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73

두 개의 천뢰탄 (1)

등록 2004.09.22 10:07수정 2004.09.22 10:58
0
원고료로 응원
“조심, 조심!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천추(千秋)의 한이 될 것이니 극도의 경계심을 유지해야 하네. 다들 알지?”
“하하, 어르신!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희도 이게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그래, 자네들이 어련히 잘 알겠냐만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노파심 때문에 하는 잔소리니 이해들 허게.”


“하하, 걱정 꽉 붙들어 매십시오. 저희들이 누굽니까?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니 떨어트리거나 부딪치는 실수는 절대 없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허허! 알겠네. 그럼, 이 늙은이는 자네들만 믿겠네.”

횃불을 든 채 선두를 밝히던 백발(白髮) 백염(白髥) 노인은 믿음직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뒤따르던 장한들은 걱정 말라는 듯 흰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었다.

노인은 화담 홍지함이었고, 장한들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양성해낸 제세활빈단의 정예들이었다.

단원들은 관처럼 길쭉한 상자를 운반하고 있었는데 무엇이 담겨있는지 몹시 무거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십여 발짝마다 한번씩 쉬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취하는 조심스런 행동으로 미루어 상자 안에 상당히 예민한 무엇인가가 담겨있는 듯하였다.

어두컴컴하고, 습기가 그득하며, 바닥에는 제법 많은 양의 물이 흐르는 이곳 지저 동굴에서 대체 무슨 일로 이런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거나 전진 속도가 매우 느려서 백 장 정도 나아가는데 거의 반 시진씩 걸리고 있었다. 하여 장한들의 이마마다 구슬 같은 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힘든 표정을 짓거나 투덜거리지 않았다.

이일이 몹시 중대한 일이라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은 바 있기에 사명감이 일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전진하는 것이다.


화담과의 대화 이후 반 시진 가까이 지나도록 숨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던 단원 가운데 하나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아직 멀었습니까?”
“이제 거의 다 왔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쓰게.”

“휴우! 다행입니다. 아직 멀었다고 하면 어쩌나 했거든요.”
“허허! 미안허이, 자네들에게 이렇듯 힘든 일을 시켜서.”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야 어르신이 시키면 무엇이든 할 겁니다. 목숨을 내놓으라 하시면 그렇게 할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미안하다는 섭섭한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허허! 알겠네. 내 어찌 자네들의 충정을 몰라 그런 소리를 했겠는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한마디 한 것이네.

“하하! 걱정 마십시오. 좀 무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백 리는 더 들고 갈 수 있습니다.”
“백 리나 더? 허허! 그렇게 멀지는 않네. 이제 오 리 정도만 더 가면 되니 조금만 더 힘을 쓰시게.”
“으윽! 앞으로 오 리나 더요? 끄응! 알겠습니다.”

누군가 대답을 하였지만 음성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한참 더 가야한다는 말에 기가 질린 듯한 음성이었다.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상자를 내려놓으면 자네들은 즉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네. 알겠지?”
“어르신! 걱정 마십시오. 곳곳에 횃불을 밝혀두었으니 갈 때는 아주 쉽게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그건 아주 좋은 생각이었네.”
“헌데, 어르신! 이걸 왜 여기까지 운반해야 하는 겁니까?”

“허허! 궁금한가?”
“그렇습니다. 이건 본곡에 보관하는 게 더 좋은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게 있다고 하면 우릴 업신여기던 문파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텐데 이리로 가져온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허허! 그럼 그럴까? 어차피 시간이 좀 있으니 그렇게 하세. 대신 영원히 오늘의 일을 발설해서는 아니 되네. 약속하겠는가?”

“물론입니다. 소인들이 칠성판(七星板 : 관 속의 시체 밑에 까는 널빤지. 북두칠성을 본떠서 일곱 구멍을 뚫음)을 등에 지는 순간까지도 절대 발설치 않을 터이니 염려놓으십시오.”

단원들의 시선은 모두 화담에게로 향하였다. 그동안 궁금하게 여기던 것을 드디어 알게되었다는 눈빛이 담긴 시선이었다.

“좋네. 자네들, 화산이 터지면 어찌 되는지 아는가?”
“그야 엄청 뜨거운 용암이 쏟아져 나오지요.”

“허어, 아주 잘 아는군. 그럼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뿜어 올려진다는 것은 아는가?”
“다른 거라니요? 용암말고 또 다른 게 나오나요?”

“흐음! 그건 들어본 적이 없는데… 뭐가 또 나오지?”
“글쎄…? 용암말고 무언인가가 나온다? 그게 대체 뭐지?”
“어르신! 모르겠습니다. 그냥 알려주십시오.”

단원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화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