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가슴이 이만큼 포근했을까?”

[제주의 오름기행 26] 마주보고 있어 아름다운 밧돌오름

등록 2006.12.12 09:37수정 2006.12.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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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밧돌오름 정상에 가을이 저물다.

밧돌오름 정상에 가을이 저물다. ⓒ 김강임

늦가을 정취가 묻어나는 밧돌오름

인적이 드문 화산 터에서 사람을 만나면 마치 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자연 속에서 만남은 늘 순수 것. 그 순수함은 돌 틈에 피어나는 쑥부쟁이 같다. 옷깃을 스치는 것이 인연이라지만 오름에서 만나는 인연은 서로에게 길이 되어 주었다.


a 오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정겹습니다.

오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정겹습니다. ⓒ 김강임

"안녕하세요?"

안돌오름을 내려와 밧돌오름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서너 명의 오르미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쑥부쟁이도 내 맘을 알아차렸는지 바람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늦가을의 정취가 밧돌오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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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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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오름 속에 살아가는 생태계의 가치

밧돌오름은 새들에게 만찬을 준비해 놓았다. 하늘을 가르는 작은 새들을 위해 짓무른 빨간 열매를 껴안고 있는 오름은 마치 어머니의 가슴 같았다. 더욱이 쌍둥이 화산체인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을 탄생시킨 어머니의 가슴속은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했다. 이처럼 제아무리 작아도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이 오름 속에 살아가는 생태계의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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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a 능선을 걷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능선을 걷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 김강임

a 밧돌오름에서 바라본 체오름

밧돌오름에서 바라본 체오름 ⓒ 김강임

오름기행의 맛은 능선을 걸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으로는 분화구를 사이에 두고 주변의 풍경을 한 아름 안고 있는 느낌이랄까.


해안선을 바라보는 등성이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강아지풀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가을과 겨울의 교차로에 서 있는 느낌이다.

a 밧돌오름 정상에 박힌 돌

밧돌오름 정상에 박힌 돌 ⓒ 김강임

어머니 가슴에 안긴 두 쌍둥이 화산체


표고 352m의 정상, 거무튀튀한 돌덩이는 마치 수호신 같았다. 돌이 박혔다고 해서 밧돌오름이라지만 정상을 지키고 있는 돌덩어리는 자연현상이라기보다 누군가 옮겨놓은 것 같았다.

돌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세상이 보이고, 바다를 바라보면 지구 끝이 보인다.

a 밧돌오름 분화구

밧돌오름 분화구 ⓒ 김강임

동 북쪽으로 바라본 분화구는 200m 정도 깊이 패어 있어 골짜기를 이루었다. 깊은 산속에 골짜기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숲이 우거진 분화구는 어머니의 깊은 마음인양 고요가 흐른다.

서로 해안선을 바라보는 쌍둥이 화산체의 분화구, 아우인 밧돌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안돌오름은 형의 마음이 보이지만, 형인 안돌오름 정상에서 아우를 바라보면 등만 보인다. 그러나 이 두 형제는 하나의 탯줄에서 태어난 자신들의 분신인양 오롯이 서 있다.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에 안겨서 말이다.

밧돌오름


밧돌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66-번지에 소재해 있으며, 밖돌오름, 밭돌오름, 외석악이라 부르기도 한다. 표고 352.8m, 비고 103m, 둘레 2544m로 말굽형 분화구이다.

밧돌오름 정상에는 돌이 박혀 있으며, 분화구에는 우물이 있고, 당이 있어 제단의 흔적이 있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안을 안돌오름, 밖을 밧돌오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 제주시-동부관광도로(번영로)- 대천동사거리(2.3km)- 송당 목장- 왼쪽 900m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20분 정도 걸리며, 화구를 따라 걷는 데도 30분 정도 걸린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이 연계해 있다.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 제주시-동부관광도로(번영로)- 대천동사거리(2.3km)- 송당 목장- 왼쪽 900m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20분 정도 걸리며, 화구를 따라 걷는 데도 30분 정도 걸린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이 연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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