더욱 더 견고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실상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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