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피리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46] 명상음악을 들으며

등록 2004.02.17 00:09수정 2004.02.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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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나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만일 내가 남을 부정적인 눈으로 보게 되면, 그는 또한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불행하겠지요. 어떤 개인에게 나쁜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큰 손실입니다. 인간으로, 사회인으로, 친구가 많은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적이 많은 것은 나쁜 일이지요. 부정적인 태도와 헐뜯고, 눈을 가리며, 파멸시키는 행위 등은 적을 만드는 일입니다. 친구가 많다는 것은 우정, 행복, 존경, 사랑, 서로가 존중하는 마음, 개인간의 신뢰가 있다는 것입니다. 조화와 우정, 그리고 따뜻한 마음, 따뜻한 시각은 꼭 필요한.....”

달라이 라마는 '나왕 케촉'의 명상 음악 속에 남긴 말에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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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왕 케촉'의 악기는 피리다. 그것은 거창하게 ‘만파식적'을 닮으려는 것도 아니며, 그저 불교도로서, 달라이 라마의 제자로서 나왕 케촉은 그의 ‘티벳' 명상과 음악과 열린 마음을 위한 기도라는 제목의 CD에 소박하고 단순한 피리 연주를 담았다. 단선율의 음악이지만 거기에는 깊이와 무게가 실려 있어서, 사람에 따라 가볍게 듣기는 어렵기도 하겠다.

시대를 막론하고, 대개의 명상 음악은 단순하다. 듣는 사람을 흔들거나 다스리는 힘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음악과 함께 하면서 명상에 잠긴다. 지극히 개인적인 안위와 행복을 명상하기는 쉽고 남을 위한 명상, 또는 기도는 의외로 어렵다. 달라이 라마의 기도는 남을 위한 기도며 가르침이다. 이른바 바른 정신이다. 나왕 케촉의 피리 음악은 남을 위한 기도이며, 명상이라 할 수 있다.

일일이 말로 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어려운 내용이 있어도 그저 슬며시 들려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듣는 사람들은 상상력과 감성의 에너지를 동원해 각자가 절로 반응한다. “모든 예술은 음악의 형태를 지향한다"는 말은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의 피리 음악은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나온 것이다. 자연을 통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어쩌면, 열린 마음과 조화와 같은 미덕일 것이다. 인간에게 자기가 속한 사회 또는 조직의 내부에 대해서는 사랑과 열린 마음이 넘치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소 폐쇄적이어서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회와 사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과 살육이 일어나는 것이다.

‘폐쇄'의 반대되는 개념, 그것은 열린 마음(Opening the Heart)일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에도 있고, 더 이전의 불교의 가르침에도 있었다. 그의 음악에서는 난장판의 세상이 기도와 명상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다. “마음을 여십시오,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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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로드(The Indian Road)'라는 제목의 CD 부제는 'The Best of Native American Flute Music'으로 되어 있다. 나왕 케촉의 음악처럼 인디언 피리와 목소리 역시 막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나온 음악인 것 같다. 티벳의 피리 음악과 좋은 비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도 커다란 평화가 존재한다. 낮은 높이의 밸런스와 무게감도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인디언 로드'의 첫 음악을 듣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를 한 권 샀다고 한다. 음악을 통한 감동에는 그렇게 하게 만드는 일면도 있다. 점잖은 사람을 성급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인디언 로드를 들으며 <운디드니>를 읽는 작은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산수유, 매화, 철쭉, 목련, 백일홍이 피고 지는 계절이 올 것이다. 그러나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인디언 피리'의 음악을 들으며 이름 모를 들꽃들이 먼저 생각났었다. ‘양화소록'(강희맹)에 나왔던 정성스럽게 마당에 심어 놓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거나, 시들었다고 슬퍼 눈물 흘릴 대상의 ‘군자화’. 그런 군자화가 아닌 당신과 나.

어쩌면 우리는 섬진강 가에 살며 끊임없이 관조와 애정의 마음을 읊조렸던 김용택 시인의 “이꽃 지면 오실라요, 저꽃지면 오실라요"의 우리 시대의 판소리와 같은 정서의 그 이름모를 꽃들 사이에 있을지...... " 당장 없어져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아무런 지장도 줄 일이 없는 이름 모를 들꽃과 같은 당신과 나는 한 주먹 들 풀 속 한줄기에 불과 하지만 우리가 속한 세상의 주인이다.

그리고 ‘씻김굿'과 ‘다시래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인디언피리가 옛날 그들의 샤먼(무당)을 생각나게 해서였을 것이다. ‘인디언 피리'를 들을 때, 당신이 감성의 문을 열어, 무엇을 느끼게 될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자연'에 대해서만은, 적어도 한번쯤 생각하게 되리라고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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