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웃음으로 바꿔가는 사람들

[페루 이야기⑧] 페루 근로자의 날 모습

등록 2005.05.04 12:03수정 2005.05.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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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도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Dia del Trabajo)이다. 이 날을 국경일로 정한 페루에서는 우리나라의 노동절과는 달리 온 도시가 축제 분위기다.

각종 행사로 유난히 쉬는 날이 많은 페루지만 이날만큼은 다른 날과는 달랐다. 이른 아침부터 온갖 나팔소리와 노랫소리로 바깥이 시끄러워 쿠스코의 플라자 데 아르마스(Plaza de Armas) 광장으로 나가보니, 수많은 군중들이 원주민 전통 복장을 한 주민들의 행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a 수많은 군중들의 구경속에 펼쳐지고 있는 행진의 모습

수많은 군중들의 구경속에 펼쳐지고 있는 행진의 모습 ⓒ 배한수

전통의상을 입고 행진에 참여한 주민들은 인디오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는 의미로 페루 원주민 전통 복장을 입고 축제에 참여한다고 한다.

a 플래카드를 선두로 행진중인 음식을 판매하는 상가의 사람들

플래카드를 선두로 행진중인 음식을 판매하는 상가의 사람들 ⓒ 배한수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복합 상가에 일하는 사람들의 연합으로, 자신들이 팔고 있는 물건과 일하는 곳의 소속을 표기한 플래카드를 앞에 내세운 채 흥겹게 춤을 추며 걸어가고 있었다.

a 행진에 참가중인 여성의 원주민 전통복장

행진에 참가중인 여성의 원주민 전통복장 ⓒ 배한수

전통복장을 입고 서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니 그 모습이 참 화려하고 아름답다. 원주민 전통복장은 각종 색실을 틀에 넣고 직접 손으로 짜서 만든다. 섬세한 문양에 색이 참 화사했다. 게다가 이날은 특별한 날이라 사람들이 몇 겹씩 옷을 겹쳐 입고 각종 장신구들까지 착용해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a 행진의 특별 초대손님인 귀여운 알파카(Alpaca)

행진의 특별 초대손님인 귀여운 알파카(Alpaca) ⓒ 배한수

그런데 갑자기 행진 대열 틈으로 누런 털의 귀여운 알파카(Alpaca)가 등장했다. 이 알파카는 알파카 수공 의류를 판매하는 상가 사람들이 데리고 나온 특별 초대 손님이었다. 안데스 고산지역에만 사는 알파카는 사람들에게 의류의 소재가 되는 양질의 털을 공급하기 때문에 페루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한다.

하지만 땀을 흘리며 열심히 알파카를 모는 남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파카는 행진 내내 자꾸만 엉뚱한 길로 걸어가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a 경찰 복장을 한 채 행진에 참여중인 한 시민의 모습

경찰 복장을 한 채 행진에 참여중인 한 시민의 모습 ⓒ 배한수

행진 대열의 말미에는 경찰과 거지 복장을 한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소속 표기도 없이 가면을 쓴 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이날 축제를 즐기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행진이 끝나자 한쪽 공터에서는 현란한 춤의 향연이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행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시민들 앞에서 각자 열심히 준비한 춤을 보여주고 있었다.

a 안데스 전통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흥겨운 춤

안데스 전통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흥겨운 춤 ⓒ 배한수

안데스 전통 음악에 맞춰 추는 흥겹게 추는 춤들은 화려한 복장과 어울려 보는 내내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쓴 사람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치마를 들추는 등 돌발적인 행동으로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a 가면을 쓴 채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

가면을 쓴 채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 ⓒ 배한수

공연은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맥주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은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술 취한 사람이 추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다가 공연 말미에는 들고 있던 맥주를 뿜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a 맥주를 뿌리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맥주를 뿌리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 배한수

또 흰색과 분홍색이 예쁘게 어울린 복장을 한 빵 굽는 마을에서 나온 사람들은, 빵을 한 아름 안고 다소곳이 춤을 추다가 춤이 끝나자 관객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며 해맑은 미소를 던지기도 했다.

a 예쁘게 어우러지는 복장을 한 빵굽는 마을에서 나온 사람들

예쁘게 어우러지는 복장을 한 빵굽는 마을에서 나온 사람들 ⓒ 배한수

사람들이 준비한 여러 가지 볼거리가 풍성했던 페루 근로자의 날은 한마디로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꽃피는 날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흥겨운 축제로, 일하면서 쌓인 피로를 웃음으로 바꿔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진정 여유 있고 재미있게 삶을 살아가는 페루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a 흥에 못이겨 무대로 뛰어올라 마이크에 대고 박자를 넣는 한 시민

흥에 못이겨 무대로 뛰어올라 마이크에 대고 박자를 넣는 한 시민 ⓒ 배한수

덧붙이는 글 | -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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