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때 북한 금괴 거래일까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1년 전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

등록 2006.12.12 10:12수정 2006.12.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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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9월 19일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가운데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왼쪽)가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수가 있은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

지난해 9월 19일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가운데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왼쪽)가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수가 있은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 ⓒ 연합뉴스 성연재


자라보고 놀란 걸까?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는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오는 18일 재개된다고 발표한 어제, 외신이 날아들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가 북한의 금괴를 사들였다는 내용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마카오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방코델타아시아가 2003년부터 2005년 9월까지 북한산 금괴 9.2톤을 매입했으며, 방코델타아시아 변호를 맡은 미국 법률회사 헬러어먼 측이 최근 이 사실을 미 재무부에 신고했다고 한다.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뉴스

@BRI@오버랩 되는 사실이 있다. 지난해의 일이다. 9·19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미국에서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소식이 날아들었다. 두 달 뒤 제5차 6자회담이 열리기는 했지만 이 문제 때문에 회담은 결렬됐고 그 뒤 1년여 동안 6자회담은 공전됐다.

1년 전에는 하루 만에 9·19공동성명의 뒤통수를 치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이번엔 일주일 앞서서 6자회담 앞길에 자갈을 까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솥뚜껑일 수 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금괴 거래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낙관적으로 해석할 일만도 아니다. 이런 소식이 곁들여졌다. 방코델타아시아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북한의 단천상업은행에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소식이다. 단천상업은행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판매 창구로 미국이 지목하고 있는 곳이다.

더 있다. 금괴 거래는 3년간 지속됐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은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북한의 빈 화물선까지 추적해 홍콩 당국의 검색을 유도한 미국이다.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에서 달러를 부대자루에 담아 나오지 않은 이상 쉽게 알 수 없었던 계좌 개설 사실조차 파악한 미국이다. 방코델타아시아 측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 금괴 거래 사실을 몰랐다는 얘기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천상업은행과 거래까지 하지 않았는가?


'왜 하필 이 시점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해제문제는 6자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 변수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던 게 바로 이 문제다. 북한이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여전히 6자회담의 최우선 논의과제로 삼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실무그룹을 별도로 구성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최우선 논의'와 '별도 논의'는 상당히 다르다. 이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인데 여기에 새로운 문제가 얹혀졌다. 눈 위에 눈이 덮이는 게 아니라 재가 뿌려지고 있다.

가늠자가 있다. 누가 사실을 흘렸는지를 살피면 '왜 하필 이 시점인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실명이 등장하는 부분은 방코델타아시아와 미 재무부 간의 신고·접수 행위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흘러들어간 과정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언론플레이?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미 정부의 언론플레이일 가능성이다. 6자회담에서 북한에 기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 나아가 북한계좌를 풀지 않기 위해 추가 사실을 흘렸을 가능성이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짙지는 않다. 미 정부라고 해서 느긋한 입장이 아니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후에 부시 행정부는 궁지에 몰려있다. 자칫하다간 백악관마저 민주당에 넘길지도 모르는 처지에 빠져있다.

이런 처지에서 외교적 성과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부시 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종전협정 서명을 같이 하자고 제안까지 했다는 소식이 그 방증이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네오콘의 '암약'이다.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볼튼 주유엔대사가 물러났다고 해서 네오콘이 해체된 건 아니다. 그들은 특정인물에 줄을 선 정치이해집단이라기보다는 특정 이념으로 무장한 결사체에 가깝다. 간판급 인물 한두 명이 낙마했다고 해서 철시를 할 집단이 아니다.

네오콘이 위축된 세를 회복할 수 있는 토대는 '악의 축'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대결구도가 살아나고 신보수주의 수명이 연장된다.

물론 제3의 경우를 완전 배제할 순 없다. 완전한 우연의 일치다. 미 정부 관계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는데 '투철한 기자정신'이 숨어있던 진실을 캐낸 경우다.

이 경우라면 오히려 희망적이다. 미국이 6자회담 성과를 내기 위해 쉬쉬했거나 최소한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는 얘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극히 낮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의 보도는 미국 문서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을 토대로 사실을 엮은 것이다. 더구나 그 내용은 미 재무부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방코델타아시아와 북한과의 거래내역 중 일부로, 한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에도 공식 통보하지 않은 것이다.

정리하자. 어떤 경우든 확실한 사실이 있다. 정보의 출처는 밝혀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런 상태에서 시간이 약간 흐르고 나면 정보의 출처와 정보제공 의도는 사라지고 정보의 위력만 남게 된다. 6자회담장에선 미국의 발언권을 강화해주는 것이고, 회담장 밖에선 미국 동조여론을 증폭시켜 주는 위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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