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은 왔는가?

광복 61돌을 맞아 생각해보는 것들

등록 2006.08.15 20:33수정 2006.08.1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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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광복을 맞은 태극기

광복을 맞은 태극기 ⓒ 김영조

1945년 8월 15일 배달겨레는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았다. 그때야말로 대중가요의 제목처럼 '감격시대' 그 자체였겠지. 하지만 그 광복은 우리의 손이 아닌 외세가 가져다 준 것이었다. 그 바람에 우리의 강토는 허리가 잘릴 수밖에 없었고….

그 통한의 분단을 안고 61돌이 지났지만 지금 우리는 진정한 광복을 찾았는지 되돌아보아야만 한다. 오늘도 일본의 수상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고,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며, 역사왜곡에 눈이 벌게져 있다. 어쩌면 그것들이 우리가 빌미를 준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볼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몇 년 전 네이버 지식인 오픈백과에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들’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글의 내용은 문화관광부에서 낸 자료를 토대로 우리말이 분명히 있는데도 쓰는 일본말, 일본식 한자말, 일본식 외래어들을 늘어놓고, 그 말들을 우리말로 바꿔서 쓸 것을 제안한 내용이다.

그 글의 조회수는 9만이 넘었고, 평점도 400점이 넘었으며, 374개의 의견이 달린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그 의견들의 2/3 정도는 긍정적인 내용이었고 1/3 정도는 여태까지 잘 써왔는데 새삼스럽게 왜 시비냐는 비아냥이었다. 일본말 찌꺼기를 쓰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항변하는 이들의 태도에 나는 씁쓸히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a 네이버 지식인 오픈백과에 올린 글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들”

네이버 지식인 오픈백과에 올린 글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들” ⓒ 김영조


a 산중다담을 하는  차의 성인 지허스님

산중다담을 하는 차의 성인 지허스님 ⓒ 김영조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살아있는 차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순천 선암사의 지허 스님을 대담하여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스님은 녹차가 일본에서 역수입된 ‘야부기다’라는 종자로 우리 전통차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녹차를 거부하기보다는 뿌리를 알고 마시자는 것이었다. 또 다도 역시 일본식임을 강조하며, 다산과 추사 그리고 초의선사가 무릎 꿇고 차를 마셨을 리가 없음을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의 차 세계는 ‘녹차가 전통차’임을 강조한다. 뿌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오히려 녹차가 전통차가 아님을 말하는 사람을 사이비로 공격하기까지 한다.

그 뿐만 아니다. 한 고등학교 박물관에서 열린 옛 어린이 한복전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전시회는 중국과 일본의 전통옷을 같이 전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시를 보러온 학생들이 한복은 대충 건너가고, 기모노 앞에서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기모노를 좋아하는 것이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복은 외면하면서 남의 나라 옷에 빠지는 모습에 마음 아팠던 것이다.


a 한 한복전시회에서 한복 대신 기모노에 열광하는 학생들

한 한복전시회에서 한복 대신 기모노에 열광하는 학생들 ⓒ 김영조

그런가 하면 일본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심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화투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또한 우리 것에 비하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일본의 미소된장을 사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또 청소년들의 일본 만화, 영화 사랑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은 국수주의자라고 나무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외국 문화를 배격하는 사람은 아니다. 서양 클래식과 올드 팝을 좋아하며, 영화를 좋아하고, 다른 나라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 문화는 접촉하면서 변해가는 것이어서 다른 문화의 유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좋은 문화는 적극 받아들여 우리의 문화를 풍부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a 거대한 해상왕국 가야의 비밀을 푼 민족사학자 고 이종기 선생의 유고집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 책의 표지

거대한 해상왕국 가야의 비밀을 푼 민족사학자 고 이종기 선생의 유고집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 책의 표지 ⓒ 기획출판, 책장

다만 우리의 뿌리를 분명히 알아야 하고,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을 지닌 채 남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을, 우리의 삶을 해칠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다시 광복으로 돌아와 보자. 일본 우익들은 아직도 자기네가 한국의 발전을 위해 큰 은혜를 베풀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본말 찌꺼기를 여전히 쓰고, 일본 녹차와 다도를 우리 것이라 하며, 한복 대신 기모노를, 윷놀이 대신 화투를 좋아할 때 그들이 더욱 그런 생각을 굳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당당할 때 그들이 감히 우리를 무시하는 행동을 못하지 않을까? 광복이 된 지 61돌이 지난 지금 우리는 우리 손으로 진정한 광복을 찾을 때다. 이즈음 거대한 해상왕국이었던 가야사의 비밀을 밝힌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란 책을 읽어보며,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당당한 자세를 가져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미디어>, <대자보>, <참말로>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미디어>, <대자보>, <참말로>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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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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