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익어가는 탱자이종찬
내가 스무 살 시절까지 살았던 경남 창원군 상남면 사파정리 동산마을(지금의 창원시 상남동)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길게 둘러쳐진 초가집이 대여섯 채 있었다. 도랑가 건너 산숫골에 두어 집 있었고, 새칫골로 가는 도랑가 주변에도 서너 집 있었다.
그 중 나는 우리 집과 10여m 남짓 떨어진 곳에 있었던 그 가시나네 집 탱자나무 울타리를 가장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가시나네 집을 둘러싸고 있는 그 탱자나무 울타리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멋지고 길었다. 게다가 가을이 오면 그 가시나네 집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유독 노란 탱자가 많이 매달렸다.
그 당시 우리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추수가 끝나면 낡은 초가지붕과 허물어져가는 싸리담장을 걷어내고 새로운 옷을 입혔다. 하지만 그 가시나네 집은 담장 하나만큼은 새롭게 세울 필요가 없었다.
그 가시나네 집은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노란 새끼줄로 싸리나무 울타리를 열심히 엮고 있을 때 탱자나무 울타리에 삐쭉삐쭉 솟은 가지를 반듯하게 쳤다. 마치 이발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