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
바다 위에 드러 눕는 오름
제주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황금벌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드넓은 초지와 들판 사이사이 검게 그어놓은 돌담. 그 돌담 위에 걸터앉은 노란 감귤의 모습은 겨울의 여백을 채워준다. 그리고 들판에 드러누워 있는 높고 낮은 오름은 부드러운 선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기도 하고 어머님의 가슴처럼 푸근한 정감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한다.
제주시에서 12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노라면 청정의 바다로 유명한 함덕 해수욕장이 있다.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함덕 해수욕장 백사장을 걸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바다 오른편에 드러 누워있는 서우봉 오름을 올라 본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 역시 서우봉을 사진에 담아오기만 했지 그 봉우리를 오른다는 것에 대해서는 늘 숙제처럼 미루어 왔으니까 말이다. 서우봉은 맨발로 백사장을 거닐며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을 뛰게 하는 오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