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도 자전거를 멈출 순 없다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 16] 8월 6일 구이양-쿤밍 3일차

등록 2006.08.11 09:45수정 2006.08.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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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움푹 파인 길을 달리는 건 사람이나, 자전거에게 피곤한 일.

움푹 파인 길을 달리는 건 사람이나, 자전거에게 피곤한 일. ⓒ 박정규

아침에 안순시를 빠져나오면서, 폭우 속에서 '쓰레기 줍는 아이들'을 봤다. 우산도 없이. 온몸으로 비를 흠뻑 맞으면서 그 친구들은 '생계'를 위해서 오늘도 거리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난 비 조금 온다고 잠시 쉴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러워 오늘도 열심히 달리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와 무관하게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비가 와도 사람들은 출근하고, 삶은 계속된다. 그러므로 내가 멈출 이유는 없다.

황궈수 폭포를 비록 못 보기는 했지만, 산 아래로 내려오면서 다른 폭포를 봤다. 산 정상에서부터 아래로 거침없이 물줄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뿐만 아니라 맞은편 1000m가 넘는 산 능선들이 일렬로 서 있는 모습, 산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물줄기 등을 바라보며 산 내리막을 달리는 기분 또한 상쾌하고, 자연 속에서 달리는 것이 바로 이런 거란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나게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힘들게 일해서 수확한 '빨간 고추'를 직접 빻아서 포장하고 있는 사람들, 마을 곳곳에 있는 작은 사당, 작은 산 전체를 메우고 있는 무덤들을 보면서 자전거야 말로, 사람들의 삶에 가장 깊숙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란 걸 느꼈다.


다음은 구이양-쿤밍 구간 3일째 8월 6일의 기록이다.

a 고무줄놀이. 굉장한 점프력이다. 아주 즐거워 보였다.

고무줄놀이. 굉장한 점프력이다. 아주 즐거워 보였다. ⓒ 박정규


2006년 8월 6일 일요일. 구이양-쿤밍 3일차 / 오전 장대 비, 오후 차차 맑아짐


07시 30분 기상. 자전거 상태 점검. 비닐봉지 아래쪽에 물이 조금 고여 있고, 텐트, 침낭 등 모든 물품들이 푹 젖은 것 같다. 내용물은 나중에 확인해보면 '우천모드'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 듯.

오늘은 '안순시'를 벗어나 인근 마을 '여관'에서 쉬고, 짐 정리 및 여행기 정리를 해야겠다. 비가 조금 적게 내리면 출발하려고 했는데,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젖은 신발, 양말, 옷들을 입고 다시 밖으로.


12시 5분. 8km 지점. 도로변 식당. 여전히 비가 오고 있다.

일곱 번 문의 끝에 '국도320번' 도로로 향하는 중.

a 320국도. 쿤밍까지 함께 할 도로, 그토록 찾았는데... 이제서야 만났다.

320국도. 쿤밍까지 함께 할 도로, 그토록 찾았는데... 이제서야 만났다. ⓒ 박정규

잠시 '인터넷 카페'에 갔었는데, 모니터를 만지는 순간 '찌리릿' 전기가 느껴졌다. 본체를 만져도 동일하게 '짜릿한' 느낌을. 종업원에게 문의하니, 내가 '젖은 상태'라 그렇단다. 새로운 방법으로 '한글 설정'을 시도해보지만, 메인 화면 하단의 언어 설정 '아이콘'을 클릭해도 아무런 메뉴가 뜨지 않는다. 그냥 보기만 하고 출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오늘도 장대비를 맞으며 '물속 주행'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나는 괜찮지만, 자전거와 전자 제품들이 조금 걱정된다.

아침에 '안순시'를 빠져나오면서, 폭우 속에서 '쓰레기 줍는 아이들'을 봤다. 우산도 없이. 온몸으로 비를 흠뻑 맞으면서…. 그 친구들은 '생계' 을 위해서 오늘도 거리로 나왔는데, 난 '비' 조금 온다고 잠시 쉴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러워 오늘도 열심히 달리기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와 무관하게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비가 와도 사람들은 '출근'을 하고, 삶은 계속된다. 그러므로 내가 멈출 이유는 없다."

19시 30분. 76.4km 지점. '관링시' 식당.

'황궈수 폭포'가 있는 산을 지나, 세 번째 산 오르막 정상 부근에 다다랐을 때 멀리 마을이 보인다. 설마 저런 곳에? 라는 생각을 하며 내리막을 내려오니, 생각보다 큰 도시가 있다.

a 관링시. 높은 산 위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

관링시. 높은 산 위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 ⓒ 박정규


인근 가게 주인에게 싼 여관 위치를 물으니 20-30Y 짜리는 저 아래쪽에 있다고 한다. 내가 10-15Y을 원한다고 하니까, 웃으면서 그런 곳이 없단다. 일단 아래쪽으로 내려가 식당으로.

밥 먹으면서 주인이 머리에 흰 붕대를 하고 있었는데, 주민 분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그런 거란다. 내가 웃으면서 '헬멧'을 쓰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했다. 내가 돈이 없어 메뉴를 하나만 시키자, '탕'을 서비스로 주신다. 그리고 자신이 손수 만들었다는 '중국의 유명한 산과 강' 모형을 보여 주셨고, 제작 당시의 사진을 선물로 주셨다.

옆에서 구경하던 아주머니가 바로 '여관' 주인이라, 주인아저씨가 잘 말해줘서 20Y짜리 방을 10Y에 사용하기로 했다.

a 처음으로 자전거를 뒤집어서 전체 점검.

처음으로 자전거를 뒤집어서 전체 점검. ⓒ 박정규

20시 5분. 76.4km 지점. 여관.

오늘은 자전거 점검을 먼저. 짐을 모두 푼 푸, 자전거를 뒤집었다. 점검을 위해서 뒤집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허브' 교체 이후 자전거 점검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한 결과.

양 바퀴, 스포크, 림 등 곳곳에 걸레로 정성스레 닦고, 이상한 부위가 없는지 점검. 앞쪽 림도 나이테가 생긴 것처럼 마모, 앞브레이크 마모 상태 심함, 교체 필요 확인.

뒤쪽 림도 왼쪽도 어느 조금 금인 간 것처럼 자국이 생겼다. 내리막에서 쉬지 않고 달려서 그런 것 같다. 내일 아침에 체인에 기름을 칠하고, 앞브레이크를 교환해야겠다.

a 황궈수 폭포는 그냥 지나쳤지만, 이 폭포를 본것으로 만족한다.

황궈수 폭포는 그냥 지나쳤지만, 이 폭포를 본것으로 만족한다. ⓒ 박정규

'황궈수 폭포'를 비록 못 보기는 했지만, 산 아래를 내려오면서 다른 '폭포'를 봤다. 산 정상에서부터 아래로 거침없이 물줄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뿐만 아니라 맞은편 1000미터가 넘는 산 능선들 일렬로 서 있는 모습, 산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물줄기 등을 바라보며 산 내리막을 달리는 기분 또한 상쾌하고, 자연 속에서 달리는 것이 바로 '이런 거'란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나게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힘들게 일해서 수확한 '빨간 고추'를 직접 빻아서 포장하고 있는 사람들, 마을 곳곳에 있는 작은 사당, 작은 산 전체를 메우고 있는 무덤들을 보면서 느낀 건,

'자전거'야 말로, 사람들의 '삶'에 가장 깊숙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란 점이다.

a 사진 촬영을 좋아하던 아이들, 개인별로 다 촬영해줬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던 아이들, 개인별로 다 촬영해줬다. ⓒ 박정규

a 마을 곳곳에 작은 사당이 있었다. 저 안에 작은 '신상'이 있다.

마을 곳곳에 작은 사당이 있었다. 저 안에 작은 '신상'이 있다. ⓒ 박정규


a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안순시-구이저우 관링시(국도 102번 - 453번 - 국도 320번)
산 3개, 오르막 15개.

2. 주행거리 및 시간: 76.4km / 6시간 / 평균속도 12.1km/h / 누적거리 3914km
3. 사용경비: 34.5Y
아침: 2.5Y / 점심: 7Y / 저녁: 8Y / 어제 숙박비: 25Y
인터넷카페 30분: 1Y / 금일 숙박비: 10Y

4.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작은 빵 4개, 우유 맛 음료 하나
점심: 계란 볶음 밥, 시홍시 지떼 탕(토마토 계란 탕)
저녁: 돼지고기 구운 요리, 배추, 토마토 탕, 따미 네 그릇(밥)

2) 간식
- 물 3.0ml

5. 신체상태: 엉덩이 근육통 조금.

6. 기타: 디지털 카메라 배터리 정상 작동!!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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