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문장, 엉터리 글 아닌지 확인하자

한글 발전에 기여할 문법 교정 소프트웨어 '바른 한글'

등록 2005.09.11 18:03수정 2005.09.11 18:26
0
원고료로 응원
청와대 누리집에 있는 "국정일기"를 읽어본다. 올해 1월 6일자로 올린 "국정일기(8) 평화를 설득하고, 통상을 열다"를 보았다. 난 이 글을 읽는 목적이 대통령 이야기를 듣고자 함이 아니다. 200자 원고지 11장 정도의 이 글, 우리나라 가장 높은 곳인 청와대가 올바른 글을 쓰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우선 어법에 맞지 않는 말들이 있다. "이름을 잠시 기억 못해 머뭇거린 반면"에서 '반면'은 뒤에 오는 말이 앞의 말과 상반됨을 나타낼 때 쓰는 것인데 여기선 상반된 뜻이 아니어서 맞지 않기 때문에 '머뭇거렸지만'으로 바꿔 써야 맞다. 또 "분쟁이 해결된 많은 사례들을 보면"에서 '많은'이 이미 복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복수접미사 '들'을 뺀 '사례를'로 써야 한다.


그리고 "예정시간이 번번이 초과된"에서 우리말은 '하다'가 붙는 말은 '되다'란 말을 붙이지 않는데 이 '되다'는 번역투이다. 따라서 '초과한'으로 바꿔야 맞다.

여기에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 것들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보면 외래어를 쓸 때는 한글 24 자모만을 쓰게 돼 있고 이에 따라 'TV', 'BBC', 'EU'로 알파벳을 써서는 안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 글은 "新외교", "자국産"으로 한자를 섞어 쓰고 있는데 이는 한글전용에 어긋나는 것으로 "새로운 외교", " 자국생산물"로 바꿔 써야 올바른 글이 될 것이다.

▲ 바른한글 시연과 설명을 하는 (주)EC글로벌 김영석 솔루션사업부 이사(맨 왼쪽)
▲ 바른한글 시연과 설명을 하는 (주)EC글로벌 김영석 솔루션사업부 이사(맨 왼쪽)김영조
우린 적어도 청와대에 올린 글은 완벽할 것이란 기대를 한다. 그런데 여기도 여전히 완벽한 글은 아니다. 물론 청와대의 누리집에 오른 글들은 비교적 다른 곳의 글들보다는 문제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고기관인 청와대에 잘못된 글이 나온다는 것은 좀 창피한 일이란 생각도 된다.

청와대 누리집 뿐만 아니라 실제 많은 글을 보면 곤색(紺色, こんいれ), 부지(敷地,しきち), 시말서(始末書,しまつよ), 십팔번(十八番,じゆうはちばん), 애매(曖昧,あいまい), 지분(持分,もちふん), 촌지(寸志,すんし), 축제(祝祭,まつり) 따위의 일본식 한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더구나 일제가 조선을 깎아내리기 위해 썼던 이조(李朝,りちよう)와 민비(閔妃) 등도 무심코 쓰는 것은 물론 기스(きず), 와사비(わさび), 요지(ようじ), 유도리(ゆとり), 찌라시(ちらし) 같은 일본말, 레자(leather), 백미러(rear-view-mirror), 스덴(stainless), 츄리닝(training) 등의 일본식의 잘못된 외래어를 당연한 듯 쓰고, 심지어는 '닭도리탕'처럼 우리말과 일본말의 잡탕말도 예사로 쓴다.


여기에 더하여 무분별한 외국어 쓰기와 번역투의 잘못된 문장을 쓰면서도 그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예 띄어쓰기의 잘못은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예삿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줄 국어교육은 쉽게 그 문제점을 고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소프트웨어를 처음 개발하기 시작한 권혁철 교수
소프트웨어를 처음 개발하기 시작한 권혁철 교수권혁철
여기에 대안이 있다. 바로 (주)EC글로벌에서 만든 "바른한글"이란 한글 맞춤법/문법 교정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는 부산대 전자전기정보컴퓨터공학부 권혁철 교수가 1991년부터 연구해온 것으로 맨 처음 검색시스템부터 시작했는데 한글 문장과 문법의 검색으로 발전하여 교정까지 할 수 있도록 진화된 소프트웨어다.


이 '바른한글'은 어문규정을 기준으로글, 엠에스워드 등 문서작성 프로그램과 연동하며, 단순 오탈자 점검뿐만 아니라 좌우 어절을 분석해 띄어쓰기, 문장부호, 외래어 표기, 문체 등 잘못의 원인과 쓰임을 설명하고 고치는 기능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주)EC글로벌에 의하면 현재 처리속도는 43만 낱말을 이용, 초당 1400어절에 대한 맞춤법 검사를 할 수 있는 정도며 종합평가도 80%로 36%인 글이나 18%인 엠에스워드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보인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오류만 검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17,000여 개 이상의 맞춤법 도움말 사전을 디비(DB)화하여 교정할 때 원인과 보기를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데 있다.

예를 들면 '경어'라는 낱말이 발견되면 '맞춤법 검사기 창'에 바꿀 말로 '높임말'과 '존댓말'을 보여주고, 선택하여 고치거나 그냥 지나갈 수 있도록 하며, 맞춤법길잡이로 "'경어'는 일본에서 온 말이니 '높임말'이나 '존댓말'을 쓰도록 합시다. 단, '경어'가 서울 사람의 말을 뜻하면 '서울말'로 써야 하며, 동물을 뜻하면 '고래'로 써야 좋습니다. [국어순화용어자료집, 문화관광부, 1997]"라는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경어"에 대한 바른한글의  한글 맞춤법/문법 교정 소프트웨어 사용 예
"경어"에 대한 바른한글의 한글 맞춤법/문법 교정 소프트웨어 사용 예(주)EC글로벌

"경어"란 말의 한글 맞춤법/문법 교정 소프트웨어 맞춤법길잡이
"경어"란 말의 한글 맞춤법/문법 교정 소프트웨어 맞춤법길잡이(주)EC글로벌
또 '민비'란 낱말이 나오면 바꿀말로 '명성황후'를 보여주고, 맞춤법길잡이로 "일본강점기에 명성황후를 낮추어 부르던 명칭입니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다운로드할'은 바꿀 말로 '내려받을'로 제시하고, 맞춤법길잡이로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다른 컴퓨터의 파일을 받아오는 것을 '다운로드'라고 하는데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내려받다'나 '내려받기'로 바꿔 쓰는 것이 좋습니다"란 풀이가 따른다.

주요기능을 살펴보면 먼저 철자오류 처리로 우리나라 어법에 어긋난 철자의 잘못을 고쳐주는 철자검사, 띄어쓰기 검사, 외래어 표기법 검사, 복합명사오류 검사, 사투리 검사, 일본말 찌꺼기나 외래어를 우리말로 고치는 용어순화, 한글/한자 변환 검사, 영문 철자 검사 따위들이 있다.

또 의미문체 처리로는 낱말 사이에 서로 혼동하여 잘못 쓰는 잘못의 처리(서류 결제 → 서류 결재), 잘못된 영어, 일본어 번역투를 우리말로 고침, 문장부호 검사, 표준어 오류 검사, 문법 오류 검사(과반수 이상의 → 과반수의) 등이 있으며, 기존 검사기들이 하지 못하는 다수 어절 단어를 처리하고 교정하는 기능도 갖췄다.

이 한글맞춤법과 문법교정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깨달은 정부도 문화관광부와 산림청을 시작으로 "바른한글' 설치를 하고 있다. 산림청은 일제강점기 우리 강산과 함께 훼손된 산림용어를 아름답고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바꾸기 위해 '바른한글'을 도입, 행정문서를 쓸 때 우리 한글이 바르게 사용되도록 전자결재 시스템과 연계했다고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한글맞춤법/문법 교정 시스템의 지원을 통해 문서교정 시간을 줄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행정문서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특허청, 법원도서관, 연합뉴스, 문화방송(MBC), 서울방송(SBS), 와이티엔(YTN), 동아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 전자신문, (주)한국인식기술 등이 현재까지 '바른한글'을 설치했다. 특히 문화방송에선 실무자들이 다섯 달에 걸쳐 집중 분석한 다음 그 효용성을 인정한 뒤 도입했다고 한다.

이 '바른한글'을 일반인도 쉽게 사용해볼 수 있다. 바로 '바른한글' 누리집(www.barunhangul.com)에 들어가면 한글맞춤법/문법검사기, 로마자변환기, 표준발음변환기, 외래어+한글표기 상호변환기 등이 있는데 들어가기(로그인)를 하지 않아도 바로 문장을 입력하여 확인, 교정할 수 있다.

바른한글을 직접 써볼 수 있는 누리집 화면
바른한글을 직접 써볼 수 있는 누리집 화면(주)EC글로벌
(주)EC글로벌 김영석 솔루션사업부 이사는 바른한글의 개발의도와 바람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보화시대에 글을 눈으로만 교정하는 것은 부정확할 수도 있을뿐더러 속도가 늦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필요에 의해 개발하게 됐다. 이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인해 정부기관과 글을 쓰는 많은 사람 특히 언론기관에선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바른한글이 우리 말글을 올바로 쓰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아직 이 바른한글이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도 추가해야 할 말들도 있다. 그리고 쉬운 우리말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하면서도 맞춤법길잡이에는 여전히 어려운 한자말들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올바른 말글살이를 위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일이 틀림없다. 다만, 이런 잘못을 바로잡고, 완벽한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외부 사람들로 자문단을 꾸릴 것을 제안해본다.

현대인 대부분은 글을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데 보통 12년 이상 국어교육을 받고서도 잘못된 곳 없이 글을 쓸 자신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쓴 글이 여기저기 맞춤법이 틀리고, 일본투, 번역투의 잘못된 말투성이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이제 관공서나 기업, 단체라면, 이 바른한글 시스템 도입으로 완벽한 글을 쓰고, 문서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일반인들도 바른한글 누리집의 한글맞춤법/문법검사기 등을 활용하여 자신있는 글을 쓰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런 노력들이 우리 말글을 살리고,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국어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2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3. 3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