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74

두 개의 천뢰탄 (2)

등록 2004.09.24 12:20수정 2004.09.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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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럴 줄 알았네. 그건 웬만한 서책에는 없는 이야기이거든. 자, 잘 들어보게.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이 뿜어지네. 그러면 원래 용암이 들어차 있던 곳이 텅 비게 되겠지?”
“그야 그렇지요.”

노인은 화산이 터지는 듯한 손짓을 하였고, 단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자리가 계속해서 그냥 비어있겠는가? 아니면 다른 어떤 걸로 메워지겠는가?”
“그, 글쎄요? 그건 잘…?”

“마땅히 채울 게 없으면 그냥 비어 있는 건 아닙니까?”
“허허!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 뜨거운 용암이 다 뿜어지고 나면 지하수가 뿜어 올려진다네.”
“지하수요?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거죠?“

단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들 그릇에 담긴 물에 대나무로 만든 대롱을 넣고 입으로 빨아들이면 어찌되는지 아는가?”
“그야, 물이 빨려 올라오죠.”

“그럼, 그게 무슨 원리인지 알겠는가?”
“글쎄요?”


“대롱 안에는 원래 공기가 있었지? 그런데 그 공기를 입으로 빨아들이면 어찌되는가?”
“대롱 속의 공기가 모두 사라지게 되겠지요.”

“허허! 그와 마찬가지이네. 위에 있던 용암이 모두 빨려 올라가는 것은 대롱 속의 공기가 빨리는 것과 같네. 이것은 화산 내부의 압력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고,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지하수가 딸려오는 것이네.”
“……?”


설명을 들었지만 언뜻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단원들 가운데 하나가 물었다.

“헌데, 어르신! 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허허! 성질도 급하군. 자, 노부의 말을 더 들어보게.”

화담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단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그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화담과 단원들이 있는 곳은 왜문 지저에 있는 동혈로서 원래는 제법 많은 양의 물이 흐르던 지하수맥의 통로이다.

이들이 정체 모를 상자를 들고 이곳에 나타난 것은 단주인 이회옥으로부터 악인록에 기록된 악인들을 모조리 척살하라는 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난파를 당한 왜문 사람들은 선무곡의 호의가 있었기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허기를 메울 음식을 주었고, 몸을 보호할 무공을 전수해 주었다. 또한 각종 문물은 전수했으며,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베풀었다.

이때 그들이 택한 자리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길쭉한 형상을 한 섬이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도 사방을 경계할 수 있는 이점(利點)이 있기 때문에 택한 것이다.

주변에 오로지 선무곡밖에 없었고, 그들은 늘 호의적으로 대해주었기에 왜문은 외부로부터 침탈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탈 없이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속담에 "머리 검은 짐승은 절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늘 아래 검은머리를 한 짐승은 오로지 인간밖에 없다. 따라서 위기에 빠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구해주지 말라는 의미이다. 종종 은혜를 원수로 갚기 때문이다.

옛말 치고 그른 말 없다는 속담도 있듯 왜문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했다. 은혜를 베푼 선무곡을 힘으로 강점(强占)하고는 온갖 악행을 자행하였던 것이다. 인면수심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을 빚겠는가!

어찌 되었건 왜문이 자리잡은 섬에는 유난히도 화산이 많았다.
고르고 고른 자리가 하필이면 무림의 다른 지역보다 무려 사십여 배나 많은 화산이 밀집한 섬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별탈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유난히도 지하수가 풍부하였기 때문이었다.

지하수가 용암의 뜨거운 기운을 적당히 냉각시키고 있었기에 화산 활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왜문의 화산들이 활화산(活火山)이 아닌 휴화산(休火山)인 상태였던 것이다.

만일 이 뜨거운 기운을 냉각시켜줄 물이 부족하게 되면 펄펄 끓다가 결국 터지게 될 것이다. 이때에는 내부에 있던 용암과 더불어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뿜어 올려지게 될 것이다. 속이 빈 대롱으로 물을 빨아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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