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 그는 적임자였다

[공연리뷰] 신나는 음악과 진한 감동이 느껴지는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

등록 2006.03.22 21:35수정 2006.03.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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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학창시절 좀 놀아봤다 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가봤음직한 추억의 고고장

학창시절 좀 놀아봤다 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가봤음직한 추억의 고고장 ⓒ 유영수

창작뮤지컬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를 연출한 이원종씨는 '우리는 추억을 팔지 않는다. 꿈을 팔 뿐이다'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관객으로서는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에 공연 내내 젖어드는 걸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의 말처럼 잠시 잊혀 있던 혹은 생활에 묻혀 포기해야만 했던, 우리의 꿈과 희망을 일깨워 주는 촉매제 역할을 단단히 해낸다.


어느새 이십여 년 전의 먼 과거가 돼버린 중고교시절의 기억들. 바쁜 일상에 치여 완전히 사라져 버렸을 법한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뮤지컬이 바로 '와이키키'다. 그 소재는 물론 음악이다.

a 충고보이스와 버진블레이드가 결성되는 과정

충고보이스와 버진블레이드가 결성되는 과정 ⓒ 유영수

송골매의 노래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작은 거인 김수철의 '나도야 간다'는 물론, 설운도의 '상하이 트위스트'까지 극의 전개를 이끌어 나가는 노래는 장르와 시대의 경계를 뛰어넘어 우리의 정서를 대변해 준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음직한 팝송인 'You light up my life'와 6월항쟁의 함성을 더 뜨겁게 해줬던 운동권가요인 이광조의 '뭉게구름'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는 부모님을 비롯한 윗세대 분들과 함께 가서 관람하기에 딱 좋은 공연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끼리 가면 왠지 칙칙할 것 같다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도 익숙한 노래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애창곡들을 극의 중간마다 절묘하게 삽입해, 극 흐름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물론 그 감동까지 생생하게 전달해 내는 연출기법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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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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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수

탁월한 선곡임에도 배우들의 연기력과 노래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뮤지컬이 성공할 수는 없는 법. 사실 어떤 이들은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의 명성에 '공연을 보러 갈까?' 하다가 개그맨 이휘재의 등장에 '글쎄…'하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뮤지컬의 흥행 가도에 많은 연예인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형국에 이휘재도 한몫을 한 듯한데, 과연 그가 뮤지컬배우로서 어떤 역량을 선보일지 못 미더웠을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선입견에 불과했다. 오랜 방송생활로 다져진 덕분에 그의 연기는 여타 뮤지컬 전문배우 못지않게 훌륭했고, 미심쩍었던 노래실력 또한 썩 괜찮았다. 맡은 배역은 충분히 소화해낸 것으로 보인다.

a 주인공 두 사람이 반주하고 노래하는 장면(위) 감칠맛 나는 연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 두 여주인공이 합창하는 모습

주인공 두 사람이 반주하고 노래하는 장면(위) 감칠맛 나는 연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 두 여주인공이 합창하는 모습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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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휘재의 이미지 그대로 극 중에서 십분 살린 것이 적중했다. 13년간의 이미지 그대로 바람기 많고 위트 넘치는, 그래서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극 중 '정석'의 역할에 그는 적임자였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많은 여성관객은 그의 대사와 안무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환호한다. 나아가 남성관객들까지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기대 이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뮤지컬배우 이휘재는, 그래서 여러 공연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와이키키'를 제작한 서울뮤지컬컴퍼니의 박영서 홍보실장이 귀띔한다.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에는 이휘재 외에도 주인공 성우 역을 맡은 안정훈과 여주인공 인희 역의 가수 이재영, 그리고 톡톡 튀는 가수 춘자가 영자 역할로 더블캐스팅돼 눈길을 끈다. 특히 '유혹'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가수 이재영은 특유의 짙은 호소력과 흐느끼는 듯한 창법으로 극중 인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풍부한 성량을 맘껏 선보인 그는 세월이 흐른 뒤 성우와 만나 성우의 권유로 노래하는 장면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숨이 멎어버릴 만큼의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이 맛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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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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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수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는 '충고보이스'라는 남성밴드와 여학생들로 구성된 '버진 블레이드'를 주축으로 극이 전개된다. 이들 중 각별히 여성배우들의 역할은 눈부실 정도로 대단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이재영은 물론 그의 친구로 나오는 길주 역의 홍지민과 낙천적이면서 호탕한 드러머 영자를 연기하는 김지영의 빛나는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홍지민과 김지영은 익살스러운 극 중 배역에 충분히 녹아든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줬고, 아름다운 화음을 자랑하는 두 사람의 듀엣곡 역시 놓쳐서는 안 될 감상포인트라 하겠다.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는 시작부터 극 후반부 직전까지 시종일관 흥겨운 노래와 유머러스한 대사로 객석을 쉴 새 없이 웃음바다로 만든다. 공연장의 분위기 또한 화기애애하게 흐르기에 관객들은 귀에 익숙한 노래들을 따라부르며 때론 목청껏 때론 조용히 화음을 넣기도 한다.

극 중 등장하는 고고장에서의 추억이며 학생들의 끼를 맘껏 발산하기 좋았던 '문학의 밤', 새로 부임한 음악선생님에게 애틋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여학생의 모습까지. 게다가 연합발표회장에서 흘러나오는 'YMCA'에 맞춘 허슬춤과 '젊음의 행진의 짝궁이 되고 싶다'는 대사에 푹 빠져들다 보면 추억의 강은 홍수를 이루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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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수

a 마지막 무대인사를 하고있는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강수 역의 전병욱, 길주 역의 홍지민, 여주인공 인희를 열연한 이재영, 남자주인공 성우 역의 조병곤, 영자 역할을 맡은 김지영,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석 역의 이휘재가 차례로 서있다.

마지막 무대인사를 하고있는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강수 역의 전병욱, 길주 역의 홍지민, 여주인공 인희를 열연한 이재영, 남자주인공 성우 역의 조병곤, 영자 역할을 맡은 김지영,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석 역의 이휘재가 차례로 서있다. ⓒ 유영수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학창시절에 가졌던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좌절하고 현실에 부딪혀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면서도 꿈을 향해 정진하는 우리네 모습을 무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성우야…. 행복하니?'라고 물어보는 인희의 대사에서 관객들은 의표를 찔린 듯한 심정을 갖게 된다. 마치 자신들을 향해 질문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리라. 사실 자신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는 마지막 곡에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해 준다. 노래 '행진'의 가사를 음미해 보자. '행진…. 앞으로…. 가는 거야….' 때로 넘어지고 때론 현실의 벽에 힘없이 쓰러져 좌절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더 큰 꿈과 미래를 향해 행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원래 4월 2일까지 공연할 예정이던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는 4월 9일까지 연장공연을 하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원래 4월 2일까지 공연할 예정이던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는 4월 9일까지 연장공연을 하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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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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