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63

뭐야? 빌려줬다고? (1)

등록 2004.08.23 12:53수정 2004.08.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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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빌려줘서 지금 없다고?”
“그래? 시급히 필요한 약재가 있었거든. 헌데 무슨 일 때문에 그래? 철마당에도 말은 많이 있잖아.”

“많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비호만한 놈은 없잖아.”
“하하! 그야 그렇지. 흠흠! 형도 이제 내 조련 솜씨를 인정하는군. 그런데 왜 그래? 혹시 두 분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거야?”
“아냐. 그런 건 아니야. 흐음! 이제 어쩐다?”


소화타는 이회옥이 오자마자 비호를 찾자 불안했다.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벌어진 것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언제 도착했었는데?”
“그저께. 그런데 왜? 그렇게 급한 일이었어?”
“그래. 오면 왔다고 전갈이나 넣어주지. 음, 이제 어쩐다…?”

그제 밤, 의성장에는 반가운 손님이 왔다. 상해에 있는 재산을 처분하고 돌아오겠다던 반광노조(半狂老釣) 형운악(螢雲岳)이 드디어 당도한 것이다.

그의 수레를 끌고 온 말은 천하의 명마인 비룡과 견줄 만큼 뛰어난 비호였지만 사람들은 그 말이 천리준구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장일정이 대완구의 특성을 모조리 감춘 덕분이다.

지난번에 이회옥은 비호가 당도하는 즉시 연통을 넣어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걸린 비상 때문에 전갈을 넣을 수 없었다. 이런 때 잘못 움직이면 의심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져 그러는지 알 수 없으나 내성은 물론 외성까지도 샅샅이 수색하고 있으며 모든 이동이 금지된 상태이다.

하지만 수뇌부에 속하는 직급인 당주급 이상은 예외이다. 그렇기에 이회옥이 백악루와 의성장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꼭 필요하다면 기다려봐. 돌아올 때도 됐거든. 헌데 언제 필요한데 그래?”
“빠르면 빠를 수록!”

“당장? 으음! 언제 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하지?”
“오긴 확실히 오는 거냐?”

“그럼, 간지 꽤 됐거든. 그건 올 때도 됐다는 이야기지.”
“그래? 그럼, 혹시 모르니까 기다려 볼까?”

“그렇게 해. 재수가 좋으면 금방 올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형!”
“왜?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
“그래, 형 이마에 있는 그 흉터 말이야.”

“이거? 이건 왜?”
“그거 치료할 수 있어. 아주 감쪽같이 없앨 수 있으니까 온 김에 시료(施療)를 받는 건 어때?”

“그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아, 참! 안 된다.”
“왜? 부작용 같은 것도 없고, 혹시 내 실력을 못 믿어서…?”

“그게 아니야. 네 솜씨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관계 때문이야. 이 흉터를 시료할 능력을 지닌 의원은 너뿐일 거야. 따라서 이게 없어지면 너하고 만났다는 걸 알게 될까봐 그래.”
“으음! 그렇군. 그럼 할 수 없지. 나중에 하자.”

“그래! 그나저나 준비하라는 건 어떻게 되가?”
“뭐? 어떤 준비?”

“뭐긴 뭐야? 너 진짜 몰라서 하는 소리야?”
“아! 그거? 아냐. 잘 준비하고 있어. 조금만 더하면 될 거야.”

“믿을 만한 사람들한테 맡긴 거야?”
“하하! 물론이지. 잘못되면 두 분의 안위에 문제가 생기는데 어찌 함부로 처리하겠어? 형, 혹시 정의문이라고 들어봤어?”

“정의문? 가만, 어디서 들어본 명칭인데… 아, 맞아! 부정하게 모든 재물을 빼앗아 굶주린 사람들을 구휼한다는…? 본성에서 막대한 현상금을 걸었지만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다는…? 헌데 그 정의문은 갑자기 왜?”
“후후! 그들이 우리를 위해 일해주는 중이거든.”

“뭐어? 정의문이?”
“그래. 지금 병사(病舍)에 누워있는 환자 가운데 하나가 그들과 관련이 있어. 전에 태산에서 벌어진 사건을 알지?”

“태산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 한운거사 초지악과 예비정의수호대원들이 몰살당한 거?”
“그래. 그때 부상을 당한 환잔가봐.”

“그걸 어떻게 알아? 스스로 정의문도라고 그랬어? 그들은 지금 지명수배 된 상태잖아. 신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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