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 개울가의 단풍이 곱게 들었다.한성희
요즘 공릉으로 들어서면 입구부터 노랑 빨강으로 현란한 단풍과 붉은 열매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을 호사시키고 숲에서 살랑대는 가을냄새가 몸서리치게 가을을 자각하게 한다.
공릉 관리사무소 옆에는 커다란 밤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청설모들이 밤이 익으면 즐겨 찾는 밤나무다. 창설모는 먼저 밤송이를 떨어트린 다음 내려와서 까먹는 습관이 있다. 밤송이가 벌어질 무렵부터 청설모와 공릉 관리사무실 사람들은 짓궂은 게임을 즐긴다.
밤송이를 떨어트린 청설모가 내려와서 까먹으려는 찰나 쏜살같이 쫓아가면 다급한 청설모는 밤송이를 물고 후닥닥 도망간다. 청설모는 무거운 밤송이를 물고 도망가는 것이 버거워 이내 떨어트리고 만다. 이것을 주워오면 밤을 빼앗긴 청설모는 나무 뒤에서 씩씩대면서 고개를 이쪽 저쪽으로 내밀며 분해서 어쩔 줄 모른다. 공릉 가족들과 청설모의 밤을 빼앗기 게임도 이제는 철이 지났다.
지난 일요일(17일)에 올해 마지막 제례인 공릉의 장순왕후 기신제가 열렸다. 5월에 순릉 공혜왕후 기신제를 시작으로 9월에 영릉 기신제가 있고 마지막으로 장순왕후의 기신제를 지낸다.
지난 번 영릉 기신제를 봤기 때문에 이번엔 그리 호기심이 크지 않았다. 공릉 기신제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서울지원 서대문분원(분원장 이동보)에서 맡아서 지낸다. 기신제를 지내는 절차는 지난 번과 다르지 않다. 대동종약원에서 제물을 만들어 보내기 때문에 제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