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여행지 쿤밍 1890m…갈수록 태산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④ 중국 남서부 쓰촨성 중심지 충칭

등록 2006.07.26 16:54수정 2006.07.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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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코스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코스 ⓒ 오마이뉴스 고정미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중국 최대의 강이라는 양쯔강, 그 강에 있는 '양쯔강 다리'라고 해서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작고 물도 맑지 않아 조금 실망했다.

그에 반해 충칭 시내는 정말 컸다. 마치 서울에 온 것 같다. 고층 빌딩, 눈이 어지러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채우고 있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고 시골만 다녀서 그런지 이런 대도시가 무척 어색했다.


기념으로 배를 탔다. 잔뜩 기대를 했지만 2분 만에 멈췄다. 단 200m 정도 되는 거리를 나아간 것이다. 실망. 그래도 양쯔강에서 배를 탔다는 데 대해 아주 만족한다.

'링구에빙'의 우정은 정말 대단하다. 충칭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400km 정도 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달려왔다. 부럽다. 두 중국인 친구들은 일본이란 나라가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한 결과 과거 세대는 밉지만, 현 세대에게는 감정이 없다고 답했다. 중국인 친구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이 날은 자전거에서 내려 30분 이상 걸었다. 거의 자전거 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30분의 도보도 어색하고 피곤하다. 내 몸은 어느새 자전거에 잔뜩 푹 젖어 있었다.


다음은 청두-충칭 5일차 기록이다.

2006년 7월24일 월요일. 흐린 후 맑음 / 청두 충칭 5일차


a '차오텐먼' 아래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선상식당은 굉장히 화려하고 좋아 보여서 가보고 싶었으나 역시 비싸단다. 그냥 구경만^^

'차오텐먼' 아래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선상식당은 굉장히 화려하고 좋아 보여서 가보고 싶었으나 역시 비싸단다. 그냥 구경만^^ ⓒ 박정규

07:30 기상.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08:30 식당. 밥 먹고 '링구에빙'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그 친구'를 함께 만나러 가기로 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구이양'으로 출발하기로 함. 어제 묵은 여관이 자리가 좋아서 그런지 밤새 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10:25M/17.4km/1:33M/11.1AV/OD 3183km / 충칭 시
도시가 크기는 큰가 보다. 17km 가량을 달려 친구 있는 지역에 도착. '링구에빙'이 친구와 통화 중. 올 때 '양쯔강 다리'를 건넜는데, 생각한 것보다 작고 물도 맑지 않아 조금 실망.

13:00 친구 집. 6층짜리 빌라. 4층에 살고 있다. 집안 시설은 좋은 편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노트북 가방 메고 자전거를 들고 5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갔다. 방 3개, 화장실 2개, 스탠드형 에어컨, 주방별도, 거실 등. '링구에빙'은 이 친구를 만나러 자전거를 타고 400km 가량을 달려온 것이다. 참 부러운 우정이다.

a 처음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자전거탄 사람들 사진. 너무 반가워서 찰~칵!

처음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자전거탄 사람들 사진. 너무 반가워서 찰~칵! ⓒ 박정규

13:00 식당. 인터넷 카페에 함께 갔는데…. 사진을 한참 올리다가 친구들 뭐하고 있나 살짝 살펴보니 그냥 노래만 듣고 있다. 이 친구들은 온라인 게임을 안 좋아 하는 듯. 작업이 끝나려면 1시간 정도 더 필요했지만 그냥 다음에 마저 하기로 하고 식당으로.

'훠과' 주문. 부대찌게 대자 크기의 냄비에 S칸막이가 있다. 왼쪽에는 붉은 고추가 가득 담겨 있는 붉은 국물이, 오른쪽에는 육수 같은 국물이 가득하다. 왼쪽 편에 살짝 젓가락을 찍어 맛보니 목이 따끔거릴 정도로 맵다. 반찬으로 미역줄기, 돼지고기, 양고기, 소고기, 동물감자, 작은 문어 모형으로 자른 소시지, 무 등이 나왔다. 소 껍질 같은 건 국물에 20초 정도만 익혀먹고, 나머지는 조금씩 미리 넣어 놓고 기다렸다가 먹는다.

왼쪽 매운탕에 있는 '고기 완자' 하나를 건져 먹었는데, 입이 화끈거릴 정도로 맵지만 맛있다. '링구에빙'의 친구가 갑자기 '넌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다. 긴 이야기를 표현할 정도로 영어가 유창하지 않기에 결국 아래 내용을 간단하게 표현했다.

'과거 세대는 나쁘다. 왜냐하면 한국을 침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과거 세대의 실수이다. 현 세대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정이 없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자기도 일본 현 세대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한단다. 일본인 친구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어 인사를 가르쳐 달란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용한 말을 가르쳐줬다.

'저 돈 없어요, 비쌉니다, 깎아 주세요'(워 메이여우 치엔, 타이구엘라, 피아잉이다.)를 가르쳐 주자 다들 즐거워하며 열심히 따라 한다.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a 링구에빙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친구와 함께^^. 나, 링구에빙, 친구. 400km를 달려온 우정이 40년 이상 가기를 바란다.

링구에빙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친구와 함께^^. 나, 링구에빙, 친구. 400km를 달려온 우정이 40년 이상 가기를 바란다. ⓒ 박정규

14:30 드디어 출금 성공. 그러나 큰 은행만 달러 출금이 가능하다고 해서 '쿤밍'까지의 예상경비 800Y 만 출금.

친구들이 시내 구경 가잔다. 버스, 자전거 어떤 수단을 원하냐고 묻기에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40분 정도라고 하기에 재빨리 '버스'라고 답했다. 오늘은 휴식이 필요하다. '링구에빙'에게 넌 빠르니까 자전거 타고 우린 버스 타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다. 그는 웃으면서 손을 젓는다.

버스를 타고 다시 양쯔강 다리를 건너 시내 도착. 마치 서울에 온 것 같다. 고층 빌딩, 눈이 어지러울 만큼 많은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시골을 오래 다녀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 오면 조금 어색하다.

충칭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차오티엔먼'으로 이동. 작은 운동장 반 정도의 크기의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광장 난간에서 양쯔강과 선착장을 볼 수 있다.

17:30 드디어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친구들이 갑자기 배를 타자고 해서 얼마냐고 하니까 아주 싸단다. 정말 싸다. 1Y이다.

a 양쯔강 선상식당

양쯔강 선상식당 ⓒ 박정규

17:32 도착. 생각보다 배가 아주 빠르다. 그런데 그냥 200m 거리의 반대편 육지로 이동한 것뿐이다. 친구들도 어이없어 한다. 아마 이 배는 '단순한 이동용'인가 보다. 건너오는 데 2분 소요됐다. 다시 가려면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30분마다 이동하는 듯. 다시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뒤를 돌아봤는데, 건너편 배에서 '빨간 팬티'를 입고 열심히 일하시는 할아버지가 보여서 다들 웃으면서 구경했다.

충칭에서는 '케이블카, 배'로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다. 그래도 '양쯔강'에서 배를 탔다는 게 어디인가? 그걸로 만족하기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 다리를 건너 버스가 멈춰 섰다. 교통체증 시작…. 오르막이 아니고서는 멈출 일이 거의 없었는데 평지에서 제자리에 멈춰서 있다는 게 너무 어색하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저녁은 인근 식당서 간단하게 '치킨 라면과 파오빙(팥빙수)'로 해결했다. 올 여름 처음 먹는 빙수가 너무 시원하고 달콤하다. 수박, 팥, 땅콩, 젤리가 들어있다.

식당을 나와 집으로 이동하는데, 둘이서 잠시 대화를 한다. '링구에빙'이 친구 집에는 방이 없다고 오늘은 여관에서 자야 할 것 같단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같이 인근 여관으로 가서 가격을 물어봤다. 제일 저렴한 방이 80Y이란다. 내가 비싸다고 싼 곳을 원한다고 말하자, 친구가 주인에게 잠시 문의한다. 그러더니 그냥 자기 집으로 가잔다.

a 양쯔강 빨간 팬티 아저씨

양쯔강 빨간 팬티 아저씨 ⓒ 박정규

20시. 친구 집. 친구가 식당서 멀지 않다고 했는데, 30분 이상은 걸은 것 같다. 이 친구 걷는 걸 좋아하는 건가? 생각해보니 자전거에서 내려 30분 이상 걸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조금만 걸어도 어색하고 피곤하다.

20:35 두 친구가 나를 위해 좀 더 자세한 지도를 보여주며, 앞으로 갈 길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구이양'까지는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길 보다 훨씬 힘들 거라고 말한다. '링구에빙'이 기차타고 가봤는데, 높은 산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 론리(여행자용 지도)를 살펴보니 '구이양' 해발: 1070m / 쿤밍: 1890m'다. 갈수록 태산이란 말이 떠오른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내가 자주 중얼거리는 말…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페달을 밝고 또 밝으면 못 오를 리 없건 만을, 오르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면 되는 것을, 무엇을 그리 두려워하는고.'

[여행수첩]

1.이동경로: 충칭 시내
2.주행거리: 19.8km / 주행시간: 1시간 47분
3.사용경비: 136.5Y
아침: 2.5Y / 배 승선료: 1Y / 버스비: 2Y / 인터넷카페2시간: 4Y
점심: 30Y / 저녁: 5Y / 파오빙 3그릇(팥빙수): 12Y / 링구에빙 빌린 돈: 80Y
4.섭취 음식
1)식사
아침: 면 타오(가는 면 발+고기 건더기): 얼큰 매콤
점심: 훠과(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을 매운탕, 육수에 익혀 먹는다.): 맛있다.
저녁: 샹궈던지(닭 살이 들어 있는 라면): 구수하다.
2)간식
파오 빙(팥빙수), 길거리 음식
5.신체상태
시내 가서 너무 많이 걸어서 발바닥, 다리 근육통 조금.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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