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77

남파 간세 사건 (5)

등록 2004.01.19 14:34수정 2004.01.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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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흐흐흐! 그러게 뭐라고 했냐? 말을 하랄 때 했으면 이런 꼴은 안 당하잖아? 안 그래? 크흐흐흐!"
"아이고, 어르신! 소인 죽습니다요. 아이구! 아구구구구!"

"이런 미욱한 놈! 그깟 목침에 맞았다고 죽어? 임마 가서 금창약이나 바르면 나을 걸 가지고 엄살은… 그나저나 누가 온 거야? 누가 왔길래 아랫것들 안 시키고 네가 직접…?"


방조선은 목침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뒹구는 효재를 보고 나서야 화가 좀 풀린다는 듯 얼굴을 폈다.

"아구구구! 어, 어르신, 어서 밖으로 나가셔서…"
"이런 빌어먹을 놈이? 지금 네 놈이 감히 본좌 더러 밖에 나가 영접을 하라고 하는 게냐? 임마, 청죽수사가 곡주가 돼서 왔대도 그런 짓은 죽어도 못해. 그런데 뭐? 나가서 영접…? 미친, 아, 아니…?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어떻게 이 누추한 곳까지…?"

뻔히 알면서도 자꾸 나가라는 효재의 말에 또 다시 화가 난 듯 얼굴이 굳히며 소리치던 방조선은 얼른 말을 끊고 버선발로 튀어 나갔다. 누군가가 낯익은 인물이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조선을 찾은 사람은 아무리 기다려도 들어오라는 기별이 오지 않자 참지 못하고 대문을 넘어서려 하였다.

이때 그의 눈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나뒹구는 효재가 보였고, 변태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를 꾸짖는 방조선이 보였다.


자신이 왔다는 기별을 넣으러 들어간 효재가 그 모양이 된 것은 자신의 방문이 마뜩치 않아 그런 것으로 오인한 손님이 한 마디 하려고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섰던 것이다.

이때 손님을 발견한 방조선이 황급히 버선발로 튀어나오며 연신 고개를 조아리자 차마 뭐라 할 수 없던 손님은 그냥 어색한 미소만 지으며 헛기침만 연발하였다.


"허험! 허허허험! 잘 있었는가?"

"아이고, 어르신께서 어찌 이곳까지 발걸음을…? 소인더러 오라는 기별만 넣으셔도 즉각 달려갈 텐데… 야, 임마! 뭐해? 어서 귀빈이 오셨다고 안에 기별을 넣어. 푸짐한 주안은 물론 풍악도 준비하고, 특별히 반반한 계집들을 준비시키도록 해."
"으으으! 예? 아, 예에! 아, 알겠습니다요. 으으으!"

머리를 감싼 채 바닥에 뒹굴고 있던 효재는 아픈 것도 잊었는지 황급히 안으로 사라졌다.

"허허!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르신께서 오셨는데 어찌 소인이… 자, 여기서 이러실 것이 아니라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허험! 그럼 그래 볼까?"
"예! 자, 이쪽으로…"

허리를 반쯤 숙인 채 손님의 곁을 따르던 방조선은 방향을 틀 때마다 손을 내밀어 가고자 하는 곳을 가리켰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대국의 사신을 맡는 소국의 말단 관리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천하에 누가 있어 방조선의 이런 환대를 받겠는가!

의방을 찾은 손님은 바로 백안무발 허보두였다. 그렇기에 청죽수사가 대권을 잡은 곡주가 되어 방문한다 하더라도 절대 베풀지 않을 극진한, 아니 공손한 환대(歡待)를 하는 것이다.

허보두가 누구던가! 암중에 선무곡의 모든 경영을 좌지우지케 하라 무림천자성에서 보낸 선무분타의 분타주이다. 따라서 방조선에게 있어 허보두는 무림천자성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하여 그의 말 한마디만 떨어지면 죽는 시늉은 물론 더한 것도 마다하지 못할 지엄한 존재였다. 그런 그가 친히 발걸음을 하였으니 몸둘 바를 몰라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보두는 어제 총단에서 보내온 극비 통지문 하나를 받았다.

비문(秘文)은 심심지 않게 오는 것이기에 별 생각 없이 그것을 받아 든 그는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는 멈칫거렸다.

통상적으로 오던 것과 달리 밀봉되어 있는 봉투의 겉면에 보기만 해도 섬뜩한 붉은 색 사선이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선은 하나가 아니고 세 개였다. 그것은 극비 중의 극비라는 표식이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분타주가 된 이후 이 같은 극비 문서를 받은 적이 없던 허보두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그것을 펼쳐든 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누가 봐도 느낄 정도로 심하게 떨고 있었다.

겨울이 오려면 아직 이르기에 사시나무 떨 듯 떨 정도로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내공이 심후한 그는 추위에 연연해하지 않을 고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부들부들 떤 것은 비문당주가 친필로 써서 보낸 비문(秘文)의 내용 때문이었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껏 적에게 온갖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반역죄로 다스려지거나, 간세의 공범으로 간주되어 극형에 처해질 중죄이다.

따라서 목이 온전히 붙어있지 못할 최악의 사태가 도래할 수도 있기에 순식간에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전율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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