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의도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두 가지 점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나는 '다른 쟁점법안'이다. 목록이 꽤 두툼하다. 3·30 부동산대책 입법안, 비정규직법안, 금융산업구조개선법안, 주민소환제법안 등등 굵직한 것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쟁점법안들엔 공통점이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부동산 부자, 재벌,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한편에 서 있다면 그 맞은편엔 무주택자, 비정규직 노동자, 보험가입자, 주민 등이 모여 있다.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당의 정책 색깔을 분명히 하고 싶지만 지방선거가 코앞에 와 있다. 한 표라도 더 긁어모아야 하는 입장에서 다수와 각을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다수에 굴복하면 당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진다.
이럴 땐 피해가는 게 상수다. 외곽을 때림으로써 민감 부위를 피하고 법안 저지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하나는 원내사령탑인 이재오 원내대표의 처지다. 이 원대대표에게 사학법은 양날의 칼이다. '북한산 합의'로 이 원내대표는 리더십을 확보했다. 소득 없이 지루하게 전개된 사학법 장외투쟁의 퇴로를 엶으로써 원내대표 위상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대가 없는 소득은 없는 법이다. '북한산 합의문'을 '논의 한다'로 끝맺음으로써 '논의 후 관철'의 부담을 동시에 안았다. 그래서 그의 리더십은 '담보부 리더십'이었다.
이제 끝을 봐야 한다.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이 원내대표는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계획이다. 그 전에 사학법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6월 국회가 남아있지만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와 함께 6월에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에겐 4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무대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선택은?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시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관철에 실패한다고 해서 꼭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화끈하게 재개정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투쟁하는 야당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또 알 것이다. 대다수 의원과 당원이 사학법 장외투쟁의 퇴로를 연 것이 최대치라는 것을….
한나라당의 원내 전략은 섰다. 이제 열린우리당 차례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쟁점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건 열린우리당으로서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 끌려다니면 '무능' 이미지는 더욱 짙어진다.
이럴 땐 나눠 접근하는 게 상수다. 생색을 낼 수 있는 민생 법안은 다른 야당의 협조를 얻어 처리하되 민감한 쟁점 법안은 뒤로 미룬다 명분도 있다. 한나라당이 사보타지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명분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결사반대하는 비정규직법안 같은 건 처리 목록에서 뺄 수 있다. 그러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의 반발이 극심해지는 상황을 피해갈 수 있다.
어차피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모두 밑질 게 없는 상황이다. 상대방을 향한 삿대질과 고성은 잦아지겠지만 거기에 진심이 듬뿍 실릴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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