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열정적인 꽃, 유홍초

내게로 다가온 꽃들(15)

등록 2004.01.13 12:32수정 2004.01.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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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오늘은 메꽃과의 꽃, 작지만 참으로 열정적으로 붉디붉은 꽃을 피우는 '유홍초'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다른 꽃들도 그렇지만 유홍초의 종류도 다양한데 오늘 소개해 드리는 것은 '둥근잎유홍초'와 '샛깃유홍초'입니다. 이파리의 모양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집니다.

둥근잎유홍초는 꽃이 주홍색에 가깝고 이파리는 하트 모양을 하고 있고, 샛깃유홍초의 꽃은 붉은 색에 가깝고 아파리가 마치 새의 깃털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새털유홍초'나 '새깃유홍초'라고도 부르더군요. 이제부터는 두 종류 모두 뭉뚱그려서 '유홍초'라고 하겠습니다.


둥근잎유홍초
둥근잎유홍초김민수

유홍초(留紅草)를 '풀에 거하는 주홍색'으로 풀어도 되겠지요? 메꽃과의 꽃들이 그렇지만 작은 줄기들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휘감고 늘 하늘을 향합니다. 주변에 다른 것이 없으면 서로를 의지해서라도 하늘을 향합니다. 꽃도 하늘을 향하고, 줄기도 하늘을 향하고, 이파리도 하늘을 바라봅니다. 특별히 꽃은 여리고 약해서 조금만 세게 만져도 짓물러 버립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하늘을 바라봅니다.

무엇을 바라보고 소망하는가에 따라서 사람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유홍초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일년생의 작은 꽃이지만 늘 하늘을 향하고 있는 열정이 정열의 색을 담은 붉은 꽃으로 피어난 것만 같습니다.

김민수

메꽃과의 꽃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 이슬이 막 사라지는 순간에 활짝 피었다가 점심이 되기도 전에 꽃을 닫아버립니다. 그런데 유홍초는 메꽃과인데도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종일 나팔모양의 앙증스러운 꽃을 활짝 펴고 있습니다.

메꽃과의 꽃 중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 중의 하나가 나팔꽃이요, 영어식의 이름을 풀어보면 '아침의 영광'입니다. 아침나절 아름답게 피어나는 순간성을 표현한 이름이기도 한데 이에 비하면 작지만 유홍초는 아침의 영광만 가지고는 부족해서 따가운 여름 햇살과 가을 햇살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그 작은 몸으로 품고 살아가는 열정적인 꽃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꽃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고요함을 뒤로하고 고독하게 또는 장엄하게 들려오던 나팔수의 기상나팔소리가 들려오는 듯도 합니다.


김민수

또한 아주 작지도 않으면서도 적당히 작아서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지만 너무 작으면 보통 사람들은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일반 카메라로 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딱 이 정도의 크기면 보통 사람들도 아주 편안하게 볼 수 있고, 담을 수 있는 꽃이니 서민들을 위한 수수한 꽃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샛깃유홍초(새털유홍초,새깃유홍초)
샛깃유홍초(새털유홍초,새깃유홍초)김민수

꽃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아, 예쁘다!'하는 정도로 만족하던 어느 해 이웃 집 담장에 기어올라가며 피어있던 붉은 꽃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자취를 감춘 후라서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느 날 그 곳을 지나다 그 예쁜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이것이 샛깃유홍초구나!'

유홍초는 마치 나팔꽃이나 메꽃의 축소판인 것도 같아서 마치 '걸리버 여행기'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마치 하늘에 떠있던 빠알간 별이 땅으로 내려와 푸른 풀에 거하는(유홍초)듯 화사한 모습, 누구라도 한번 보면 '야, 예쁘다!'할 꽃입니다.

김민수

그런데 이 꽃을 잘 관찰해 보니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무던히도 피어나더군요. 둥근잎유홍초도 마찬가지로 지천에서 피고 지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지천에 많았던 꽃들이 왜 보이지 않았을까?

아무리 흔해도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에서 '나 여기 있어!'하고 소리를 지르듯 달려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김민수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가 사랑스런 눈길을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들판에만 그 아름다운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도, 아니면 출근길 붐비는 지하철에도, 달동네에도, 찬바람 불어오는 차디찬 거리에도 따스한 눈길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김민기님의 노래 중에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작은 두 눈에 눈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그렇습니다.

눈길을 주는 이 없는 아주 작은 꽃이지만, 변방 그늘진 처마 밑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지만 그 모두가 '아름다운 존재'들이요,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자 늘 몸부림치는 열정적인 존재들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선희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로 주중엔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주말은 돋보기 들고 들에 나아가 꽃 관찰하며 이야기 나누고 그러다 화폭에 담아 응접실에 걸어놓고 행복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색연필로 들꽃을 그린 지 4년째입니다. 예쁜 카드(현재 3집까지 나왔음)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꽃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카드를 팔아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 있습니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은 총 100회를 목표로 시작했으며, 이 기사를 통해 나오는 원고료와 관련 수익금은 전액 불우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기사까지의 기금] 280,000원

덧붙이는 글 이선희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로 주중엔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주말은 돋보기 들고 들에 나아가 꽃 관찰하며 이야기 나누고 그러다 화폭에 담아 응접실에 걸어놓고 행복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색연필로 들꽃을 그린 지 4년째입니다. 예쁜 카드(현재 3집까지 나왔음)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꽃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카드를 팔아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 있습니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은 총 100회를 목표로 시작했으며, 이 기사를 통해 나오는 원고료와 관련 수익금은 전액 불우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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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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