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40

칠성님들의 구름차 1

등록 2004.06.14 05:17수정 2004.06.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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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와 진달래 선녀는 화완포를 가지고 삼신할머니집에 돌아왔습니다.

백호는 삼신할머니와 함께 두 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집 주변으로는 대나무들이 친구들의 몸을 부딪히며 펄럭일 때 나는 듯한 바람소리가 시원하게 들렸습니다.


백호가 바리를 보고 물었습니다.

“그래, 서천꽃밭은 재미있었어?”

“백호야, 거기서 우리 외할머니를 만났어. 거기서 꽃들을 가꾸고 계셨어.”

삼신할머니가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할머니는 만났구나. 네 할머니랑 나랑 아주 좋은 친구란다.”


바리가 말했습니다.

“그러세요? 돌아가시기 전에 꽃 가꾸기를 아주 좋아하셨어요. 누가 그냥 길거리에 버려서 죽어가는 잡초들만 봐도 가엾다고 하시면서 데려다가 키우시곤 하셨거든요. 그래서 집안이 온통 화분 투성이였어요. 우리 엄마가 맨날 뭐라고 그래도 할머니는 그냥 허허 웃으면서 그러셨어요. 이런 작은 생명들 덕분에 자기가 복을 받을지 누가 아냐고…. 그래서 할머니는 돌아가신 다음에 서천꽃밭에 가셔서 꽃을 가꾸고 계신가 봐요.”


뒤에 서있던 진달래 언니가 바리의 얼굴을 두 손으로 어루 만지면서 말했습니다.

“ 그곳엔 살아있을 때 꽃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할머니처럼 꽃 같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어. 그런 할머니를 닮았으면, 네 마음도 꽃처럼 예쁘겠구나.”

바리는 그냥 배실배실 웃기만 했습니다.

그때 백호가 나와서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좀 더 오래 머물러있고 싶겠지만, 이제 다른 곳으로 가야해. 삼신할머니에게 이제 그만 인사드려야 되겠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바리는 삼신할머니에게 다가가 품에 안겼습니다.

“할머니, 너무 보고 싶을 거에요.”

“그래, 우리 바리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너처럼 예쁘고 용감한 아기들을 꼭 점지해 주마. 그리고 잘 자라도록 보살펴 줄테니까 그때마다 내 생각 많이 해야한다.”

삼신할머니는 바리의 눈물을 닦아주고 계시는 동안 백호가 여의주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제 여기에 기를 불어넣어주세요.”

삼신할머니는 백호가 입으로 물고온 그 여의주를 한손에 들고 버드나무 가지로 슬슬 쓰다듬었습니다.

버드나무 가지의 이파리들이 파랗게 살아나더니, 푸르스름한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물결이 치는 것처럼 너울거리는 잎사귀를 따라 빛을 발하며 기가 여의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삼신할머니께서 여의주를 돌려주시면서 말했습니다.

“터주신과 업장군에게 가보거라, 벌써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단다.”

바리가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야되는데요?”

지리천문신장님이 준 나침반으로 도착한 곳은 경상도의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삼신할머니 말로는 분명 숲이 근처에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보이는 곳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와 언덕 너머 보이는 아파트뿐이었습니다. 이런데 가신이 살만한 곳이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바리가 백호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서도 장승을 찾아봐야할까봐.”

“이 마을에서 장승을 찾느니 우리가 처음에 만난 그 장승님께 찾아가는데 더 빠르겠다.”

백호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역시 콘크리트로 덮힌 도로와 회색 빌딩 뿐이었습니다.

“여기가 살기 힘들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가신 것 아닐까?”

바리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그 장승님들 다시 찾아갈 필요는 없다.”

누군가 그들에게 말하는 소리였습니다. 바리와 백호는 믿기지가 않는 듯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다시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절대 이사가시는 일도 없단다. 저 아파트단지를 넘어가면 있는 숲 속에 살고 계셔.”

깜짝 놀란 바리와 백호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언덕 위에 한복을 고개 차려입은 한 아씨가 서있었습니다. 백호는 그 아씨를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 하고는 바리에게 말했습니다.

“서낭신이셔.”

“서낭신?”

그 아씨가 말했습니다.

“그래, 옛날엔 여기 이자리에 서낭당이 있었단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각자 무사한 여행을 빌면서 돌탑을 쌓으면 내가 그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그랬어. 물론 지금은 서낭당이 없지만, 이곳은 아직 내가 필요한 곳이라 멀리 떠날 수가 없더구나.”

바리와 백호가 있는 곳은, 도시가 시작하는 초입이라서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진입로와 국도가 만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달리는 차들과 사람들이 사고를 만나기 좋은 곳처럼 보였습니다. 바리가 물었습니다.

“ 서낭당이 없어서 사람들이 소원을 빌지 못하는데도요?”

“소원을 빌지 않는다고 사람들의 소원이 없는 것은 아니잖니? 내가 각자 각자의 소원을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이곳은 사람들이 전부 안전한 여행을 소망하는 곳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소원을 빌면, 돌탑을 쌓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란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항상 있을 수 있어.”

바리가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어느샌가 서낭신은 바리 곁으로 내려와있었습니다.

이웃집 고등학생 언니처럼 아주 젊어보이는 서낭신님은 백호에게 다가와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백호야, 정말 오랜만이다.”

백호가 서낭신과 얼굴을 부비면서 말했습니다.

“예, 정말 반갑습니다. 요즘 서낭당이 없어져서 어떻게 사시나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그래, 예전과 달리 힘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구나, 그 나쁜 호랑이들이 기세를 부리는 통에 수려한 동네는 전부 물에 잠기고 산이 깎이고, 나무가 잘려서 가끔씩은 정말 슬프단다. 하지만 어쩌겠어……. 너희들이 잘 도와주겠지.”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서낭신은 정말 어린 시절 옆집에 살던 언니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리가 말했습니다.

“서낭신님, 아쉽지만, 저희는 터주신과 업장군님을 만나러 가야되요. 앞으로 사람들의 소원을 많이 들어주세요.”

서낭신은 바리의 볼을 어루만지면서 말했습니다.

“그래, 앞으로 너희들이 가야할 길도 무사히 잘 끝마치도록 내가 도와줄게. 곧 끝날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더 열심히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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