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64

뭐야? 빌려줬다고? (2)

등록 2004.08.25 10:08수정 2004.08.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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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정의문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는 형도 잘 알잖아. 천하인들이 모두 칭송해 마지않는 그들을 어떻게 신고를 해? 누구 몰매 맞아 죽을 일 있어?"
"그, 그래…?"

이회옥은 적이 당황했다. 정의문이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지만 그들의 진정한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림천자성이 꾸미는 일 가운데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는 같은 편인 정의수호대원들을 격살하는 일도 있다. 마도에 잠입하여야 하는데 좀처럼 그들의 신임을 얻지 못할 경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렇게 하여 마도의 심장부에 잠입하였다가 필요한 비밀을 탐지하면 대대적인 공격으로 초토화를 시키곤 하였다. 때로는 숨어든 간세를 색출하기 위해 이런 수법을 쓴다.

그리고는 부득이하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 병법의 일환이었다는 미사여구로 희생자들의 가족을 위로한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정의문이 무림천자성이 꾸미는 암계의 일환이 아닌가 싶었다.

최근 들어 무림천자성의 명성은 확실히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무림의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나섰을 때에는 무림천자성이야 말로 무림에 꼭 필요한 존재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여 정파무림이 무림천자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것이다.

마침 이 시기는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강호를 잠식하던 일월마교와 화존궁이 기지개를 켜던 시기였다.


무수히 많은 제자들과 그들의 강력한 무공을 바탕으로 강호를 독패하려던 그들은 발호할 수 없었다. 무림천자성에서 무림 최초로 개발한 천뢰탄의 위력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눈물을 머금고 한발 물러선 일월마교와 화존궁은 모든 힘을 쏟아 그에 버금가는 병장기를 개발해냈다. 그 결과 성공하였지만 무림천자성이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더욱 강력한 병장기를 양산해냈기에 정파와 마도는 서로를 견제하며 상대의 약점을 찾는 시기를 맞이하였다.

덕분에 무림엔 언제 깨질지 모를 아슬아슬한 평화가 지속됐다.

이때 이후 무림천자성은 정파무림의 종주를 자처하였고, 다른 문파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리고 무림천자성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협조하는 것이 본분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정의수호대원들은 어디를 가든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엔 절대 그렇지 아니하다.

구부시가 성주에 취임한 이후에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한 것이다. 이것은 그의 근시안(近視眼)적인 안목 때문이다. 스스로 천하제일 석두(石頭)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건을 벌였던 것이다.

구부시는 머리 속에 든 것이라고는 개똥도 없지만 어디서든 나서기를 좋아한다. 다시 말해 잘난 척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 척을 하였고, 다른 곳에서는 마땅히 뚜껑을 열고 사용해야 할 천리안(千里眼)이라는 병기를 닫힌 상태로 사용하면서도 잘 보이는 척하였다.

그가 성주가 된 이후 제대로 된 일이 거의 없지만 대표적인 실책을 꼽으라면 무력으로 아부가문과 월빙보를 공격한 것이다.

아부가문을 침공한 이유는 무림천자성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세무각을 폭파시키라는 지시를 문주인 오사마가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빙보를 공격한 이유는 후세인이 배후에서 이를 지원했기 때문이라 하였다.

대대적인 공격이 있었고 수많은 희생자들이 생겨났다. 물론 무림천자성의 승리였다. 겉으로 보기엔 무림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정파무림의 종주가 악랄한 마도문파를 친 것이다.

그렇기에 정파 무림인들 모두가 열렬히 환호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공격 명분으로 내세운 것들이 날조(捏造)된 증거라는 의심을 피할 길이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파무림에는 무림천자성의 일이라면 무조건 찬성하는 약소문파들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선무곡이다.

오래 전, 주석교와의 대접전 끝에 피폐할 때로 피폐해졌을 때 무림천자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선무곡은 받은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선무곡 곡도들 사이에 무림천자성의 본심이 무엇이냐는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 하나 둘 추악한 면모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월빙보 공격은 그곳의 수많은 금광을 독차지하기 위함이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난 것이다.

이렇듯 무림천자성이 진의를 의심받는 상황이지만 천하최강의 전력을 지녔다는 것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

그렇기에 정의문이 무림천자성이 꾸민 계략의 일환이라면 정말 중대한 실수를 범한 것이다. 자칫 어머니와 고모는 물론 자신과 장일정까지 한몫에 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왜 그래? 설마 정의문을 못 믿어서?"
"아, 아냐. 그건 아니고… 잘못되면…"
"걱정 마! 어머니의 목숨이 걸렸어. 그런데 경솔하게 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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