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CF모델 될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기적을 만든 칭찬, 군대에도 칭찬이 넘쳐나길

등록 2007.01.14 18:25수정 2007.01.1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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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을 지금보다 5kg 정도 감량하겠다 마음먹고 노력해온 지 꽤 오래되었는데도 지지부진 잘 안 된다. 식사를 줄이고 등산, 걷기 등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답은 알고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 번번이 실패해왔다.


사람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갖게 하는 훈련은 이런 육체적 훈련보다는 쉬웠다. 주로 입을 놀려서 말로 하는 훈련이라 게으른 나에게는 좋았다. 생각은 말로 나타나기 때문에 말을 긍정적으로 하는 습관을 길들여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훈련이다.

그리고 보니 주위에 만나는 사람, 말상대자 분들 모두가 다 나의 훈련을 도와주는 조력자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아내는 접촉시간과 대화의 빈도가 제일 많은 1등 조교다.
아내의 음식 솜씨는 나의 어머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가 컸다. 어머님께서는 전형적인 전라도 부농 집안에서 태어나셔서 요새로 말하면 '한정식' 등을 별로 힘 들이지 않으시면서 아주 보기 좋고 맛있게 만드셨다.

@BRI@지금이야 사통팔달 교통소통의 영향도 있고 해서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음식 맛이 다 비슷하게 향상되어 있지만, 그때는 달랐다. 아내는 경상북도 김천 태생이다.
첫애를 잉태하였을 때, "여보 뭐 특별히 먹고 싶은 것 없소?"라고 물어 봤더니 "메뚜기요"라고 대답해 질겁한 적이 있다.

나는 바닷가에서 자랐기 때문에 싱싱한 해물을 좋아한다. 지금도 시장에 같이가면 나는 비릿한 냄새가 풍기는 생선가게 앞에 서서 기웃거리는데 아내는 밀가루에 고추 말려서 튀긴 것 아니면 고등어자반 등을 즐겨 산다. 반찬타령은 안 했지만, 어머님께서 길들여 놓으신 고급 입맛을 가지고 식탁에 앉아있는 나의 표정이 썩 즐겁게 만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는 입이 무거워야한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기억하여 담담한 자세로 말수를 억제해온 권위주의의 피곤한 빗장을 훈련 목적상 풀기로 했다. 일단 그날의 중심메뉴를 맛보며 "맛있다"는 칭찬의 말을 띄웠다. 맛이 썩 좋지 않으면 "냄새 좋다", 그것도 아니면 "보기 좋다", 이도저도 아니면 "그릇 좋다" 등 끊임없이 칭찬거리를 찾고 만들어 말로 표현했다. 이러다보니 밥맛이 꿀맛으로 변했고 아내는 내 말 속에 상당한 허풍이 끼어있는 줄 알면서도 즐거워해 식탁의 분위기도 아주 좋아졌다.


대단히 실례되는 이야기지만 난 양치질 시, 꼭 거울을 보면서 솔질을 하기 때문에 치약 튀긴 자국이 불결하다는 주의를 아내로부터 자주 받아왔다. 그래도 '소 귀에 경 읽기' 식으로 그냥 버릇대로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세면장에 들어오더니 "당신 예뻐요"라고 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요?"하니 빙그레 웃으며 "오늘은 안 튀겼어요"라며 칭찬을 해주었다. 이 한마디 칭찬으로 인해 그 후로 지금까지 나는 세면장 거울 앞에 서면 꼭 뒤로 한발자국 물러선다.

나를 바꾼 아내의 칭찬


칭찬은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어 싱싱하게 만드는 것처럼 집안 분위기를 생기 있게 해주는 활력소 같다. 오늘도 집에 가면 무슨 좋은 일이 벌어졌을까? 두근거리는 가슴의 기대를 안고 돌아가게 만들어 준다.

평강공주의 "당신! 장원급제 했다는 사람들 보다 훨씬 머리 좋습니다"라는 등의 끊임없는 칭찬이 바보온달을 훌륭한 장군으로 만든 것처럼 칭찬에는 자성예언적인 마력이 있어서 말한 바 그대로 기적을 이루게 해준다. 칭찬을 습관화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도 많은 기적을 체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방의 장점, 잘한 점, 좋은 점을 그 자리에서 직접 말로 표현함을 경박한 행위라 치부해왔다. 우리가 칭찬에 너무 굶주려서 일까? 외국 정보요원들이 우리나라에서 첩보 수집활동 하기가 아주 쉽다고 한다. 칭찬만 해주면 알고 있는 정보 보따리를 술술 다 푼다고 한다.

칭찬을 통하여 나를 변화시키는 훈련과정에 꼭 한 가지 병행 실천해야할 내용은 '인사 잘하기'다. 인사도 칭찬의 일종이다. '20대에 운명을 바꾸는 50가지 작은 습관'이라는 책의 제1과는 '상대방보다 3초 먼저, 인사하자'다. 인사할까말까 할 때는 무조건 인사하라는 등 인사에 관한 내용이 4과목이나 수록되어있다.

나는 훈련시작 후 지금까지 줄곧 아내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 "여보, 잘 잤소. 꿈 잘 꿨어. 굿 모닝! 날이 춥네요." 또 나갈 때나 들어올 때나 아내가 나갈 때도 들어올 때도 꼭 가벼운 인사말을 서로 건넨다.

어려서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던 말씀을 생각하며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만나는 수위아저씨에게 꼭 먼저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우리 아파트는 23층이기 때문에 오르내리면서 만나는 사람이 많다. 나이 따질 것 없이 나는 3초 전에 먼저 인사를 한다. "얘 너 참 예쁘다. 안녕, 엄마 닮아서 예쁘구나"라고 하면 그때서야 곁에 있던 엄마가 "너 할아버지한테 인사해야지"라고 한다.

한번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뉘 집에서 성경 공부 모임이 있는지 아주머니들 여럿이 함께 다가 왔다. 나는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했다. 묵묵부답이자 다시 "어데서 천사같이 예쁘신 분들이 이렇게 몰려오시네요"라고 했더니 서로 고개를 내밀고 고운 목소리를 뽑아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칭찬과 인사의 무기를 가지고 나는 나의 나머지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다.

이렇게 늘 칭찬하며 인사 잘 하고 다니니 기적이 벌어졌다. 하루는 CF모델 뽑는 에이전시 사장이 만나자고 했다. 자기 어머니가 우리 아파트 단지에 사는데 나에 대한 평판이 너무 좋아 아마추어 모델로 적절할 것이라고 추천했다며 출연 제의를 해왔다.

당시 잘 나가고 있던 장기신용은행의 이미지 TV광고였는데 성공적이었다. 어떤 해에는 거의 매일 이 광고 저 광고에 나올 정도였다. 어느날 아내가 촬영 장소에 따라왔다가 '너무나 편안한 모습이 아주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몇 번 TV에 나오더니 나보다 많이 출연 했다.

언덕 길을 따라오는 아내에게 "어허, 빨리 좀 와요 처녀시절에는 뾰쪽 구두 신고도 잘도 걷더니만…, 할 수만 있다면 그 무릎을 돌려주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는 상을 받을 정도였다. 이것은 분명 기적이었다.

상까지 받은 광고, 이것은 분명 기적

내가 만약 목에 힘주고 인사도 잘 하지 않고 다녔다면 누가 모델 해보라 했겠는가?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TV광고에 나가게 되었느냐"고 물어오면 "내가 약간 바보같이 보여서 였겠지요, 사람들은 너무 잘난,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싫어한답니다"라고 얼버무린다.

일본의 경영자문회사인 후나이 종합연구소의 회장 후나이 유끼오씨에 의하면 경영자는 좀 허풍 끼가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까이 하고 싶어지게 약간 어수룩한 친근감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가 동경대학 출신의 아주 머리 좋은 컨설턴트를 채용하여 자문해주어야 할 회사를 둘러보고 와서 느낀 바를 보고 하라고 하면 주로 잘 못된 점을 말 한다고 한다. 5년 쯤 지난 컨설턴트를 보내면 단점이 보여도 보고하지 않고 좋은 점만 말 한다고 한다. 후나이 유끼오를 비롯해서 30년 정도된 세계적인 컨설턴트들은 어느 회사에 가서 보던지 아예 단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장점을 살리는 칭찬의 자문 조언이 성공케 하더라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적인 명 컨설턴트는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 가정을 행복하게 하는,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살맛나게 하는 컨설턴트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의 좋은 점만 보려는 생각의 습관이 쌓여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점을 지금도 기업체 의식혁신 특강에서 나는 강조 한다.

그렇다고 불의한 사람, 불의한 일을 눈감으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불의에 탐닉하고 있는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악행을 범치 않도록 도우며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칭찬일 것이다.

일본 군대 앞잡이들과 독재중심세력들에 의해 뿌리 내려진 부하 불신, 무시의 칭찬없는 왜곡된 군대문화를 청산 개혁해야한다. 간부들이 진정으로 칭찬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부하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그런 군대를 만들어야한다. 병사들에게만 강조하여 칭찬대회를 열고 하루 한 가지 칭찬거리 찾기 운동을 실시하는 것은 형식으로만 끝나기 일쑤다.

군 복무동안 '윗사람이란 진심으로 부하를 사랑하고 칭찬하는 분들이로구나'라고 감동받아 사회에 영향 미치게 되는 그런 군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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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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