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몸을 따뜻하게', 새우 부추 동그랑땡

값비싼 대하 없이도 새우를 즐기는 방법

등록 2005.12.02 17:50수정 2005.12.03 16:3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새우살과 다진 쇠고기, 야채를 넣어 만든 새우 동그랑땡 ⓒ 이효연

쌀쌀한 초겨울 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하구이죠.

조금 늦은 듯은 해도 제철 음식을 골라가며 맛 보는 것도 꽤 큰 즐거움이란 생각에 커다란 대하를 몇 마리 사볼까 생각하며 시장에 갔습니다. 홍콩의 해산물은 참 싱싱하고 한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합니다. 물론 이곳에서도 귀하고 싱싱한 해산물들은 그만큼 값이 비싸지요. 가령 살아 있는 게라든지 펄떡이는 새우 등은 다른 것에 비해 가격이 좀 높습니다.

아이 팔뚝만한 대하 대여섯 마리 정도를 사려고 보니 1백 달러(약 1만3000원)가 훌쩍 넘더군요. 큰 맘 먹고 장을 보러 간 거지만 잠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옆에 놓인 새우살이 든 커다란 봉투는 겨우 25달러(약 3800원 정도)에 불과했으니까요.

결국 오늘도 주머니 속의 돈을 만지작 만지작하다가 장바구니에 들어간 것은 대하가 아닌 생새우살 한 봉지였습니다. 솔직히 커다란 새우 예닐곱 마리에 1만원 좀 넘는 것이면 사실 그런대로 괜찮은 가격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바로 옆에 놓였던 그 새우살 한 봉지의 가격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뱃 속에 들어가면 다 마찬가지 새우인데....'라는 생각에 말이죠.

'식탁 위에 내 놓으면 커다란 대하구이처럼 볼품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 초대상도 아닌 가족끼리 먹는 식탁인데 '볼품'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생각과 '송송 다져서 야채 넣고 동그랑땡을 부쳐 먹으면 영양가 면에서도 더 훌륭한 반찬이 될 텐데'라는 생각을 마음의 위안(?)으로 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막상 집에 와 냉장고를 열어 보니 새우 동그랑 땡에 '송송 다져 넣을 야채'가 마땅한 게 없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김치를 담고 남은 재료들인 마늘, 생강, 배추, 무가 전부였습니다. 배추를 넣기고 뭣 하고, 무를 갈아 넣자니 그야말로 '엽기 새우 동그랑땡'이 될 것 같구요.

당근이랑 버섯 등은 늘 그랬듯이 야채칸을 뒤져서 어찌어찌 찾았는데 문제는 개운한 맛을 내줄 파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다른 재료들 밑손질할 동안 수퍼마켓에 가서 실파 두어 단을 사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알았노라고 흔쾌히 답하고 나간 남편!

그러나 돌아올 때 그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실파가 아닌 다름 아닌 일본산 수입 부추였습니다. 그것도 홍콩 부추는 5~6달러(7백원 정도)이면 사고도 남을 것을 일본에서 수입된 1단에 25달러(약 3300원) 부추를 산 바람에 석 단에 약 1만원 가까이 주고 사 온 것 아니겠어요?

"어떻게 먹는 입은 있으면서 눈으로는 파랑 부추도 구별 못하냐?"고 한 마디 쏘아 붙이고는 뒤돌아섰지만 속에서는 부글부글 화가 나더군요. '휴! 도대체 아무리 물색이 없어도 그렇지.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구이용 대하를 사서 멋들어지게 먹는 것이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환불하려면 할 수도 있었지만 먹는 식재료를 가지고 물으러 가는 것도 좀 내키지 않고 해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마침 홍콩의 날씨도 아침 저녁으로는 싸늘한 늦가을 날씨거든요. 추울 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을 가진 부추를 듬뿍 넣어 요리를 한 번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새우부추전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지요. 아니 '부추 새우전'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요리를 하는 내내 투덜투덜,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이 돈이면 대하 구이를 먹고도 남았겠다"고 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댔습니다. 하지만 따끈한 동그랑 땡을 부쳐 시원한 맥주 안주로 먹을 생각을 하니 만드는 손도 가볍고 솔직히 신도 나더군요.

한국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 남편도 노릇하게 전이 익어가는 고소하는 냄새는 참 좋은가 봅니다.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어! 부추랑 새우가 익어가는 냄새가 아주 그럴 듯한데? 이런 '럭셔리' 동그랑땡은 정말 오래간만"이라며 공연한 너스레를 떨면서 제 비위를 맞추느라 애를 씁니다.

기름 방울이 채 사그러들지 않아 자글자글거리는, 아직도 뜨거운 동그랑 땡을 접시에 얹고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둔 맥주 한 캔씩을 따서 남편과 마주 앉아 안주 삼아 먹다 보니 어느새 '대하구이에 대한 미련, 아쉬움'도 사라진 듯합니다. 어쩌면 그 미련과 아쉬움은 정작 대하구이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시사철 따스하고 더운 나라에서 살다 보니 새삼 그리워지는, 떠나 와서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아주 매력적인 알싸한 한국의 겨울 추위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아무래도, 좀 더 찡한 추위가 찾아오거든 요것 조것 아껴서 생활비 좀 아껴쓰고 나서 조만간 다시 한 번 대하구이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새우부추 동그랑땡을 같이 만들어볼까요?

재료

새우살 1컵(종이컵 분량)
쇠고기 1 컵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파 1큰술
소금 1/2작은술
간장 1큰술
후추 1작은술
밀가루 2큰술
달걀 1개
야채 다진 것(버섯, 당근, 호박 등 어떤 것도 좋습니다.)
부추 2컵(잘게 송송 썰어서)


a

냉장고 속의 덩어리 고기를 갈아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 이효연

1. 준비한 재료를 모두 잘게 다지듯 썰어 줍니다. 쇠고기 다짐육이 없다면 집에서 커터기를 이용해서 갈거나 칼등을 이용해서 다지면 됩니다.

a

갖가지 야채를 잘게 썰어 넣으면 야채를 안 먹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양 섭취 기회가 되지요. ⓒ 이효연

2. 준비한 야채와 고기, 새우살을 잘게 다진 후 양념을 섞어 끈기가 생기도록 많이 주물러 치댑니다.

a

일단 프라이팬을 달군 후 약불에서 익혀 주세요. ⓒ 이효연

3. 숟가락으로 한 수저씩 뜬 후 동그랗게 모양을 내 빚은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앞 뒤가 노릇하도록 약불에서 지져냅니다.

a

넉넉하게 부친 동그랑땡을 빵 사이에 넣어 케첩을 뿌려 주면 새우 햄버거가 됩니다. ⓒ 이효연

4. 초간장을 곁들이면 더욱 맛이 좋지요. 손님상의 초간장에는 잣가루를 뿌려 올리면 더 근사합니다. 아이들에게는 토마토 케첩을 뿌려 주면 아주 좋아합니다.

덧붙이는 글 |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작년 겨울,코끝이 찡하도록 시린 겨울 바람 속에서 남편과 찾았던 소래 포구! 가슴을 뜨겁게 해 주던 소주 한 잔에 안주 삼았던 고소하고 바삭했던 대하구이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반소매 입고 맞는 홍콩의 연말! 솔직히 약간은 재미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작년 겨울,코끝이 찡하도록 시린 겨울 바람 속에서 남편과 찾았던 소래 포구! 가슴을 뜨겁게 해 주던 소주 한 잔에 안주 삼았던 고소하고 바삭했던 대하구이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반소매 입고 맞는 홍콩의 연말! 솔직히 약간은 재미 없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사 3년 만에 발견한 이 나무... 이게 웬 떡입니까
  2. 2 '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3. 3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4. 4 장미란, 그리 띄울 때는 언제고
  5. 5 "삼성반도체 위기 누구 책임? 이재용이 오너라면 이럴순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