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동물들과의 숨바꼭질

[페루 이야기⑦] 페루 푸에르토 말도나도 아마존 여행 이야기②

등록 2005.05.04 09:43수정 2005.05.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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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마존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울창한 열대우림 안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일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 지역을 여행하면서 나무를 빠른 속도로 기어오르는 원숭이와 알록달록한 앵무새를 보기는 기대만큼 쉽지 않다.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사람의 기척을 느낌과 동시에 멀리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푸에르토 말도나도(Puerto Maldonado) 아마존에서의 이튿날 아침, 일행은 새벽 5시 이른 시각에 일어나 산장 주인의 안내에 따라 아마존 풀숲 속으로 향했다.


아마존의 동물들은 평균온도 30도가 넘는 낮 시간에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동물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먹이를 얻기 위해 활발히 이동하는 동틀 무렵이란다.

a 아마존의 울창한 나무 숲

아마존의 울창한 나무 숲 ⓒ 배한수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이 들어선 울창한 나무숲을 헤치고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숲은 온갖 동물과 새들이 울어대는 소리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하지만 쉽게 발견할 것이라 예상했던 동물들은 어디에 숨어서 울어대는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일행을 반기는 것은 벌떼를 연상케 하는 모기들뿐.

아마존 동물들은 야생의 본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기척에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따라서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사람의 기척에도 동물들은 금세 높은 나무 꼭대기로 피신하거나 멀리 달아나 버리기 일쑤라고.

오랜 시간 숨바꼭질을 해야 비로소 동물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말에, 차분히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일행은 조심스레 한 발자국씩 숲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런데 안내를 하던 산장주인이 벌집 같이 생긴 동그랗고 커다란 덩어리가 나무에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일행은 놀라 숨을 죽이고 서 있는데, 산장주인은 뱀의 공격에 대비해 준비한 커다란 칼로 나무에 달린 덩어리의 표면을 성큼성큼 도려내기 시작했다.

일행은 벌들이 튀어나올까봐 잔뜩 겁을 먹고 서 있는데, 한술 더 뜬 산장주인은 칼로 도려낸 덩어리의 표면에 손을 얹어놓고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쳤다.


a 떼르미따스(Termitas)의 집에 손을 얹고 있는 산장 주인

떼르미따스(Termitas)의 집에 손을 얹고 있는 산장 주인 ⓒ 배한수

가까이로 다가가 산장주인의 손을 보니, 개미만한 애벌레들이 손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산장 주인은 "떼르미따스(Termitas)는 흰개미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나무 위에 벌집 같이 생긴 집을 짓고 사는데, 모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아주 훌륭한 약이다"라고 설명하며, 손에 붙은 애벌레들을 양손으로 비벼 터트린 후 팔과 얼굴 등에 그것을 바르기 시작했다.

흔치 않은 광경에 일행은 얼굴을 찌푸렸으나, 산장주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모기가 많이 살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 이 애벌레의 체액은 모기가 싫어하는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기 퇴치에 특효약이다"라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비록 직접 벌레를 만져보지는 못했지만 참 신기하고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산 속으로 계속 걸어들어가기를 30분여, 하늘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며 단체로 비행을 하던 새 10여 마리가 머리 위 나무로 날아와 앉았다. 빨강, 노랑, 파랑 색등 총 천연색 깃털을 가진 이 새는 앵무새(Loro)였다.

a 나무 꼭대기에 앉은 앵무새의 다양한 모습

나무 꼭대기에 앉은 앵무새의 다양한 모습 ⓒ 배한수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는 앵무새의 모습을 카메라 줌을 이용해 멀리서 지켜봐야 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새장에서 조련된 말 잘하는 앵무새가 아닌 천연의 아마존 앵무새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행은 신비로움 그 자체에 젖어들었다. 실로 야생 앵무새들은 덩치도 굉장했고 열대우림 속에서 울어대는 그 어느 새들보다도 목소리가 컸다. 계속 사진을 찍어대고 앵무새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시선이 따가워서였을까, 앵무새는 나무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멀리 날아가 버렸다.

우림 속을 헤치고 다니면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모든 나무들이 굉장히 굵고 요상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하늘을 찌를 만큼 높이 솟아 있다는 것이다. 이날 본 것 중 최고는 사람 30명이 손을 맞잡고 동그랗게 둘러서야 나무를 다 안을 수 있다는 거대한 나무 루뿌나(Lupuna)였는데 실로 그 크기는 엄청났다.

a 높이가 70m에 달한다는 거대한 나무 루뿌나(Lupuna)

높이가 70m에 달한다는 거대한 나무 루뿌나(Lupuna) ⓒ 배한수

높이가 70m에 달한다는 이 나무 곁에 동행한 페루 친구가 서 있는 모습은 흡사 '고목나무의 매미'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아마존의 대부분의 나무들은 이와같이 사진에 안 잡힐 정도로 하늘 높이 솓아 있으며, 이러한 거대한 몸집을 가진 나무들도 우림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세 시간여의 우림 속 구경을 마치고 일행은 아마존 정글 속에 있는 꼰데나도(Condenado) 호수에 도착해 카누에 올라탔다. 새벽 일찍부터 시작된 기행탓에 배가 고파진 일행은 준비해온 몽키바나나, 사과 등으로 요기를 하고, 호수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 밀림지대를 구경했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의 노래와 함께 한 휴식은 너무나 달콤했다.

온 길을 다시 거슬러 산장으로 돌아온 일행은 저녁때 있을 캠핑을 준비했다. 캠핑은 강가에 사는 동물들을 보기 쉬운 지역으로 미리 이동해, 하룻밤을 텐트 안에서 자고 익일에 있을 투어를 대비하는 것이다.

약 두 시간 반 보트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캠핑장은 정글 속에 나 있는 작은 공터에 캠핑 시설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는데, 촛불만이 유일한 빛을 내고 있는 고요한 정글 속 캠핑장은 일행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우선 텐트에 짐을 풀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일행은, 산장주인이 준비한 아르볼데빤(Arbol de Pan) 나무의 열매를 삶아 먹기로 했다.

a 하얀 섬유질 속에 까만 밤톨 같은 열매가 들어있는 아르볼데빤 나무의 열매

하얀 섬유질 속에 까만 밤톨 같은 열매가 들어있는 아르볼데빤 나무의 열매 ⓒ 배한수

열대 과실 중 하나인 이 열매의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하얀 섬유질 속에 까만 밤톨과 같은 열매들이 30~40여 개 들어 있다. 이 열매를 삶으면 감자와 같은 맛이 난다 하여 이름이 아르볼데빤(빵과 같은 먹을 것을 주는 나무)라 붙여졌다고 하는데, 삶은 열매를 먹어보니 그 맛이 우리 나라의 밤과 매우 흡사했다.

a 아르볼데빤 나무의 열매를 삶은 모습.(우리나라의 밤과 흡사하다)

아르볼데빤 나무의 열매를 삶은 모습.(우리나라의 밤과 흡사하다) ⓒ 배한수

이렇게 아르볼데빤 나무의 열매를 까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캠핑장 안으로 조그마한 동물 두 마리가 뛰어 들어왔다. 고요하던 캠핑장은 예상치 못한 동물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산장 주인은 한창을 뛰어다니더니 정체 불명의 동물 포획에 성공했다.

a 아마존 야생 돼지인 왕가나(Hwangana) 새끼의 모습

아마존 야생 돼지인 왕가나(Hwangana) 새끼의 모습 ⓒ 배한수

이 동물의 정체는 아마존 야생 돼지인 왕가나(Hwangana). 어미를 잃은 뒤 용감하게 캠핑장으로 뛰어든 이 두 마리의 새끼 야생 돼지는 잡힌 뒤 한창을 울부짖더니, 아르볼데빤 나무의 열매를 던져주니 순식간에 열매를 모두 먹어치웠다. 많이 배가 고팠던 모양이었다.

왕가나의 새끼는 조그만 몸집에도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데다가 털이 가시처럼 뻣뻣하고 날카로워 만져보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보는 동물에 대한 호기심 속에 사람들의 손길을 한 번씩 거친 왕가나는 놓아주자 이내 어두운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낯선 사람들의 방문이 즐겁지만은 않았는지 아마존 동물들은 오랜 숨바꼭질 끝에도 극히 소수만이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낯선 곳에서 경험하는 신비로운 자연환경과 몇몇 아마존 동물들과의 만남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일행은 그렇게 오늘 하루의 추억을 되새기며, 내일 있을 강가에서의 동물구경을 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덧붙이는 글 | 푸에르토 말도나도 아마존 여행기는 총 3부로 연재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푸에르토 말도나도 아마존 여행기는 총 3부로 연재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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