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의 관광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낙안읍성 짝사랑 한지공예가 전소연씨

등록 2005.02.04 15:22수정 2005.02.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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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낙안읍성 동문앞에 자리한 한국관광명품점

낙안읍성 동문앞에 자리한 한국관광명품점 ⓒ 서정일

"찢어보실래요?"


한 장은 약하지만 여러겹은 강하다면서 비싼 한지를 내미는 한지공예가 전소연씨는 낙안읍성 동문 입구에서 한국관광명품점을 운영한다. 17년 교직생활동안 한지를 접하고 만져보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0여년 전.

하지만 처음부터 창작활동에만 몰입한 건 아니다. 한지공예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이 여기저기서 들어왔기 때문. 그러나 창작욕구만은 억누를 수 없어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겠다 싶었는데 그때 다가온 게 바로 낙안읍성. 훌훌 떠나왔다.

a 맘 편하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어 좋다는 전소연씨

맘 편하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어 좋다는 전소연씨 ⓒ 서정일

말이 쉽지 평생 살던 터전을 뒤로 하고 타향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보통의 결심으로는 힘든 일. 무엇이 전씨를 이곳에 눌러 앉게 했을까?

"포근한 고향에 온 느낌처럼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뽀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구름 위를 걷듯 성곽을 돌면서 발아래 둥그스레한 초가집을 바라보던 첫 순간을 잊을 수 없다는 듯 회상에 잠기는 전씨.


서울을 떠나 그렇게 시작된 낙안과 전라도 짝사랑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런만큼 더 나은 관광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안내서를 마련해 놓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구석 구석 세심하게 설명해 주는 것까지 그녀가 이곳에 와서 한 일도 많다.

a 한지로 만든 그녀의 작품은 자그마한 소품에서 부터 큰 항아리까지 다양하다

한지로 만든 그녀의 작품은 자그마한 소품에서 부터 큰 항아리까지 다양하다 ⓒ 서정일

"어울림입니다."


세상엔 어울림이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지론은 확고했다. 특히 관광지에서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어색함을 제일 경계했다. 흡사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빨간 양말을 신고 샌들을 신은 격으로 현재 우리네 관광지엔 그런 모양새가 다반사라고 얘기한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관광에 관한 욕구는 커진 반면 그것을 수용할 만한 관광문화는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는 표현. 어찌보면 '부조화'와 '괴리'라 말할 수 있는 관광의 부실공사라고 꼬집어 말한다. 그녀의 말에서 '어울림'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본다.

a 그녀의 관광명품점은 한국적인 것으로 정갈하게 꾸며졌다

그녀의 관광명품점은 한국적인 것으로 정갈하게 꾸며졌다 ⓒ 서정일

관광에 관해 그리고 낙안읍성에 관해 늘 생각하기에 그녀는 한지공방에서 한국적이며 토속적인 상품들만을 취급한다. 하지만 의아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광지에서 전혀 구입해 가지 않을 만큼의 고가와 명품까지도 스스럼없이 진열해 놓은 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 하지만 그녀는 '보여주는 즐거움' 이라 말하며 웃는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예쁘네요" 하면서 감탄할 때 그리고 비록 구입해가지는 않지만 문을 닫고 나가면서 흡족한 마음으로 구경 잘했다고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은 아는 사람만이 알 거라했다.

일반인 같으면 값싸고 잘나가는 상품으로 구색을 맞출텐데 그런 깊은 뜻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곳 한지공방이 관광지의 일부분이 되어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a 여성 관광객들은 작품을 보면서 배울수 없냐고 물어본다

여성 관광객들은 작품을 보면서 배울수 없냐고 물어본다 ⓒ 서정일

오시는 손님은 대개 여성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곳이 아기자기한 면이 있어서도 그렇지만 한지공예를 여성 분들이 더 많이 선호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그런 방문객들은 이구동성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남긴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앎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해 보지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관광지를 찾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볼거리'다. 관광지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자의든 타의든 볼거리에 포함된다는 건 당연한 일.

주변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어울림 속에서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정성을 다할 때 다시 찾는 관광지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문앞에 자리한 전씨의 관광명품점은 낙안읍성과 어울리는 또다른 볼거리임이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다큐남도
http://cafe.naver.com/pen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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