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훈
무더웠던 여름방학, 아주 가끔 우리는 몰래 전화를 해서 엄마의 눈을 피해, 학원과 과외를 잠시 피해, 독서실을 피해 아파트 촌 위에 있던 풋살 장에서 만났다.
그것은 말 그대로 일탈 그 자체였다. 얼굴이 새카맣게 타버려도 즐겁기만 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몰래 축구’를 할 때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오히려 정교히 플레이를 연마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의 축구실력과 단합은 좋아졌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땀을 뻘뻘 흘리고, 다리에 쥐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독서실에 와서 공부를 해야 했다는 점이었다.
참으로 미련한 짓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매력이 있던 일이었다. 그러므로 감내할 수 있었다. 축구만 할 수 있었다면 상관없었다. 이제 와서야 밝히지만 부모님께서 당시 아셨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방학 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고, 그 다음부터 우리는 교실 밖을 아예 나갈 수가 없었다. 개학과 더불어 담임선생님께서 야간 자율학습(이하 야자)시간의 전면 확대와 더불어 반 전체 인원이 야자시간에 참여할 것을 명령하셨기 때문이다.
축구를 할 수 있는 경로는 모두 차단된 상태였다. 체육시간마저도 수험생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자율학습이라는 명목으로.
그러나 운동장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어떤 아이의 제안에 의해서 기묘한 스포츠가 탄생하게 된다. 그것은 이른바 ‘교실 뒤 족구’ 이 스포츠의 특색은 아주 좁은 공간에서도 여럿이서(최대 인원 4명)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점심시간, 쉬는 시간, 야자 저녁시간 그렇게 우리는 틈이 날 때마다 교실 뒤 좁은 공간에서 걸상 두개를 붙여 네트 삼아서 족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