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엔 자전거도 '우천 모드'로!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⑮] 8월 5일 구이양-쿤밍 2일차

등록 2006.08.10 11:15수정 2006.08.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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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층 더 강화된 우천모드

한층 더 강화된 우천모드 ⓒ 박정규

부슬비가 왔다. 비 오는 거보다 강한 '우천 모드'로 변신! 뒤쪽 짐 가방을 각각 큰 비닐봉지 바지를 입히고 내용물은 작은 비닐봉지로 별도 포장한다. 그 위에 짐 가방용 우의와 배낭용 우의로 덮는다.

뒤쪽에서 보면 4가지 색상이 보인다. 오른쪽 아래는 붉은색 봉지, 상단은 파란색 우의, 왼쪽 아래는 연두색 봉지, 상단은 노란색 우의.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다.


승차감이 이상해 뒷타이어를 살펴보니, 점점 바람이 빠지고 있었다. 움푹 파인 도로를 지나다가 '펑크'가 난 것 같다.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내리고 좌우에는 밭과 산뿐인데. 다행히 멀리 민가가 보였다.

펌프를 빌려 직접 수리를 시도했다. 타이어를 분리하려는데, 보고 있던 아저씨 두 분이서 '펑크' 문제인 걸 아시고, 펜치를 이용해 타이어를 분리 후, 순식간에 '펑크' 부위를 찾았다. 사포가 없어 '다 먹은 옥수수'를 이용해 '펑크' 부위를 문지르고, 그 위에 여분으로 준비해 온 '고무'를 붙이니 수리 완료. 그분들 덕분에 몸과 마음 모두 따뜻해졌다.


a 고마운 분들. 급히 들어가고 있는 분이 펑크 수리해주신 분

고마운 분들. 급히 들어가고 있는 분이 펑크 수리해주신 분 ⓒ 박정규


2006년 8월 5일 토요일. 구이양-쿤밍 2일차 / 하루 종일 비

9시 35분 기상. 부슬비가 온다. 비 오는 거보다 강한 '우천 모드'로.

12시 10분. 24km 지점. 마을식당.


일반 마을 도로를 벗어나 1시간 정도 산과 산 사이의 작은 도로를 따라 달렸다. 오른쪽에는 내 키보다 훨씬 큰 해바라기밭, 옥수수밭 등이 있고, 왼쪽에는 철길이.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수영하는 오리들, 잠을 청하고 있는 칠면조들. 한 칠면조는 마치 한발 서 있기 연습을 하는 것 같아 보여 흥미롭다.

a 비오는 가운데서도 한 발 서기 연습(?)하고 있었다.

비오는 가운데서도 한 발 서기 연습(?)하고 있었다. ⓒ 박정규

지금의 '우천 모드.' 뒤쪽 짐 가방을 각각 큰 비닐봉지 바지를 입히고, 물론 내용물은 작은 비닐봉지로 별도 포장한 상태. 그 위에 짐 가방용 우의와 배낭용 우의로. 뒤쪽에서 보면 4가지 색상이 보인다. 오른쪽 하단은 붉은색 봉지, 상단은 파란색 우의, 왼쪽 하단은 연두색 봉지, 상단은 노란색 우의.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다.


15시 30분. 다리 아래. 승차감이 이상해 뒷타이어를 살펴보니, 점점 바람이 빠지고 있다. 아까 움푹 팬 도로를 지나다가 '실펑크'가 난 것 같다.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좌우에는 밭과 산이, 다행히 멀리 민가가 보인다.

5km 걸어 민가 도착. '수리점' 위치를 물어봤는데, 인근에는 수리점이 없고, 내가 왔던 길을 가리키며 '그쪽'에 있단다.

일단 펌프를 빌려 바람을 넣어 보지만 바람 넣는 곳이 짐 무게 때문에 위치가 뒤틀려 바람을 넣을 수가 없다. 짐을 다 푼 후에 재조정 후 넣어야 할 것 같다. 그 집을 나와 왔던 길로 돌아가면서 다른 집에 '자전거 상태'를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자, 펌프를 빌려 주신다. 수리점을 찾아가는 것보다 자가 수리가 빠를 것 같아 짐을 풀고 수리 시도.

타이어를 분리하려는데, 보고 있던 아저씨 두 분이 '펑크' 문제인 걸 아시고, 펜치를 이용해 타이어를 분리 후 순식간에 '펑크' 부위를 찾았다. 사포가 없어 '다 먹은 옥수수'를 이용해 '펑크' 부위를 문지르고, 그 위에 여분으로 준비해 온 '고무'를 붙이니 수리 완료.

사진촬영을 하려는데, 수줍어하시며 다른 방으로 가버리셨다. 내가 출발할 때 모두 나와서 '만조(조심하세요)'를 외쳐 주셨다. 비가 많이 와서 추워져야 정상인데, 그분들 덕분에 몸과 마음 모두 따뜻해졌다.

a '사포'가 없어 옥수수를 이용해서 수리. ^^

'사포'가 없어 옥수수를 이용해서 수리. ^^ ⓒ 박정규

18시 50분. 82km 지점. '안슨 시' 식당.

경찰서에 숙소 문의, 인근에 저렴한 곳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좀 더 찾아보기로.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숙소' 문의, 종업원이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아, 30미터만 가면 '저렴한 여관'이 있단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주민들에게 물어가며 20분 정도 빗속을 헤매다가 어느 호텔 옆 오르막 건물에 '숙소' 위치를 문의하자 '그곳'에서 '숙박'이 가능하단다. 가격은 15Y. 오케이. 자전거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사장님에게 전화해 물어보는 듯. 잠시 후 종업원이 숙소 후문으로 안내, 건물 내부에 주차할 수 있게 배려해준다.

그리고 목욕탕으로 안내 후 일단 씻으란다. 중국에서 3번째로 목욕탕에 온 것이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뜨거운 탕도 있고,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온다. 일단 젖은 옷들을 빨래하고 있으니, 큰 양동이와 세제까지 갖다 준다. 빨래 후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 쉬고 있으니, 사장님이 두 가지 숫자가 적힌 메모지를 들고 와서 한참 설명한다.

'숙박비 15Y, 자전거 보관료 15Y.' 보관료가 웬 말인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싼 가격이란다. 학생이고 돈 없으니까, 20Y 해달라고 하니까, 거절한다. 다시 25Y 제시하자 마지못해 승낙. 목욕비까지 포함해 이 정도면 괜찮다고 받아들이기로. 따뜻한 탕에 온몸을 담그니, 빗속에서 달린 피로가 다 가시는 것 같다.

a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났다.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났다. ⓒ 박정규

목욕 후 방으로 안내받았는데, 방이 아니라 '서비스 룸' 같다. 침대 형 '소파'가 9개, 안내 데스크가 하나, TV 하나. 이곳에서 원하면 '전신안마(38Y)'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방이 없느냐고 하자, 위층으로 안내해 준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방 복도가 나타났다. 가격 문의 100Y, 바로 내려가자고 했다. 물품 확인차 자전거 있는 곳으로 가니 자전거가 없다. 사장님에게 문의하니, 안전한 장소에서 보관 중이니 걱정말고 쉬라며 서비스 룸으로 날 데려다 준다. 오늘은 그냥 쉬어야 할 것 같다.

a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칭전 - 구이저우 안순시(국도 102번)

2. 주행거리 및 시간: 83.8km / 6시간 31분 / 평균속도 12.8km/h / 누적거리 3838km

3. 사용경비: 14.5Y
아침: 3.5Y / 점심: 4Y / 저녁: 5Y / 참: 2Y

4. 섭취 음식

1)식사
아침: 튀김 2개, 우유 하나
점심: 만두 국, 중국식 라면 한 그릇
참: 중국 신라면 한 그릇
저녁: 쓰과료우피엔탕(고기 탕), 따미 다섯 그릇(밥)

2)간식: -

5. 신체상태: 혓바늘 조금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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