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이회성(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씨는 삼성과의 불법 대선자금 거래에서도 주요한 통로로 활동했음이 드러났다.오마이뉴스
지난 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이석희 국세청 차장 등과 공모해 현대, SK, 대우 등 23개 대기업에서 166억3천만원을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모금한 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은 안기부 '북풍(北風)' 유도 사건과 함께 김영삼 정부 시절의 대표적인 국기 문란 사건이다.
그런데 북풍 사건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전개되어 '속전속결'로 마무리 데 반해, 세풍 사건 수사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검찰이 피의자인 정치권에 지리멸렬하게 질질 끌려다니는 듯한 모양새를 나타냈다.
실제로 북풍 사건의 경우, 안기부의 사주를 받아 거짓 기자회견을 한 윤홍준씨의 체포를 계기로 서울지검 공안부는 안기부 6급 직원 이재일씨부터 팀장·처장·단장·국장, 그리고 권영해 안기부장까지 6명을 줄줄이 구속하는 개가를 이뤄냈다.
반면에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세풍 사건의 경우,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주도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과 김태원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도피하고 서상목 의원마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펼친 '방탄국회'의 보호막 속으로 몸을 숨김에 따라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수사가 되었다.
세풍 미스테리 2제 : 이회창 후보의 인지 여부와 삼성 비자금
98년 8월 31일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서상목 의원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 사실이 불거지면서 '지난 대선 때 국세청이 한 일'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세풍 사건 수사는 다음날 곧바로 임채주 전 국세청장의 구속으로 기세를 올리는 듯했다. 그러나 다른 핵심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망을 벗어남에 따라 1차 수사결과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그런 '믿음' 때문인지 이회창 총재 또한 방탄 정기국회가 끝난 뒤에 '대국민 사과성명'을 마지못해 '찔끔' 냈을 뿐이다.
그러나 수사에 박차를 가한 검찰은 세풍 사건에서 얼굴마담 역할을 한 이회성씨와 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추가로 구속기소한 데 이어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까지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99년 9월 6일 검찰은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상목 의원을 불구속기소하고 이석희 전 국세청차장 기소중지했다. 이회창 총재는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같은 사건으로 '어쩔 수 없이' 두번째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 대선이 있던 2002년 2월에 미 FBI(연방수사국)가 이석희씨를 체포함으로써 김대중 정부 임기 내에는 세풍 사건이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씨는 범죄인 인도재판을 통해 다시 버티기를 했다. 누가 보기에도 다시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기만을 기다리는 폼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